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더 줘도 ‘글쎄’…아르바이트 안 하는 이유 있다 [쿠키청년기자단]

돈 더 줘도 ‘글쎄’…아르바이트 안 하는 이유 있다 [쿠키청년기자단]

기사승인 2022-09-11 06:00:10
서울 광진구 화양동 한 매장에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가 붙어있다.   사진=정슬기 쿠키청년기자
불경기 속 구인난이 심해지고 있다. 고물가와 고령화 또 플랫폼 노동으로의 이동, 외국인 인력의 감소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아르바이트 대다수를 차지했던 대학생 및 청년 세대의 지원이 줄어든 점도 주요인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임금이 낮고 힘든 일은 피하려고 하는 MZ 세대의 특징이 담겼다고 분석했다.

정말 그럴까. 청년들의 아르바이트 기피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8월18일 6명의 대학생과 이야기를 나눴다. 넉넉하게 생활할 형편이 아님에도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는 그들의 사정이 있었다.

“높은 시급에도 망설이는 이유는”

아르바이트를 선택할 때 높은 시급은 좋은 조건이 된다. 최근 구인난을 해소하기 위해 법정 최저시급보다 더 많은 돈을 주는 요식업계 고용주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인터뷰에 응답한 대부분의 대학생은 ‘시급이 높더라도 요식업 알바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대부분의 음식점은 사람이 몰리는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고용한다. 가장 바쁜 시간에 일하다 보니 노동 강도는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한 경험이 있는 진현진(25세)씨는 “평소 평일 2시간30분 일하다가, 주말 4시간으로 시간을 옮겼다. 전에는 괜찮았는데 4시간을 바쁘게 일하니까 병이 날 것 같아서 그만뒀다”고 말했다. 노동시간이 1시간30분 늘어났을 뿐인데도 녹초가 되어서 돌아올 정도로 힘들었다는 것이다.

노동 강도가 세다 보니 학업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대학 생활 동안 대부분 음식점 아르바이트를 했던 나소정(24)씨는 “대학생들이 다들 시험에 방해가 되니까 시험 직전에 아르바이트를 그만둔다. 저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비를 마련하는 사람이라서 그만둘 수가 없다 보니 시험 기간 전에는 노동 강도가 더 세지는 아이러니한 일도 있었다”고 답했다. 현재 취업 준비를 하며 고깃집에서 일하고 있는 윤미지(24세)씨도 “저녁에 6시간 정도 일한다. 그렇게 일을 하고 오면 다음 날 너무 힘들어서 공부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했다.

“주휴수당, 퇴직금 주는 곳 거의 없어”

주 근로 시간이 15시간 이상이 되면 고용주는 주휴수당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주휴수당을 받은 채로 1년 이상 근무할 경우 퇴직금 지급도 의무 사항이다. 하지만 대학생들은 제대로 된 주휴수당을 받은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음식점, 카페, 학원, 편의점 등 모두 마찬가지였다. 고용주들은 주휴수당을 피하기 위해서 15시간을 채우지 않고 14.5시간을 일하게 했다. 15시간을 넘기더라도 최저시급인 9160원보다 높은 임금(1만원~1만3000원)을 준다는 이유로 인터뷰에 나선 학생들에게 주휴수당을 주지 않았다.

나씨는 “시간을 깎거나 주휴수당을 안 주겠다는 계약서를 작성한 경우도 있었다”며 “그때는 법에 대해 잘 모르기도 했고 어리니까 당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주휴수당과 퇴직금을 주는 대기업 프랜차이즈에서만 일했다”고 말했다.

졸업 유예를 한 전나연(25세)씨는 3년 동안 보조 강사 아르바이트를 해온 학원을 지난달 그만뒀다. 전씨는 “학원에서 오래 일하면서 주휴수당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일해서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학원에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개선되지 않는 걸 보고, 아르바이트 생활을 오래 할 것이 아니라 하루라도 빨리 취업해서 제대로 된 근로 조건을 보장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카페에서 1년 넘게 근무한 천유리(23세)씨도 고용주가 주휴수당을 주지 않으려고 주 14.5시간만 근무를 시킨 탓에 퇴직금도 받지 못했다.

“아르바이트도 스펙이 돼야…”

대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돈을 버는 수단으로만 생각하지 않았다. 모든 활동이 스펙이 되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진로에 도움이 되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어 했다. 고깃집, 피시방 등 다양한 알바를 해본 경험이 있는 송수진(22세)씨는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 우선순위를 두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고 했다. 그는 “‘스펙에 도움이 되는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둔 송씨는 현재 학원에서 영어 강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진학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아르바이트와 진로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면, 공부에 지장을 주지 않을 수 있는 일을 하길 원했다. 방학 중에만 아르바이트를 했다던 윤미지(24)씨는 “방학 때는 토익 공부나 한국사 공부 같은 취업을 위한 자격증 공부를 해야 하고, 친구도 만나야 했다”면서 “그래서 평일 아침 일찍부터 일해서 오후 시간과 주말은 공부할 수 있는 일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무리해서 돈을 버느라 공부할 시간을 쓰느니 소비를 줄이겠다고 말한 이도 많았다. 박민제(24)씨는 “아르바이트를 구하려고 했지만, 공부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일을 위주로 알아보다 보니 아르바이트를 구하지 못했다”면서 “지난 학기에 장학금 받은 걸 생활비에 보태 아껴서 생활하고 있다. 지금 나의 한 시간이 최저시급인 9160원보다 값지다는 생각이다. 잘 활용해서 취업을 빨리하고 싶다”고 밝혔다.

정슬기 쿠키청년기자 sookijjo@naver.com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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