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민을 대상으로 한 보이스피싱 수법이 더 악랄해지고 지능화되고 있다.
서민 생계를 위협하는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가 막대한데도 정부와 경찰의 범죄 척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미비한 실정이다.
보이스피싱 피해는 지난 2019년까지만해도 주로 계좌 송금 피해였던 것이 이후에는 ‘대면 편취 방식’으로 바뀌었다.
대면 피해 방식은 피해자들이 현금 수거책을 만나 현금을 쥐어주는 방식으로, 대면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은 “눈 뜨고 당했다”는 자책에 극심한 정신적 공황을 호소하고 있다,
전주시 완산구에 사는 A씨는 “몇 년 전 수천만 원을 인출해 ‘검사’라고 사칭한 사람을 만난 일이 있다”며 “그 일로 지금도 정신적 충격을 갖고 살고 있다”고 말했다.
보이스피싱 대면 피해자들은 경제적 타격 뿐 아니라 정신적 피해를 안고 살고 있다.
전주 완산경찰서는 지난 7일 보이스피싱 60대 남성 수거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13일 밝혔다.
40대 여성이 전주시 중앙동 한 은행 자동화 인출기 앞에서 5만원권 상당액을 나누어 계좌이체하고 있는 것을 본 옆에 있던 시민이 112에 신고하면서 경찰 수사를 통해 수거책이 검거됐다.
김장환 완산서 형사과장은 “최근 보이스피싱 피해는 주로 저금리 대출대환을 유도하면서 발생하고 있다”며 “과거와 달리 계좌 송금 편취 방법이 아닌 대면 편취 수법으로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갈수록 지능화되고 악랄해지는 보이스피싱 사기 수법은 고령층뿐만 아니라 신혼부부, 주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범죄의 타깃으로 삼고 있다.
실례로 전주에 사는 한 신혼부부는 해외로 신혼여행을 갔는데, 전주의 가족들은‘신부가 붙잡혀 있으니 돈을 보내라’는 문자를 받고 큰 충격을 받았다. 가족들은 다행히 여행사와 연락이 닿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또 한 주부는 필리핀에 살고 있는 자녀와의 통화에서 “휴대폰을 곧 교체해 통화가 안 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 보이스피싱 협박 전화에 계좌와 신분증을 요구하는 대로 보내 피해를 입은 사례도 있었다.
또한 전화 통화에서 아들로 위장한 보이스피싱 사기단이 고령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송금을 유인한 범죄 피해도 있었다.
보이스피싱 사기단은 주로 해외에서 전화나 문자를 통해 계좌 송금이나 대면 현금 갈취를 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힘들어진 자영업자 등은 대부분 ‘대출금리를 인하해준다’는 수법에 넘어가 보이스피싱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에 사는 B씨는 “기존 대출금리를 인하해주겠다”며 “기존 대출금을 대출은행 직원에게 직접 현금으로 상환해야 한다고 속여 입금하게 하는 방식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보이스피싱 사기수법이 계좌 송금방식에서 대면 편취 행태로 바뀌는 데는 그동안 금융회사들이 창구 직원 등에게 적극적인 대응 방식 교육을 강화하면서 창구 예방이 실효를 거뒀다는 분석이다.
전화금융사기 범죄 수법이 바뀌면서 ‘고소득 알바’로 현금 수거책을 모집, 선량한 도민이 수거책으로 동원되는 끔찍한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실례로 C씨의 경우, ‘일당 수십만원의 고소득 알바가 있다’는 생활정보지를 통해 “심부름만 하면 된다”는 말을 믿고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인지 모르고 수거책이 됐다가 곤욕을 치렀다고 전했다.
정부는 추석 이후 보이스피싱 방지안을 내놓는다는 계획인데, 경찰도 현실적으로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 검거만 이뤄지고 근본적인 범죄 척결은 요원한 실정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국내 보이스피싱 대면편취형 피해 비율은 지난 2019년 8.6%(3244건)에서 2020년 47.7%(1만 5111건), 지난해 73.4%(2만 2752건)로 급증했다.
대면편취형 피해는 계좌이체형 보이스피싱과 달리 기록이 없어 피해금을 돌려받기가 사실상 힘든 상황이다.
전주=이건주 기자 scljh1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