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S)에서 일부 배상 판정이 내려졌다. 20년 간 질기게 이어진 악연은 일단 일단락됐지만 먹튀 논란이 일었던 사모펀드에 국민 세금을 들여 수천억원의 손해배상을 하게 된 것을 둘러싼 책임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는 지난달 31일 론스타와 한국 정부 간 ISDS에 대해 한국 정부가 2억1650만달러(약 2900억원)와 2022년 12월3일부터 완제일까지 한 달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에 따른 이자 배상을 하라는 내용의 중재 판정 선고 결과를 통보했다.
론스타가 청구한 배상 금액인 46억7950만달러 대비 약 4.6% 수준으로 비교적 선방했다는 해석도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및 매각과정에 관여한 전·현직 관료들을 향해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나온다. 2011년~2012년 론스타가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금융위원회가 수차례 승인을 지연시킨 부분을 문제 삼아 이번 배상액이 결정됐다는 점에서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핵심 인사들이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하던 2011~2012년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김석동 법무법인 지평 고문, 당시 사무처장은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맡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었다. 추 장관은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으로 매각 과정에 관여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론스타가 HSBC에 외환은행을 매각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승인 절차가 진행됐던 2008~2009년 금융위 부위원장이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했을 때 론스타 법률대리였던 김앤장의 고문이었다. 한 총리는 과거 “론스타의 투자가 없었다면 외환은행은 파산상태로 갔을 것”이라고 론스타를 옹호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 총리는 이날 론스타 사건과 관련해 “전혀 거기에 개입한 적 없다”며 “2005년 국회에서 경제부총리로서 그러한 상황에 대해서 소신도 얘기하고 답변도 하고 했었던 것이지 저는 전혀 참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직무상 위법 행위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론스타 인수·매각 과정에 관여했던 관료들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과정에서 불법 행위 의혹과 관련해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가 있었지만 법원 판결을 거쳐 이미 무죄로 결론 났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불법 승인 의혹에 대해 다시 수사할 의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미 시효가 다 끝난 사안”이라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