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 반복되지 않게 할 수 있는 일 해야!”

“이런 일 반복되지 않게 할 수 있는 일 해야!”

[이영광의 간(間)보기]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기사승인 2022-08-22 06:00:01



지난 8일 서울에서는 1907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폭우가 쏟아졌다. 이번 수해로 인해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반지하에 살던 가족 3명이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졌다. 그러자 서울시는 반지하를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사실 반지하 문제는 처음 나온 게 아니다. 반지하에서 사고가 나면 대책이 나왔지만 그때뿐이다. 이슈가 잠잠해지면 반지하 문제는 그대로 방치돼 왔다. 이번엔 다를까? 반지하 문제 짚어 보고자 지난 17일 광화문 근처 사무실에서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을 만났다. 다음은 최 소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신림동 참사, 주거 문제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참담하다.”

- 지난 8일 기록적인 폭우로 반지하 살던 가족 3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일어났어요. 때문에 반지하 문제가 이슈로 부각됐는데 상황 어떻게 보세요?
“취약계층의 주거 문제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참담합니다. 나는 지금까지 이런 상황이 반복될 때 뭘 했나예요. 지금 지하에서만 사람들이 죽는 게 아니고 고시원에서 불이 나서 계속 사람들이 돌아가시고 이주민들도 주택 이외의 거처인 컨테이너에서 돌아가시는 일이 계속 반복되고 있죠. 이것은 정책 당국자들도 문제지만 결국 취약계층 주거 문제 연구하는 저희는 여러 가지 자괴감이 들어요. 특히나 이번에 관악구에서 돌아가신 가족은 장애인분도 계시고 아동도 있었거든요. 제가 아동에 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너무 마음이 아프고 죄책감도 들어요.
더더군다나 이런 마음이 더 드는 건 2020년에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오스카상 받으면서 굉장히 세계적인 화제가 되었고 그때 지하 문제를 짚고 넘어갈 기회가 사회적으로도 있었어요. 저도 경향신문하고 관련 기사를 냈거든요. 그러나 사람들의 생명을 구할 만큼 움직이지는 못한 거죠. 그런 점에서 더 마음이 아파요.
2020년 수해 났을 때 침수 피해당한 가족들을 저희가 가서 봤고 그때 그 가족에게서 똑같은 얘기를 들었었거든요. 그때 뭐라고 말씀하셨냐면 무릎까지 물이 차 올라오니까 현관문이 안 열리더라는 거예요. 그 가정은 할머니가 어린 남매를 키우셨는데 수해를 8번이나 당했대요. 그 가족이 당한 마지막 수해는 무릎까지 물이 차 올라왔고 문을 열었더니 안 열려서 119를 불렀고 다행히 119가 와서 살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이 얘기가 경향신문에도 실렸는데 똑같은 일이 벌어진 거잖아요.”

- 관악구에서 일어난 참사가 단발성으로 일어난 게 아니라 쭉 있던 건가요?
“그렇죠. 취약계층들의 주거 문제가 갑자기 생긴 게 아니라 계속 있었던 문제이고 누군가는 이 고통을 계속 당하는 건데 꼭 사람이 죽어야만 가난한 사람들이 거기에 살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죠. 지금 지하에 서울에만 20만 가구가 넘게 살고 있고 전국적으로는 32만 7천 가구가 살고 있어요. 서울의 20만 가구라는 의미는 강남구 전체 가구하고 똑같거든요. 또한 그거보다 훨씬 많은 사람은 집도 아닌 고시원 컨테이너 비닐하우스 쪽방 같은 곳에 사시죠. 그런데 우리는 그 사람들을 없는 것처럼 취급하고 이 사람들에 대한 대책을 소홀히 하는 거죠.”

- 생각을 안 한 걸까요, 아님. 못 한 걸까요?
“누군가는 생각할 건데 이게 정책 당국자들을 움직이고 그다음에 국회의원들을 움직이고 할 만큼은 우리가 마음을 못 모아낸 거 아닌가란 자괴감이 드는 거죠.”

“서울시 대책, 실효성 없어”

- 현행법에도 반지하에 주거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거로 나오는 거로 알아요.
“그렇진 않고요. 2012년에 건축법 개정해서 상습 침수 지역은 건축위원회의 심의를 통해서 건축 허가 안 내줄 수 있도록 되어 있어요. 근데 오세훈 시장이 이걸 의무적으로 안 내주는 걸로 바꾸겠다고 얘기하고 있잖아요. 하지만 그건 별로 실효성이 없는 대책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최근 지하에 집이 지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거든요. 주차장법이 강화되기도 했고 필로티 구조(1층을 비우고 벽면 없이 기둥으로 하중을 지지하는 형태로 짓는 건축 방식)라고 요즘 짓는 집들은 대부분 지하를 파지 않고 1층을 주차장으로 이용하잖아요.
그다음에 지하 설치 의무가 1999년에 건축법에서 없어지면서도 그렇고 신축 지하는 그렇게 많지. 않고 지금 경기도에서 나온 보고서에 보면 경기도에 매년 신규로 지어지는 지하는 천 호가 안 돼요. 경기도는 서울보다 더 많은 집을 짓거든요. 그래서 서울시에서 처음 발표할 때 건축법 개정 이후에도 4만 호가 새로 지어졌다는 건 잘못된 통계라고 생각해요. 통계가 잘못되니까 대책도 잘못 나오는 거죠. 그러니까 새롭게 짓는 지하가 문제가 아니라 이미 수십 년 동안 쌓아온 지하에 대한 대책을 만들어야 되죠.
그리고 지금 자꾸 반복되는 문제는 고시원이나 지하 사망자의 공통점이 수급자라는 거예요. 수급자들이 왜 이렇게 돈을 지원받고 살다가 돌아가시는지 문제는 간단한데요. 지금 서울 기준으로 최대 1인 가구가 받을 수 있는 주거 급여가 32만 7천 원이에요. 이 돈 가지고 서울에서 얻을 수 있는 집은 지하 옥상 고시원이잖아요. 그럼 이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해야 되는 거지 지금 계속 딴 정책을 편다고 해결이 되지 않아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문제점과 해결책이 완전히 따로 논다는 거예요.”.

- 그리고 지금 반지하 없앤다고 하잖아요. 없애면 지금 반지하 사는 사람들이 어디로 가죠?
“그러니까요. 그 문제에 대해서 서울시가 너무 가볍게 처신한다고 생각해요. 재개발 재건축도 그런 거잖아요. 이 사람들은 그 사업의 과정은 없고 결과만 생각해요. 결과는 멋진 아파트가 들어서지만 그렇게 멋진 아파트 재개발 재건축이 되기 위해서 그 과정은 쉽지 않죠. 아까 말씀드렸지만 20만 가구가 넘게 지금 지하에 서울에서만 사시는데 이걸 다 없애고 이주 대책을 만들 수 있느냐죠. 오히려 이건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얘기와 같다고 생각해요. 지금 이주가 필요한 사람들 있죠. 그분들에 대한 이주대책을 먼저 만들어야죠. 이건 지금 정책으로 뭔가 할 수 있잖아요. 그러나 안 하고 미뤄놓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이런 문제에 대해 서울시나 국토교통부는 심각하게 반성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 왜 서울에 거의 대부분 반지하가 모여 있는 거죠?
“서울의 주거비가 높으니까 그런 거죠. 반지하는 서울에 한 60% 정도 있고 수도권에 96% 정도가 있을 정도로 아주 굉장히 수도권에 밀집되어 있는데 고시원보다도 훨씬 더 지하가 수도권과 서울에 밀집되어 있어요. 지하에 살아본 분들은 다 아시지만, 환기도 안 되지 햇빛도 안 들어오지, 냄새나지 수해 피해 입지 아주 여러 가지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지는 건데 서울 수도권은 집값이 비싸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사시는 분들이 많은 거죠. 어쩔 수 없이 지하를 선택하고 있는 분들이 많으세요.”

“반지하 문제, 2000년대부터 있었다”

- 이게 국토 균형 발전하고 연결되는 부분 아닌가요? 너무 수도권만 발전하니까 수도권으로 몰리고 집이 없으니 지하로 가는 거죠.
“이 지하의 시작 자체가 그런 기원을 가지죠. 1970년에 건축법으로 가지고 의무화했잖아요. 남북 대치 상황에서 지하층 신축하는 걸 의무화했어요. 원래 주거 목적으로 만들어 놓은 게 아니라 방공호의 목적으로 만든 건데 농촌에서 서울로 일자리와 학업을 위해서 모여든 사람들이 갈 집이 없으니 지하에 살게 된 그런 특징이 있고요. 또 말씀하신 대로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우리나라가 발전하고 상대적으로 집이 부족하니까 지하까지 사람이 사는 거죠.”

- 이 문제가 처음 나온 건 아니잖아요. 반지하 문제가 2010년쯤 이슈가 되었던 거로 기억하는 데 왜 그땐 문제가 흐지부지된 거죠?
“사실 2010년부터도 아니에요. 인구주택 총조사에서 지하 조사를 2005년부터 시작했거든요. 지하 주거가 사람들 살기에 적정하지 않다는 문제 제기가 2000년대부터 있었고요. 시민사회의 문제 제기가 모여서 2005년에 통계청에서 최초로 지하를 포함한 거주층을 조사에 포함하기 시작해요. 그러면 2005년에 인구주택 총조사의 지하 문항을 왜 포함했을까요? 이 문제 해결하기 위해서였던 거거든요. 그런데 조사는 하고 대책을 안 만드는 게 아주 오랫동안 이루어지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 서울시나 국토부가 실태 조사하고 대책 마련하겠다는 게 저는 믿기 힘들어요. 왜냐하면 조사는 이미 2005년 때부터 했거든요.”

- 박원순 시장 때도 아무런 게 없었나요?.
“대책이라는 건 지금 국토부나 서울시가 아무것도 안 했다고 하지 않았어요. 지금 아무것도 안 해서 문제가 아니라 너무 적게 해서 문제인 거예요. 아까 <기생충> 말씀드렸지만, 그때 정부가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고 취약계층 주거 상향 지원 사업에 지하를 포함했어요. 그러니까 뭔가 했죠. 하지만 그렇게 이주한 가구가 1천 가구인 거예요. 제가 드리려는 말씀이 박원순 시장 때도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에요. 지하도 고쳐줬고 지하에 살던 아동 가구를 지상으로 옮겨주는 사업도 했고 했죠. 근데 너무 적었다는 게 문제인 거죠.”

- 취약계층은 공공 임대도 들어가기가 어려운데 현실인데 이유는 뭔가요?
“지금 정부가 정책적으로 취약계층보다는 신혼부부나 청년의 저출산 대책하고 맞물리면서 공공임대주택 배분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지금 공공임대보다는 공공분양으로 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때문에 공공임대 주택이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공공이 나서서 취약계층을 제일 우선으로 지원해야 하는데 그런 원칙 자체가 지금 공공임대주택 정책에서 깨져 있어요.”

- 공공 임대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할지 아니면 가격을 낮춰서 아파트 공급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나을까요?
“분양과 임대주택을 말씀하시는 거 같아요. 그런데 주택 공급 몇십만 호씩 해도 우리나라의 자가를 보유하는 사람의 비율은 60% 전후로 계속 일정하거든요. 자꾸 정부는 주거 사다리를 얘기하는데 그걸 얘기할 게 아니라 올라가지 않고 월세 전세로 살아도 괜찮은 세상이 되는 게 맞죠. 어떤 사람은 자가로 못 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단 말이에요. 그런 점에서 자꾸 주거 사다리를 얘기하는 정부가 불편해요. 어떤 사람들은 지하에 사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시면서 살아요. 그런 사람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게 정부가 우선적으로 할 일이죠. 정부가 어제(16일) 공급 정책을 발표했죠. 근데 어제 발표된 정책에 주거복지에 집중하는 내용이 하나도 없는 거예요.”

“주거보조비 인상해야”

- 아예 없는 거 같던데요.
“실제로 거의 없었다고 봅니다. 다 밀어놨고 주거 취약계층 주거 상향 사업이라고 해서 연간 6천 호를 문재인 정부에서 공급했었던 정책이 있는데 이걸 1만 호 정도로 공급한다는 게 있었고 그러니까 아까 제가 말씀드렸던 주거급여 개선이 당장 할 수 있는 거죠. 왜냐하면 공공임대주택은 당장 할 수 없지만, 주거급여는 예산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거니까요. 당장 할 수 있는 이 제도를 오세훈 시장은 중앙정부랑 상의하겠다고 했어요. 그 개선을 여기는 거의 아무런 말이 없어요. 국토교통부는 그걸 개선할 수 있어요. 제가 오늘 법을 찾아보니까 주거급여는 국토교통부의 결단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32만 7천 원이 아니라 더 많이 지원할 수 있어요. 근데 이 취약계층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산과 인력이 필요한데 그런 부분들을 정부가 계속 안 하는데 이건 부자 감세하고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요. 아까 20만 가구 정도가 서울에만 사는데 이분들에 대한 주거비 지원을 하기 위해서 지금 종합부동산세 감세액이 1조가 넘거든요. 이러면 이분들에 대한 모든 지원을 하고도 남아요. 그래서 저는 이게 지금 정부가 돈이 없는 게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는 생각해요.”

- 지금 급한 게 주거보조비 인상인가요?
“지금 당장 이사를 하셔야 되는 분들이 있잖아요. 이번에 수해 피해를 입으신 분들이면서 주거 급여를 받으시는 분들은 적어도 이사하실 수 있도록 서울시에서 특정 바우처라는 걸 도입하겠다고 했거든요. 20만 원씩을 주는 건데 이걸 수급 가구에 주면 되잖아요. 지금 요번에 침수를 받은 32만 원을 받는 분에게 20만 원을 더 얹어주면 그냥 원룸으로 이사 가실 수가 있죠. 그러니까 제도가 작동하고 지하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없는 게 아니라 서울시랑 국토교통부랑 서로 책임을 미루면서 안 시행하고 있다고 봐요.”

- 주거비 인상 말고 또 필요한 건 뭘까요?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공급하고 공공임대주택을 취약계층에 많이 공급하는 게 필요하고 아주 당장의 대책으로는 이번에 방범창이 열리지 못해서 결국 돌아가셨으니까 그런 것들도 할 수 있고 집수리 관련된 사업도 할 수 있겠죠. 근데 우선 알기도 해야 돼요 이런 침수 지역에 위험한 지하가 얼마나 되는지요.”

- 이 문제 어떻게 될까요? 이번에도 시간 지나면 잊힐지 걱정인데.
“이번에는 취약계층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언론인들은 언론인대로 저 같은 연구하는 사람들은 연구하는 사람들도 다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지 않게 뭔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죠.”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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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ng3830@hanmail.net
이영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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