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으로 촉발된 반히잡 시위가 전 세계로 퍼지고 있는 가운데 이란 정부는 미국이 반정부시위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26일(현지시각) 로이터·AP·CNN·가디언지 등 외신에 따르면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이 비록 실패했지만 이란의 안정과 안보를 약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칸아니 대변인은 SNS를 통해서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의 지도자들이 폭도들을 지원하기 위해 비극적인 사건을 남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발언은 히잡 미착용 의문사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에 서방 국가들까지 맹공에 나서면서 역내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나왔다.
지난 13일 히잡 미착용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쿠르드족 여성 아미니(22)가 사흘만인 16일 옥중에서 사망했다. 이후 전국 곳곳에서는 아미니의 죽음에 분노한 시민들이 정부의 인권 탄압을 규탄하는 반정부 시위를 벌여 열흘째 지속되고 있다.
아미니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는 최소 46개 도시로 확산됐다. 이란 국영TV에 따르면 17일 시위가 시작된 이후 최소 41명의 시위대와 경찰이 사망했다. 또 AP통신에 따르면 1400명이 넘는 시위대가 체포됐다.
이번 시위는 지난 2019년 발생한 반정부 시위 이후 최대 규모다. 당시 시민들은 기름값 인상에 항의했고 1500명이 시위 도중 사망했다.
국제사회에서도 이란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앞서 미국은 23일 이번 사태와 관련해 도덕 경찰 간부들을 비롯해 이란 고위관리들을 제재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별도 성명을 통해 “이란 정부는 여성에 대한 조직적인 박해를 종식시키고 평화적인 시위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셉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도 이날 성명을 통해 “EU와 회원국들에 비폭력 시위자들에 대한 광범위하고 불균형한 무력 사용은 정당화될 수 없으며 용납될 수 없다”며 “노골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대통령은 이날 이란의 이른바 도덕경찰과 그 지도부 등 아미니 사망에 책임이 있는 이들에게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뤼도 대통령은 “우리는 이란이 인권을 무시하는 것을 몇 번이고 목격했다”며 “이제는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과 시위에 대한 탄압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외무부는 이번 시위와 도덕경찰 논란과 관련해 이란 대사를 초치해 규탄했다. 아날레나 베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독일 통신사 DPA를 통해 “EU에서 아미니 사망 책임자들에 대한 제재를 포함한 내용에 대해 빠르게 논의해야 할 것”이라며 “평화적인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려는 시도는 해답이 돼선 안 된다”고 했다.
국제언론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에 따르면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격화되면서 최소 20명의 언론인도 체포됐다. CPJ는 성명을 통해 이란 정부에 언론인 탄압을 중단하고 반정부 시위로 체포된 이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