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약이란 미세한 전류로 뇌세포나 신경을 자극해 우울 증상을 완화하는 의료기기를 말한다. 의료기기를 머리에 쓰면 미세 전류가 행동, 인지, 기분을 조절하는 대뇌 피질을 자극해 우울증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는 새로운 방식의 치료법이다.
국내에서 최초로 처방되는 전자약은 와이브레인의 ‘마인드스팀’이라는 제품이다. 이는 지난 6월부터 보건복지부로부터 비급여 고시를 받고 본격적인 처방이 시작됐다.
하지만 실상 어떻게 처방이 이뤄지는 지, 사용법은 복잡하지 않은지, 가격은 어느 정도인 지 자세한 내용은 나와 있지 않아 대중에게 접근성은 낮다. 이에 기자는 직접 의원을 찾아가 처방 과정을 살펴보기로 했다.
전자약 도입 의원 나날이 증가, 접근성 높아져…우울증 환자라면 처방 가능
마인드스팀을 처방받을 수 있는 제휴 병원은 총 35곳으로 서울 인근에만 15개의 병원에서 처방이 가능하다. 제품사이트에 들어가면 자신의 위치와 가까운 병·의원을 찾을 수 있다. 이 외에도 대전, 광주, 진주, 익산, 대구, 포항, 부산 등 지역단위로도 제휴 의원이 늘어나는 추세다.
기자가 방문한 곳은 도곡동에 위치한 도곡삼성정신건강의원으로, 일찍이 전자약에 관심을 갖고 활용을 시작한 이경은 원장이 진료를 보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은 대부분 예약제로 실시되며, 몇 가지 심리검사와 뇌파검사, 진료 후 처방이 이뤄진다. 전문의는 진단 결과에 따라 증상에 맞게 전자약의 적절한 치료 용량과 기간을 설정하고, 병원 혹은 재택치료를 선택한다.
처방 대상은 기존 우울증 환자 중 항우울제 부작용을 크게 경험하거나 우울증을 진단 받았지만 약을 복용하기 힘든 청소년, 가임기 여성을 중점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물론 처음 치료를 시작하는 환자 중에서도 병원을 내원하기 힘들거나 약물이 부담되는 경우 처방 받을 수 있다.
이 원장은 “현재 우울증 치료제 시장에는 항우울제를 제외하고는 치료 옵션이 없어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 비율이 높다. 약물은 메스꺼움, 소화불량, 졸림, 어지러움 등 부작용을 호소하거나, 애초부터 복용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환자가 있다”며 “마인드스팀 제품은 약물 부작용 걱정 없이 머리에 쓰기만 하면 되고 병원으로부터 제품을 대여해 집에서 직접 치료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머리에 쓰기만 하면 끝…집에서 간단하게 사용
실제로 착용법 또한 간단하다. 헤어밴드 모양에 물에 적신 스펀지를 부착해 머리에 쓰기만하면 된다.
처음 병원에서 마인드스팀을 처방 받으면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최적화된 전류세기를 설정하고 효과가 있는지, 부착된 부위 피부 불편감은 없는 지 확인한다. 이후 기계를 병원에서 대여해 집에서 치료 가능하며 편한 시간에 처방받은 시간만큼 사용하면 된다.
보통 일주일 3번 30분 정도, 6주 동안 사용하는 것이 권장 프로토콜이지만 환자마다 달라질 수 있다. 환자가 제품을 사용하면 기기에 실시간 기록되며, 병원 방문 시 본체를 통해 언제, 몇 분 동안 이용했는지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치료 기간이 끝나면 본 기기를 병원에 반납하는 구조다.
이 원장은 “다만 경련을 자주하거나, 일으킨 경험이 있는 환자는 사용이 어렵다. 또 이마쪽 피부에 미세하지만 전기 자극이 있기 때문에 피부가 과민하거나 알러지가 있는 경우 의사와 논의가 필요하다. 이마에 필러나 보형물을 삽입한 경우도 부위에 따라 적용이 불가능할 수 있어 상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가격대는 비급여인만큼 병원마다 다르다. 무엇보다 항우울제 비해서 비용부담은 다소 있는 편이다. 그는 “환자마다 처방되는 기간이 다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얼마라고 정의하기 힘들지만 약물보다는 금액적으로 부담이 있다. 하지만 약물 치료가 힘들거나 꺼리는 분들, 거리가 너무 멀어 주기적 내원치료가 어려운 분들 경우 많이 처방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약물만큼 좋은 효과, 약물과 병용 시 증상 개선 더 효율적
머리에 쓰는 것만으로도 정말로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는 걸까. 이 원장은 ‘주기적으로’ 사용하는 환자에게서 뚜렷한 증상 개선이 있었다고 말한다.
또한 약물의 경우 치료 유지가 힘든 경우가 많은데 의료기기는 집에서 스스로 하기만 하면 되고, 부작용 걱정도 없어 지속적으로 사용하기 좋다는 것이다. 게다가 기계가 딱 정해진 만큼만 쓸 수 있게 설정돼 있어 약물처럼 오남용할 우려도 없다.
이 원장은 “약물이든 의료기기든 꾸준히 적용해야 효과가 나타난다. 의료기기를 통한 치료는 특히 꾸준하게 치료받아야 하는데, 마인드스팀은 자주 병원에 오지 않아도 되고 일을 하면서 혹은 취미생활을 하면서 치료 받을 수 있어 환자의 순응도가 높다. 약물과 병용도 가능해 중증 우울증환자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의사가 매번 모니터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환자 의지가 부족해 사용하지 않으면 효과가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2020년 진행된 국내 다기관 임상결과에서도, 6주 동안 매일 30분씩 마인드스팀을 단독으로 적용할 시 우울증상의 관해율이 62.8%였다. 이는 기존 항우울제의 관해율 50%보다 12.8% 높은 증상 개선 효과를 보였다.
그는 “전자약은 최근에 부각되기 시작한 새로운 개념이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효과적이고 안전한 우울증 치료법이다. 우울증 치료는 약물 복용만이 유일한 치료법이 아니다. 전자약을 포함해 다양한 비약물적 치료가 가능하다”며 “항우울제 복용이 꺼려져 병원 방문을 주저하고 있다면 부담 없이 주변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