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법원이 지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 정지를 재확인하는 결론을 내린 지 하루 만이다. 이에 대해 정치적으로 정당성이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주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긴 고심 끝에 원내대표 선거에 참여하기로 했다”며 “위기수습을 위해 나온 것인 만큼 권성동 원내대표의 잔여 임기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임기를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2명의 후보가 출마한 만큼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추대가 아닌 경선으로 치러지게 됐다.
주 의원은 21대 국회 전반기에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지냈다. 새 원내대표 선출까지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일각에서는 원내대표 경험이 있는 주 의원을 추대하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앞서 주 의원 측은 지난 14일 쿠키뉴스에 “추대가 아닌 이상 (출마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지난 16일 법원은 주호영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직무 정지를 재확인하는 결론을 냈다. 해당 결론이 난 지 단 하루 만에 주 의원은 원내대표 선거에 나선 것이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주 의원의 출마가 정당하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한 번 원내대표를 했는데 주 의원이 나서 또 원내대표를 하면 기회가 공평하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며 “국회 관례상 원내대표는 1번씩 한다”고 전했다.
‘1차 비대위’의 실패에 관한 책임이 있는 주 의원이 원내대표로 출마하는 게 정당성이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법적으로는 문제 되지 않지만 정치적으로는 원내대표직 수행에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20대 이용자가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서는 주 의원이 출마 의사를 밝힌 직후 비판적인 글이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주 의원은 비대위 가처분 인용된 후 망신을 당했는데도 부끄러움이 없다” “쇼를 한다, ‘추대’랑 다른 게 뭐냐”고 비난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당 내홍이 극심해 무언가를 수습할 여력이 없어 주 의원이 등장했다고 봤다. 하지만 주 의원이 원내대표가 돼도 가처분 결과에 따라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17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거대 야당이 있고 가처분 신청도 계속되고 있어 (누가 원내대표로 적절한지) 따질 여력이 안 된다”며 “내부가 크게 흔들리면서 여당의 혼란이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너무 급하니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어서 (주 의원을) 부른 것”이라며 “예전에 원내대표를 한 적이 있으니 맡겨보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 교수도 이날 본지에 “당이 ‘비상 상황’이어서 (원내대표를) 안 해봤던 사람이 하면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래서 주 의원이 나온 건 맞는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장 교수는 “‘정진석 비대위’에 대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주 의원이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된다”며 인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아울러 “(주 의원이) 과연 당대표의 얼굴로 적절한가”라며 “곤란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