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직 가상화폐의 가능성을 1%도 경험하지 못했다. 결론을 내기에는 아직 이른 시장이다”
고재필 코인원 CTO(Chief Technology Officer·최고기술책임자)는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파크원빌딩에 위치한 코인원 신사옥에서 가상화폐의 가능성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개별 코인을 주고받는 ‘통화’의 개념이 가상화폐의 시작이었다면 NFT가 등장하면서 ‘자산’의 개념까지 확장됐다고 설명했다. 고 CTO는 “앞으로는 가상화폐를 통해 투표나 거버넌스 자체를 운영할 수 있게 된다. 개인이 운영, 운용, 랜딩을 직접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면서 “디지털상에서 이뤄지는 투표와 피드백이 모두 오픈되고 변조될 수 없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했다.
코인원의 핵심 가치는 ‘안전’
가상화폐에 대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코인원의 역할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가상화폐 거래소는 디지털 자산에 다가가고 싶은 사람들을 연결하고 실물 경제와 비트코인, NFT(대체불가능토큰) 등 디지털 자산을 사이를 잇는 일종의 가교 역할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코인원이 가장 우선시하는 것은 투자자들의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이다. 고 CTO는 “ 외부의 해킹 시도에 당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아무리 좋은 기능이라도 이에 따라 일부 고객들이 혼란을 겪는다거나 자산을 지키지 못할 여지가 있다면 포기한다”면서 “성능 업데이트를 자주 하면 앱 사용성은 좋아지지만 업데이트 시간 동안 거래가 정지되면 주문에 영향을 주게 된다. 업데이트를 깐깐하고 보수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테이킹 등 크립토에 ‘집중’
코인원은 투자자들이 가상자산을 활용할 수 있도록 가상자산 스테이킹 서비스를 내놨다. 스테이킹은 투자자가 보유 중인 가상화폐를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일정 기간에 걸쳐 맡기면 이에 대한 보상으로 가상화폐를 지급받는 것을 말한다. 코인원은 가상화폐의 유동성을 묶어두고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들을 종류별로 나눠 ‘플러스’ 코너에서 제공한다. 코인원 플러스의 이용자는 1분기 기준 7만 6000명에 달한다.
고 CTO는 “전 세계 크립토 시장에서 개인 지갑으로 스테이킹을 하는 투자자들은 2~30%밖에 안 된다. 대부분 투자자가 거래소로 시작해서 거래소 끝난다”라면서 “자산을 사고파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거래소들이 계속 제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인원이 기술력을 기반으로 성장한 만큼 스테이킹에 집중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그는 “디지털 아트 형태로 NFT 시장에 진출하는 거래소들이 많다. 그러나 이 NFT가 투자자에게 의미가 있겠느냐는 질문에 결론을 내지 못했다”면서 “오히려 스테이킹 등 크립토를 더 진지하게 보는 게 코인원의 색깔”이라고 말했다.
CBDC, 스테이블 코인의 담보 될 것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65개 중앙은행 가운데 86%가 CBDC 도입 여부를 검토 중이다. 중앙은행이 전자적 형태로 발행하는 CBDC는 법정 화폐로서 현물 지폐와 같은 가치와 지위를 갖는다.
각국 정부가 가상화폐의 대항마로 CBDC를 준비하고 있지만 오히려 스테이블 코인의 담보로 활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 CTO는 “각국 정부가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도 있다”라면서 “CBDC가 발행되면 의외로 스테이블 코인 USDT 발행사인 테더나 USDC 발행사인 써클이 이를 구매해 담보로 활용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현재 스테이블 코인 빅3로 테더 USDT, 서클 USDC, 바이낸스 BUSD가 꼽힌다. 테더는 개당 1달러 가격을 유지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 코인이다. 달러 대신 미국 정부에서 발행한 CBDC로 스테이블 코인의 가치를 담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양자컴퓨터, 발행량 제한에도 코인 ‘안 망한다’
가상화폐에는 양자 컴퓨터가 개발되면 망할 것이라는 꼬리표가 늘 붙는다. 양자 컴퓨터가 비트코인 암호를 깨려면 15년이 걸린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양자 컴퓨터를 활용하면 막대한 양의 가상화폐를 훔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고 CTO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라고 답했다. 지분 증명 방식으로 작업 방식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지분 증명은 ‘누가 연산을 잘하냐’가 아니라 ‘해당 코인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냐’에 따라 채굴 권한을 받게 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을 말한다.
고 CTO는 “양자 컴퓨터가 도입되면 암호가 쉽게 풀리기 때문에 채굴이 의미 없어진다는 말은 맞는 표현이지만, 가상화폐는 암호화 기술과 상관없는 구조로 넘어가고 있다. 양자 컴퓨터가 개발되면 인터넷 등 모든 기술이 다 바뀐다. 가상화폐 역시 이미 자유로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은 실물이 없는 디지털 자산이지만 발행량이 2100만개로 한정돼 있다. 현재 1800만개 이상이 채굴됐고 채굴량 조정 시스템을 통해 2140년쯤 모든 비트코인이 채굴될 것으로 추정된다. 정해진 발행량이 모두 채굴되면 비트코인이 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제기된다.
고 CTO는 “흔히 비트코인은 금이고 이더리움은 은이라는 표현을 쓴다. 금도 채굴량은 정해져 있지 않나”면서 “현재 채굴로 나오는 금보다 유통되는 게 더 많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도 고갈이 되더라도 계속해서 거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사의 관심…“협업 기회 늘어날 것”
가상화폐 산업에 대한 금융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디지털자산 수탁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금융투자협회(금투협)는 최근 대형 증권사들과 대체거래소를 세우고 증권형 코인을 취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고 CTO는 경쟁보다는 협업의 기회가 열린 것이라고 봤다. 그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통과되면서 가상화폐 거래소가 라이센스업이 됐다. 은행과 증권사가 코인 시장에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경쟁사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 “업이 다르다고 보고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증권 앱 통해 코인원에 들어와 거래할 수 있으면 좋지 않나”고 말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