수도권 폭우·남부 폭염…한반도 덮친 이상기후

수도권 폭우·남부 폭염…한반도 덮친 이상기후

기사승인 2022-08-10 15:29:38
9일 오후 서울 한강 잠수교가 전날 수도권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한강수위가 상승해 물에 잠겨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한반도 날씨가 극단을 달리고 있다. 10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수도권을 집어삼켰다. 남부지방은 33도 이상 폭염에 신음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0일 오전 6시 기준 집계된 호우 인명 피해는 사망 9명, 실종 7명, 부상 17명이다. 주택과 상가 700여 채가 침수해 재산 피해도 속출했다. 지난 8일 서울 지역 강우량은 1907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115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기상청은 이번 폭우가 기후 변화와 관련 있다고 진단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구온난화 등 열적 상황이 변하면서 수증기 양이 과거보다 늘었다. 해수면 온도도 높아졌다”며 “(이런 변화가) 여름철 강수 형태·전선 강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이상기후는 현재진행형이다. 폭우가 쏟아진 수도권과 달리 남부 지방은 불볕더위에 시달리고 있다. 기후 통계상 경남 통영·전남 목포·제주 등 남부 지역은 아열대기후에 진입했다. 아열대기후란 1년 중 8개월 이상 월 평균기온이 10도 이상인 곳을 의미한다. 높은 기온에 꽃들이 일찍 개화해 전남·경남 지역에는 꿀벌이 사라지는 현상도 있었다. 가뭄 문제도 심각하다. 남부 지방에는 평년(1991~2020년)의 57.9% 수준인 828.6㎜밖에 비가 내리지 않았다. 1973년 이후 두 번째로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가 발생하고 있다. 유럽은 극심한 폭염과 가뭄으로 비상이 걸렸다. 영국에서는 잉글랜드·웨일스 지역에서만 한 주 1700명의 폭염 관련 사망자가 나왔다. 미국도 다르지 않다. 미국 서부가 가뭄·산불을 겪는 사이, 사막 지역에는 기습 폭우가 쏟아졌다. 파키스탄은 이례적으로 긴 우기로 막대한 홍수 피해를 입었다. 최대 도시인 카라치마저 물에 잠겼다.

지난 7월19일(현지시간) 그린란드 피투픽 지역 인근 배핀만의 일부 육지가 빙하 없이 맨땅을 드러냈다.  피투픽 AFP=연합뉴스

인간이 초래한 지구온난화는 이상기후의 주요 원인이다. 미 국립빙설자료센터(NSIDC)에 따르면 그린란드에서 녹은 얼음 규모는 60만t에 달한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421ppm, 메탄 농도는 1909ppb를 넘어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다. 지구 온도가 높아지면 적도와 극지의 기온 차는 줄어든다. 대기 흐름이 정체되고 해수면 온도가 높아진다. 이는 폭염 주범인 열돔, 폭우를 쏟아붓는 정체성 저기압 등 극단적 기상 현상으로 이어진다. 

이윤희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기후 위기의 대표적인 현상 중 하나가 ‘극한 기후 현상’이다. 기존 패턴을 벗어난 국지성 강수·장마기간 변동·폭염 일수 증가는 이상기후와 연관이 깊다”라며 “온실가스 배출이 현 추세대로 이어지면 극한 기후의 강도·빈도가 달라지고 계절 주기마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구 결과도 이를 증명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지난해 발표한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기온이 1.5℃ 상승할 경우 극단적 폭염의 발생빈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8.6배 높아진다. 2℃ 상승했을 때 13.9배, 4℃일 경우, 39.2배에 달한다. 한국과학기술원이 속한 국제 공동 연구팀도 오는 2030~2050년 사이 극한 기후 현상이 빈번해질 것이라고 지난달 밝혔다. 

전문가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 정책과 사회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 활동가는 “이상기후의 역습은 이미 시작됐다. 기상재해뿐 아니라 작물 공급량 감소로 세계적인 위기가 닥칠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중장기적인 탄소중립 로드맵을 구축해야 한다. 조기경보 시스템에도 적극 투자해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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