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먹거리’ 라는데…제약·바이오 연구인력 부족

‘미래 먹거리’ 라는데…제약·바이오 연구인력 부족

신약개발 연구 인력, 기업 경쟁력 핵심
“‘반도체 인재 양성방안’, 제약계에도 도입을”

기사승인 2022-08-13 07:00:01
쿠키뉴스 자료사진

제약·바이오 산업을 이끌 인재가 부족하다. 산업계와 대학간 연계가 인재 양성 출발점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제약·바이오 산업을 국가 경쟁력에 기여할 ‘미래 먹거리’로 내세우고 있다. 정작 산업계를 이끌 인적자원은 부족하다. 특히, 제약·바이오 기업 경쟁력의 핵심인 신약개발에 종사하는 연구 인력이 충분치 않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바이오협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기업 1007곳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지난 2020년 기준 총 5만3546명. 2019년 대비 4863명 증가한수치로, 업계 근로자 총 인원은 2015년(4만298명)부터 꾸준히 늘고 있다. 

전체 근로자 중 연구개발 인력은 많지 않다. 2020년 조사에서 바이오기업 전체 근로자 중 과반은 연구와 무관했다. 생산인력이 1만8492명으로 34.5%를 차지했다. 사무나 영업 등을 담당하는 기타인력도 1만8181명으로 34%였다. 연구인력은 1만6873명으로 31.5%에 그쳤다. 바이오기업의 연구인력이 담당하는 직무는 임상시험, 이미 개발된 제품의 사후관리, 각종 인허가 관리 등 다양하다. 따라서 신약개발에 투입되는 인원의 비율은 31.5%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도 팔을 걷어붙였다. 인재 양성에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최근에는 ‘팬데믹 대비와 글로벌 도약을 위한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한국형 나이버트(K-NIBRT)로 불리는 ‘국립바이오전문인력양성센터’를 오는 2024년까지 완공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아일랜드의 바이오 공정 교육기관인 나이버트의 체계를 차용해 국내에 도입한다는 것이다. 다만 국립바이오전문인력양성센터는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정 전문인력 양성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신약개발 역량을 갖춘 인재 양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이 한계다.

수요와 공급의 간극이 인력난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신약개발 인력은 약학, 화학, 생물학, 화학공학, 재료공학 학위를 갖춘 전문가다. 그런데 학과 교과과정이 대학마다 천차만별이다. 가령 학과명이 같은 ‘재료공학과’라도 A대학은 전통적인 기초과목 중심의 강의를 편성하고, B대학은 첨단 기술 중심의 교과과정을 갖춘 상황이다. 학과간 연계도 활성화되지 않았으며, 약학과 연계된 전공은 특히 드물다는 것이 업계의 견해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방안’을 제약·바이오계에도 도입해야 한다는 요청이 적지 않다. 이 방안은 산업계와 교육기관 연계를 강화해, 학부 단계부터 산업계 맞춤형 인재를 키워내는 게 목표다. 대학에 학과를 신설하거나 정원을 늘릴 때 적용하는 규제를 반도체 관련 학과에 한해 대폭 완화하고, 산업계 전문가들을 초빙·겸임교수로 적극 활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졸업생을 대상으로 인턴십과 취업을 연계하는 이른바 ‘계약학과’를 확충한다는 계획도 나왔다.

규모가 큰 제약·바이오 기업을 중심으로 산학 연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 견해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IT업계, 반도체 업계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대학 학부 단계부터 산업계에 적격한 인재를 양성하는 시스템이 마련됐다”며 “제약·바이오 업계는 대학과 이제 막 연계를 시작하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정 원장은 “규모가 큰 기업들이 인재 양성에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데, 제약·바이오 업계는 IT나 반도체 업계와 비교해 대기업이 많지 않다”며 “중견 기업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인재 양성에 투자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인데,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중개 역할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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