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 키즈는 어떻게 글로벌에 통했나

스트레이 키즈는 어떻게 글로벌에 통했나

기사승인 2022-10-13 06:00:34
그룹 스트레이 키즈. JYP엔터테인먼트

그룹 스트레이 키즈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7일 발표한 신보 ‘맥시던트’(MAXIDENT)는 선주문 수량 237만장에 이어 발매 당일에만 130만장, 6일차에는 총 200만장의 판매고를 올렸다(이하 한터차트 기준). 자체 기록을 뛰어넘는 신기록이다. 전작 ‘오디너리’의 선주문 수량은 130만장, 초동은 85만장이었다. ‘맥시던트’로 ‘노이지’, ‘오디너리’에 이은 3 연속 밀리언셀링과 더블 밀리언셀러(200만장)를 동시에 달성한 셈이다.

꾸준한 성장, 스트레이 키즈를 장르로 만들다

스트레이 키즈는 천천히 성장한 그룹이다. 서바이벌을 거쳐 데뷔해 실험적인 노래를 발표해왔다. 개성을 담은 믹스테이프들과 자신이 누구인지 탐구하는 ‘아이 엠 낫’·‘아이 엠 후’·‘아이 엠 유’ 시리즈, 방황을 기조로 삼은 ‘클레’ 시리즈의 ‘미로’·‘레반터’ 등으로 스트레이 키즈의 음악을 각인시켜왔다. ‘조급할 필요 없어’(마이 페이스), ‘힘들지 않아 거친 정글 속에 뛰어든 건 나니까’(미로), ‘머리 아프다’(부작용), ‘더 꽉 묶어’(더블 낫). 직설적인 가사로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하던 이들은 첫 정규앨범 ‘고생’과 리패키지 앨범 ‘인생’을 내며 전환점을 맞았다. 일찌감치 해외 팬덤을 사로잡은 스트레이 키즈는 마라맛을 내세운 ‘신메뉴’와 ‘백도어’로 국내 팬덤 확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어서오십시오’, ‘뚜뚜뚜 뚜뚜뚜’, ‘관계자 외 출입금지’ 등 가사에 잘 쓰이지 않는 말들로 신선한 충격을 주고, 노랫말에 충실한 안무로 퍼포먼스에 연결성을 더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스트레이 키즈의 성장은 가파르게 이어졌다. 소리 괴물에 맞서 줏대를 지키겠다는 주제를 국악 사운드에 접목한 ‘소리꾼’, 이상한 게 곧 평범한 것임을 노래한 ‘매니악’ 등으로 팬덤을 더욱 넓혔다. 강렬한 비트와 재치 있는 노랫말, 개성을 살린 비주얼 콘셉트는 스트레이 키즈 자체를 장르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처음으로 사랑을 주제로 삼은 신보 타이틀곡 ‘케이스 143’도 이들 음악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사랑을 사건 발생에 비유하며 보편적인 사랑노래와 노선을 달리한 점이 대표적이다. 사랑 고백을 ‘143 (I LOVE YOU)’와 같이 숫자를 활용해 표현한 것과 ‘네 모습만 떠올라’ 등 기존의 직설적인 화법을 이어간 대목도 돋보인다. 

‘신메뉴’, ‘백도어’, ‘소리꾼’, ‘매니악’ 등으로 활동하며 팬덤을 확장한 그룹 스트레이 키즈. JYP엔터테인먼트

강렬한 노랫말과 언어유희에 화답한 팬덤

스트레이 키즈의 개성 강한 음악의 바탕엔 프로듀싱 유닛 쓰리라차(방찬, 창빈, 한)가 있다. 이들을 주축으로 스트레이 키즈는 데뷔 초부터 자체 회의를 거쳐 그룹의 방향성을 직접 만들어갔다. 여기에 퍼포먼스 유닛 댄스라차(리노, 현진, 필릭스)와 노래 유닛 보컬라차(승민, 아이엔)가 어우러져 팀에 균형감을 더했다. 한 가요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음악이라는 기본기가 탄탄한 게 스트레이 키즈의 가장 큰 강점”이라며 “음악을 통해 주도적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점이 국내외 팬들에게 와닿은 것 같다”고 평했다.

언어유희, 복합어 등은 스트레이 키즈가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한 비결로 꼽힌다. 스트레이 키즈는 소음(NOISY)을 주제로 한 ‘노이지’(NOEASY), 캐럴 앨범에 악동 이미지를 담은 ‘크리스마스 이블’(Christmas EveL), 대형 사건을 각각 의미하는 맥스·맥시멈과 액시던트·인시던트를 결합한 ‘맥시던트’(MAXIDENT)와 한자 ‘생’을 활용한 ‘고생’(GO生·GO LIVE), ‘인생’(IN生·IN LIFE) 등 다수 곡을 통해 자신들의 색깔을 꾸준히 보여줬다. 스트레이 키즈의 유튜브 댓글란에는 외국 팬들이 언어유희를 새롭게 받아들이며 즐기는 반응을 여럿 찾아볼 수 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일반적이지 않은 개성 강한 음악과 노랫말들이 K팝 팬덤에 통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룹 스트레이 키즈. JYP엔터테인먼트

전 세계서 인기… 본격적인 성장은 지금부터

이 같은 흐름을 타고 스트레이 키즈는 발돋움을 이어가고 있다. 한터차트가 제공한 순위에 따르면, 지난주 스트레이 키즈는 음반과 음원, SNS 언급량 등을 종합한 월드 차트에서 유수의 K팝 그룹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팬덤이 실 구매 음반을 인증한 자료를 토대로 책정한 글로벌 차트에서도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터차트 측은 “스트레이 키즈의 인기는 아시아권에 국한돼 있지 않다. 러시아, 북미, 남미 유럽, 동남아시아 등 전 세계 팬덤의 고른 지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터글로벌 심세나 홍보팀장은 “강렬한 콘셉트를 선호하는 글로벌 팬덤의 유입을 발판으로 팬덤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초동으로 더블 밀리언셀링(200만장)을 기록한 것 역시 스트레이 키즈의 성장세를 보여주는 주요 지표다. 초동 200만장을 돌파한 가수는 방탄소년단과 세븐틴에 이어 스트레이 키즈가 3번째다. 앞서 스트레이 키즈가 ‘오디너리’로 빌보드 200 1위를 기록한 만큼, 그보다 높은 성과를 내고 있는 ‘맥시던트’의 전망도 밝다. 현재까지 빌보드 200에서 두 번 이상 1위를 차지한 K팝 그룹은 방탄소년단뿐이다. 정민재 평론가는 “그룹마다 차별점이 있지만 스트레이 키즈는 타 가수와 확연히 구분되는 개성이 있다”면서 “동양적인 음악과 콘셉트, 스트릿 음악을 넘나드는 너른 스펙트럼과 독특한 퍼포먼스가 팬덤을 사로잡았다. 앞으로 더 올라설 여지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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