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한 것 같아요.”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3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을 2대 2로 비겼다. 황희찬의 선제골로 기분 좋게 시작하던 한국은 제르손 베넷에게 멀티골을 허용해 역전을 허용했지만, 손흥민의 프리킥 득점으로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 나타난 손흥민은 “전반전에는 활기차고 득점 찬스도 많이 만들었다. 한 경기에서 90분을 모두 지배하는 경기는 드물다. 어려운 순간이 있었지만, 잘 넘겼다”라면서 “토트넘도 마찬가지고, 세계적인 팀도 고전하는 상황이 온다. 더 분석해서 발전시켜야 한다”고 경기 소감을 밝혔다.
이어 “경기력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겠지만 잘 풀어갔다고 본다. 팀적으로 득점 찬스도 많이 만들었다”며 “팀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완벽한 팀은 없다. 앞으로 부족한 부분을 개선해 완벽에 가까운 팀이 되는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1대 2로 끌려가던 한국은 후반 40분 손흥민의 프리킥 득점으로 기사회생했다. 앞서 후방에서 넘어온 롱 패스를 쫓아 쇄도하는 나상호를 저지하려던 코스타리카의 골키퍼 에스테반 알바라도가 페널티박스 밖에서 공을 손으로 잡았다. 주심은 골키퍼에게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고, 대표팀은 페널티지역 아크 왼쪽 부근에서 절호의 프리킥 기회를 잡았다.
키커로 나선 손흥민은 골대 오른쪽 상단 구석을 노리는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을 흔들었다. 골키퍼는 반응 하지 못하고 볼만 지켜봤다.
지난 6월 평가전 4연전 중 프리킥으로만 두 골을 집어넣은 손흥민은 이번에도 프리킥으로 득점을 넣었다. 대한축구협회(KFA)에 따르면 손흥민의 A매치 4번째 프리킥 득점으로 한국 선수를 통틀어 하석주(54)와 공동 1위에 올랐다.
손흥민은 프리킥 득점에 대해 “특별한 비결은 없다. 그저 운동이 끝나고 시간 날 때마다 계속 프리킥 연습을 해왔다. 운이 좋아서 들어갔다”라면서 “그것보다 오늘 경기를 승리로 가져가지 못해서 더 마음이 쓰인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득점보다 실점에 대해 아쉬워했다. 1대 1 동점 상황에서 후반 18분 제르손 베넷에게 허용한 실점을 자신의 잘못이라고 했다.
그는 “경기를 잘하고도 1대 1 상황에서 내가 기본적인 실수를 했다. 당연히 제 책임이 제일 크다. 팀 적으로는 우리에게 훨씬 기회가 많았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실점에서 아쉬움이 있었고, 개인적인 실수를 줄여야하는 게 맞다. 더 개선해야 한다. 경기력은 개인적으로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동료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 다운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제가 침체되면 팀이 다운될 거라 생각했다”라며 “경기 끝나고 미안하다고 했다. 월드컵에선 그런 실수가 나오면 안 된다. 저도 배워야할 점이 많다. 이런 점을 개선해서 최대한 동료들에게 피해를 안주고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코스타리카전을 마친 한국은 오는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카메룬을 상대한다. 오는 11월에 한 차례의 평가전이 남아있지만, 일정상 유럽파 참가가 불투명해 사실상 월드컵 전 마지막 평가전이나 다름 없다.
손흥민은 “좋은 기분으로 본선에 가는 게 중요하다”라면서 “이제 마지막이다. 부담감보다 잘하고 싶은 마음만 가득하다. 물론 좋은 결과와 내용이 공짜로 주어지진 않는다. 집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잘 쉰 뒤 카메룬전을 잘 준비하겠다. 승리까지 해서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라고 다짐했다.
고양=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