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시험도 ‘디지털화’…희귀질환 치료제 탄생 가능성 높여

임상시험도 ‘디지털화’…희귀질환 치료제 탄생 가능성 높여

비대면·웨어러블 기술 통해 집에서 임상…시간·비용 절감, 희귀질환자 참여도↑
국내선 제도적 한계…비대면진료 법제화, 가이드라인 구축 필요

기사승인 2022-10-13 06:00:24
12일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린 2022 국제임상시험컨퍼런스 전경.    사진=박선혜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를 기점으로 비대면 방식의 임상시험, 일명 분산형 임상시험(DCT)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항암제·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있어 성공 가능성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12일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린 ‘2022 국제임상시험컨퍼런스(KoNECT-MOHW-MFDS International Conference, KIC)’에 참여한 업계들은 부스 전시회를 통해 DCT와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을 활용한 다양한 임상시험 기술을 선보였다. 37개의 전시 참여기업 중 DCT와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분산형 임상시험(DCT)이란 ‘하이브리드’, ‘가상’, ‘원격’ 시험으로 흔히 알려져 있는데, 시험의 일부 또는 전부가 기존의 병원이나 시험기관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진행되는 임상시험이다. 

이는 시간과 비용절감으로 신약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임상시험 대상자 등록을 가속화한다. 또한 대상자의 참여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 연구진들은 디지털 환경에서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관리하고 임상 시험 데이터의 오류와 이상치를 원격으로 검토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DCT를 활성화하고자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KoNECT)와 손을 잡고 ‘스마트 임상시험 플랫폼 기반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해당 시범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의 기술과 동향을 보기 위해 찾아온 국내 제약바이오 관계자들로 북적였다. 

임보나 스페로 DCT팀 관리자는 “DCT는 미국 등 토지가 넓은 지역에서 가장 많이 활성화돼 있다. 거리가 멀어 이동이 힘들다보니 원격진료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고, 이를 자연스럽게 임상시험 으로 적용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를 계기로 국내 제약사들의 DCT 의뢰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시간,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미연 랩콥 이사는 “국내사 경우 특성상 신약개발보다는 복제약 개발이나 암, 희귀질환 관련 약을 개발할 때 활용된다. 암이나 희귀질환 경우 환자가 국내에 별로 없고, 거동이 힘들기 때문에 임상시험 참여도가 떨어진다. DCT는 임상 중도 포기자를 줄이는 데도 기여를 한다”며 “최근 희귀질환 신약개발에 집중하는 바이오 업계들이 DCT를 활용해 효율성을 높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참관 부스 중 약물 복용 관리 플랫폼 도즈이즈社의 제품 설명. 임상시험 대상자는 집에서 모바일을 통해 약물 복용 모습을 촬영하고, 활력징후를 측정해 데이터를 기록한다. 연구자는 연구실에서 실시간 확인 가능하며, 이상이 있거나 코멘트가 필요한 경우 대상자에게 메시지를 송신할 수 있다.   화면 캡처

암·희귀질환에 특화된 DCT 방식…국내 인프라 한계 극복 가능

암이나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은 일반적인 임상시험과 크게 다르다. 환자 수가 매우 적어 임상시험 대상자를 찾기가 어렵고, 전 세계에 퍼져 있어 모집과 등록 프로세스가 복잡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임상시험에 위약군 사용에 대한 윤리적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희귀질환 경우 비교할 수 있는 가짜약(위약)이나 표준치료가 효과가 없어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이러한 한계에 벗어나기 위해 AI, 클라우드, DCT 등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일례로 영국 임상수탁기관(CRO) 에르고메드 희귀질환 혁신센터는 메디데이터社의 ‘환자 클라우드(patient cloud)’를 도입했다. 이는 환자들의 활력징후, 신체 활동, 수면패턴 등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모으고 실시간으로 검토함으로써 대상자들에게 임상시험 대한 접근성, 부작용 등의 문제점을 해결한다. 해당 시스템을 통해 DCT 지원도 가능하다.

또한  ‘인텔리전스 트라이얼(Intelligent Trial)’ 기능을 통해 140개국 2만7000건 이상의 임상시험과 8백만 명 이상의 시험대상자를 통해 수집된 업계 최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견을 넓혔다. 이는 임상계획, 임상기관 선정, 임상시험 관련 동향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위험도를 확인하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한 모더나도 메디데이터 솔루션을 활용한 DCT 방식을 채택했다. 전세계에 걸친 임상시험 대상자에게 모바일 기기 등을 통해 치료제 투약 현황, 이상반응을 확인하고 설문지를 직접 작성하도록 했다. 회사 측은 전자임상 결과 평가 플랫폼으로 한 눈에 결과를 분석해 임상 진행 기간을 줄였다. 

이렇듯 지난 수십 년 동안 희귀 질환 극복을 위한 임상시험은 계속 변화해 왔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희귀질환 환자들에게는 새로운 치료제가 절실히 필요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탄력적인 임상연구 방식은 희귀질환 환자들을 위한 신약 개발을 앞당기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국내에선 제도적 한계가 있는 만큼 발전을 위해서는 빠른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한시적으로 시작해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DCT를 적용하고 있다. 기존 방식보다 임상시험 대상자가 병원이나 기관을 방문할 일은 줄었지만, 여전히 왕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비대면 방식은 웨어러블, 약 배달, 원격 상담 등이 허용돼야 한다. 하지만 국내는  비대면 진료, 방문간호 등 법적으로 먼저 완화해야 할 문제점들이 있다. 관련 원격 플랫폼들도 개발이 더딘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복지부가 2020년부터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등 노력하지만 국내 DCT 도입은 미국, 중국 등에 비해 확연히 느린 상황”이라며 “실용성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법적 환경 구성이 우선시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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