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1부리그 최다 우승(20회), EPL 구단 최초 트레블(한 시즌 3개 대회 우승) 달성, 잉글랜드 최고 인기 구단….
한 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를 수식하는 단어였다. EPL을 상징하는 구단 중 하나인 맨유는 가장 유서 깊은 구단 중 하나다. 2000년대에는 ‘해버지(해외축구 아버지)’라 불린 박지성이 뛰면서 국내에서는 ‘국민 클럽’으로 도약했다.
하지만 구단의 전성기를 이끌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2012~2013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이후 맨유는 조금씩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명장으로 불리던 조제 무리뉴 감독부터 맨유의 레전드 선수 출신인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 등 총 7명의 지도자들이 맨유의 지휘봉을 잡았지만, 그 누구도 팀을 살려내지 못했다.
퍼거슨 감독이 물러난 이후 9년간 맨유는 단 한 번도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2016~2017시즌과 2019~2020시즌에는 2위를 달성했지만, 리그 우승팀과 승점에서 10점 차 이상이 차이가 날 정도로 경쟁자가 되지 못했다. 맨유가 참가한 대회 중 마지막 우승은 2016~2017시즌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어느덧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지 5년이나 지났다.
특히 지난 시즌은 굴욕의 연속이었다. 지난 시즌에는 승점 58점(16승 10무 12패)으로 시즌을 마감했는데, 이는 EPL 출범 후 한 시즌 역대 최저 승점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에 한 경기에 4골 이상 내준 경기가 무려 6경기나 된다. 맨유가 주춤한 사이 EPL은 맨유의 라이벌인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 리버풀의 양강 체제로 뒤바뀌었다.
전문가와 팬들은 맨유 부진의 근원으로 수뇌부의 무분별한 선수 영입을 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맨유는 퍼거슨 감독 시대 이후 약 10억 파운드(약 1조 5746억원) 이상을 투자해 스타 선수들을 끌어모았지만, 이중 성공한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오히려 맨유에서 실패하고 다른 구단으로 이적해 성공한 케이스가 더욱 많다. 맨유의 수뇌부가 장기적인 계획 없이 이름값에만 치우친 영입을 지속해 팀의 조직력을 갉아먹고, 재건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다. 퍼거슨 감독 재임 시절 맨유의 슈퍼스타였던 호날두는 지난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의 유벤투스에서 맨유로 약 14년 만에 돌아왔다. 지난 시즌 30경기에 출전해 18골 3도움으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그는 팀의 분위기를 와해하는 인물로 지목되기도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이적을 요구해 또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맨유는 지난 시즌 말미 팀의 재건을 이끌 인물로 에릭 텐 하흐 감독로 점찍었다.
텐 하흐 감독은 2017년부터 아약스를 맡아 2018~2019시즌, 2020~2021시즌 네덜란드 에리디비지(1부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2018~2019시즌 아약스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까지 진출시켜 큰 조명을 받았다.
텐 하흐 감독은 퍼거슨 감독과 스타일이 유사하다는 평이다. 퍼거슨 감독에 못지 않게 선수단을 장악하는 카리스마가 상당하며, 전술적인 역량도 뛰어나다고 알려졌다. 텐 하흐 감독 체제 아래에서 맨유는 성공적인 프리시즌을 보내며 새 시즌 기대감을 키웠다. 특히 리버풀을 4대 0으로 완파, 팬들에게 올 시즌에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겼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하고 안방에서 펼쳐진 브라이튼 앤드 호브 알비온과의 첫 경기에서 1대 2로 패했고, 브렌트포드와의 2라운드 경기에서 0대 4로 완파 당했다. 맨유가 개막 2연패를 당한 건 1921년 이후 약 101년 만이었다.
다행히 23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트에서 열린 2022~23시즌 EPL 3라운드 리버풀전에서 2대 1로 승리를 거두며 한숨을 돌렸다. 2018년 5월 이후 무려 4년 3개월 만에 리버풀을 상대로 승리를 챙긴 맨유다.
첫 승을 올린 맨유는 사우스햄튼과 4라운드에서 시즌 첫 연승에 도전한다. 해당 경기에는 레알 마드리드 출신 수비형 미드필더 카세미루가 나설 예정이다. 맨유는 개막 2연패 당시 참패의 원인으로 부실한 수비형 미드필더가 지적됐는데, 세계 최정상급 미드필더인 카세미루에 7000만 파운드(약 1109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투자하며 보강에 나섰다. 맨유는 카세미루에 그치지 않고 FC바르셀로나의 프랭키 더 용과도 접촉하고 있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