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놓은 집이 안팔려서’… 거래절벽에 입주지연 폭주

‘내놓은 집이 안팔려서’… 거래절벽에 입주지연 폭주

기사승인 2022-08-23 06:00:24
관악구 신림동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부동산 매물 정보가 게시돼있다.   사진=조현지 기자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서면서 새 아파트 입주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잔금 마련을 위해 기존 주택을 매물로 내놓았지만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이 주택사업자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7월 전국 입주율은 79.6%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첫 70%대다. 월별 전국 입주율은 지난 2월 하락전환(83.1%, 2%p↓)한 뒤 5월(82.4%, 0.1%p↑) 소폭 상승했다. 그러나 6월 다시 하락하면서 7월까지 하락세가 이어졌다. 

입주율은 지방의 하락이 두드러졌다. 지역별로 수도권은 86.7%에서 88.7%로 2%p 상승한 반면 6대 광역시는 82.5%에서 79.6%로 2.9%p 내렸다. 기타지역도 80.4%에서 76.1%로 4.3%p나 하락했다. 

미입주가 증가한 원인으로 부동산 시장 침체 여파로 ‘거래절벽’ 상황이 지속되면서 자금마련이 어려워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입주 원인 조사 결과 기존 매각주택 지연은 40%, 세입자 미확보가 26%로 나타났다. 잔금대출 미확보는 28%에 달했다. 이밖에 분양권 매도지연 6% 등이었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거래 빙하기’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2일 기준 7월 서울 아파트 매매건수는 605건이다. 7월 매매건은 이달 말까지 신고가 가능해 매매사례가 더 늘어날 수 있지만 증가 추이를 봤을 때 역대 최저를 기록했던 지난 2월(815건)을 하회할 가능성이 크다. 8월 신고 건수는 이날까지 122건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9월 입주 예정을 앞둔 전국 아파트 물량은 역대 최다인 것으로 나타나 입주 지연 및 역전세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동산 R114에 따르면 9월 전국에서 3만6094가구가 입주할 전망이다. 전년 동월(1만7682가구)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물량이자 조사를 시작한 2000년 이후 동월 최다다. 

여경희 부동산 R114 수석연구원은 “생애최초 주택가구에 적용되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완화에도 불구하고 금리인상과 물가인상 등의 영향으로 매수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거래 침체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며 “매물이 쌓이는 수도권 외곽 및 지방 위주로 아파트 매매 및 전세가격 조정이 이뤄지는 분위기다. 아파트 입주가 집중되는 곳은 기존 주택 매도 지연에 따른 미입주나 역전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수도권 아파트입주전망 지수가 악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8월 중 아파트입주전망 지수는 전국 69.6으로 1.3p 개선되지만 수도권은 4.6p 내린 66.3를 기록할 것으로 조사됐다. 광역시도 5.1p 내린 63.7로 나타났다.

주산연 관계자는 “규제완화에도 불구하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인한 실효성 논란 경기침체 우려 기준 금리 인상 등으로 주택시장이 위축됐다”며 “입주율 저하를 막기 위해서는 주택거래 활성화, 무주택자에 대한 대출지원 강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 등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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