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한파’ 속 눈치싸움 나선 이커머스

‘IPO 한파’ 속 눈치싸움 나선 이커머스

증시 불황…‘기업가치’ 제고가 관건

기사승인 2022-08-20 07:00:02
사진=각 사

국내 증시 위축으로 인해 기업공개(IPO)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주식시장 약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커머스 업체들의 IPO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올해와 내년 IPO를 추진했던 이커머스 업계는 시장 분위기 반전을 기다리며 눈치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컬리(마켓 컬리)는 다음주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앞두고 있다. 예비심사가 통과되고 상장에 성공하면 컬리는 이커머스 업계 첫 상장사가 된다.

컬리의 심사 통과 가능성은 높게 점쳐진다. 다만 예비심사 승인을 받더라도 2차 관문인 몸값 산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비심사를 통과할 경우 컬리는 6개월 이내 상장을 진행해야 한다. 컬리는 심사 통과 이후 시장 상황을 보면서 상장 시점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컬리는 지난해 12월 앵커에쿼티로부터 2500억원 규모의 프리 IPO 투자(상장 전 지분투자)를 유치하며 기업 가치를 4조원으로 평가 받았지만 현재 가치는 1~2조원대로 떨어졌다. 최근 인수·합병(M&A)시장도 위축되면서 원하는 몸값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11번가도 올해 주간사를 선정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전면 보류했다. 앞서 11번가는 지난 4월 국내외 증권사 10여곳에 입찰 제안 요청서(RFP)를 보내며 IPO 사전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11번가는 2018년 SK플래닛에서 분사할 당시 기업가치가 2조7000억원이었다. 상장 시에는 기업가치가 4~5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지난해 거래액(12조원)으로 추산한 기업가치는 4조원에 못 미친다.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2020년 거래액 기준 △네이버(17%) △SSG(15%) △쿠팡(13%) △11번가(6%) 순으로 나타났다. 이미 이커머스 시장은 네이버·쿠팡·SSG닷컴 3강 체제로 굳어진 지 오래다. 이런 가운데 11번가는 2년 연속 영업적자를 내면서 수익성까지 악화됐다.

11번가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9% 늘어난 5614억원에 그쳤고, 영업손실은 694억원으로 전년(98억원)보다 크게 확대됐다. 11번가의 실적 개선은 IPO 과정에서 몸값을 좌우할 주요 과제로 꼽힌다.

연초 상장을 추진한 SSG닷컴도 증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원래 하반기 중 IPO가 목표였으나 사실상 내년으로 연기한 상태다.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할 경우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렵고, 흥행에도 실패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시장에서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받지 못하면 IPO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자금도 줄어들게 된다.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오아시스마켓도 IPO 절차를 밟아나갈 예정이다. 현재 주관사 선정 후 상장예비심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시 침체 여파로 공모주 시장은 올해 상반기부터 불안한 흐름을 가져오고 있다. 투자심리 위축 속에서 청약 흥행 실패로 상장 계획을 철회하는 기업도 속출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상장을 추진하던 이커머스 업체들의 고뇌도 깊어지고 있다. 확실한 기업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코스피 지수는 인플레이션 심화와 금리 인상, 경기불황 우려 등으로 1년 새 30% 가까이 하락했다. 이같은 대내외적 악재가 이어지면서 상장 일정을 연기하거나 재검토 중인 업체들은 늘고 있는 추세다. 

IB업계 관계자는 “증시 부진과 가파른 금리 인상, 빅스텝 효과로 봤을 때 작년처럼 자금을 풀어서 양적 완화를 시킬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며 “시장 상황을 본다면 내년 IPO 시장은 올해보다는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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