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서 산 타이레놀…“입원 중이면 의사 상담 후 복용하세요”

편의점서 산 타이레놀…“입원 중이면 의사 상담 후 복용하세요”

기사승인 2022-09-30 06:00:26
한 병원 내부에 위치한 편의점. 환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박선혜 기자

환자 및 보호자, 병원 직원들의 편의를 위해 배치된 병원 편의점. 내부에는 기저귀, 물티슈, 소변기 등 입원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물품들이 나열돼 있다. 

뿐만 아니라 여느 편의점과 같이 소염진통제, 종합감기약, 소화제, 파스 등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는 곳도 있다. 기자는 의문스러웠다. 환자가 처방약이 아닌 일반의약품을 병원 편의점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입원 중에도 이를 복용하기 쉬운 조건이 아닐까.

28일 기자가 찾아간 서울권 A 종합병원 편의점에는 이른 아침부터 환자와 보호자, 내원객 등 사람들이 북적였다. 여기서도 타이레놀, 판피린, 판콜 등 다양한 일반의약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병원 편의점에 배치된 일반의약품 코너.   사진=박선혜 기자

기자가 해당 편의점 직원에게 ‘일반의약품을 사가는 환자가 많은가’라고 묻자 그는 “수요가 높은 편이다. 파스도 많이 사가고 타이레놀, 소화제도 잘 나간다”고 답변했다. ‘환자가 약을 사는 것에 대한 별다른 제재는 없나’라는 질문에는 “없다. 문제가 될 게 있나?”고 되물었다.  

무릎 수술로 일주일 째 입원 중인 박모씨(54세·남)는 “이전에 입원했을 때 머리가 하도 아파서 병원 편의점에서 타이레놀을 사서 먹은 적 있다. 병원 안에서 파는 거니까 당연히 사먹어도 된다고 생각했다”며 “나중에 간호사한테 들켰는데, 맘대로 사 먹으면 안 된다더라. 입원할 때도 그런 설명은 없었는데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입원생활 안내문에는 ‘복용하던 약’만 보고하라던데

서울권 상급종합병원들의 입원생활안내문. 입원 전 복용약에 대한 주의사항이 적혀있다. 간호사는 환자가 입원할 때 가지고 있던 약을 검토한다. 병원 입원 중에는 일반의약품 구매 및 복용이 안 된다는 별도 설명은 없다.   사진=박선혜 기자


병원 입원생활 안내문을 살펴보면, 환자는 병원 최초 입원 시 복용하고 있는 모든 약을 의료진에게 확인 받아야 한다. 이는 환자의 약 종류, 상태 등을 확인하고 어떻게 먹어왔는지 향후 약을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의사가 판단하기 위함이다. 

또한 입원 중에는 추가적으로 필요한 약에 대해 의사 처방이 필요하다. 일례로 일상생활에서도 흔하게 느끼는 소화불량이나 두통이라도 간호사나 의사에게 보고하고 별도로 약을 처방 받아야 한다. 

이는 임의로 환자가 약을 사서 복용하게 되면 병원 처방 약과 중복되거나 병용 시 악영향을 주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대수롭지 않은 증상이라도 또 다른 질환의 징후일 수 있어 확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입원생활 안내문에 적혀있지 않다. 일반의약품을 구매한 입원 환자는 이 같은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B 종합병원 간호사는 “가끔 의료진에게 말하지 않고 타이레놀이나 소화제 등을 먹다 발견되는 환자들이 있다. 설명해 준적도 없고, 병원 편의점에서 파는 건데 왜 안 되냐고 따지는 경우도 있는데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며 “보통 입원할 때 환자가 가져온 처방약 위주로 복용 여부를 확인하는데, 일반의약품은 검토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해 복용해도 되는 줄 알았다는 환자들도 더러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런 일이 반복되고 나서는 입원 설명 시 일반의약품을 포함해 모든 약은 꼭 의료진과 상의하고 먹어야하며 증상이 있을 시 먼저 말해달라고 설명한다”며 “정형외과나 신경과, 외과 환자 중에는 이미 진통제나 소화제 계열 약을 대부분 먹고 있어 일반의약품을 임의로 먹으면 중복 복용이 돼 주의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게다가 병원 편의점에서는 환자에게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때 미리 주의를 주거나 먹고 있는 약을 확인할 의무가 없다. 병원 근처 약국보다 접근성이 높고, 전문가와 상의 없이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구조다. 이런 점을 고려해 강북삼성병원 등 일부 병원에서는 편의점 내 일반의약품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일반의약품 중복복용, 심각한 간 손상 일으켜 주의해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500개 넘는 약들에 타이레놀의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이 함유돼 있다. 진통제, 수면 유도제, 충혈 완화제, 진해거담제 등 대다수 처방약들에 동일한 아세트아미노펜 성분들이 중복적으로 함유돼 있다. 

특히 처방약은 일반의약품보다 많은 양의 아세트아미노펜이 들어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24시간 내 4000mg 이상 복용하면 간 독성, 신장 독성이 나타날 수 있다. 아세트아미노펜 함유 용량이 높은 병원 처방약과 타이레놀과 같은 일반의약품을 같이 복용하면 자신도 모르는 새 일일 최대 용량을 넘을 우려가 있다. 

현재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타이레놀의 아세트아미노펜 양은 160mg, 500mg이 있고, 판콜에이(액체형)·판피린(액체형·알약형)에는 300mg이 함유돼 있다.

황은경 대한약사회 소통이사는 “병원에서 처방되는 진통해열제 타이레놀은 650mg을 1일 3회 쓰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처럼 음주율이 높은 나라는 상한량이 3000mg가 적당하다. 만일 처방약에서 별도로 타이레놀 1~2알을 임의로 하루 세번 같이 지속적으로 먹는다면 간에서 독성물질 분해가 늦어져 간경화가 올 수도 있다”며 “판피린이나 판콜은 아세트아미노펜 뿐만 아니라 항히스타민제의 중추작용으로 인지기능장애, 입마름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소화제 역시 과다 복용 시 알레르기나 위와 장벽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알레르기 반응으로는 변비, 설사, 구강 건조, 발진 등이 있다. 황 소통이사는 “체내 소화효소 분비가 줄어 오히려 만성 소화불량 상태를 야기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오범조 서울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종합감기약에는 다양한 성분들이 혼합된 경우가 많다. 하루에 허용되는 안전한 복용량을 초과하지 않도록 안내를 받지 않고 여러 약을 함께 복용할 경우 과량 복용 또는 다양한 성분들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약물부작용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더불어 “소화제는 물리적인 소화를 돕는 위장관 운동촉진제와 화학적 소화를 돕는 위산분비조절 및 소화효소성분 등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이들 중 일부는 과다복용시 신경계 부작용을 유발해 안절부절하는 행동을 보이거나 일부에서는 여성형 유방 같은 성호르몬 교란 증상을 나타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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