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국립대병원에 의사 씨가 마른다

지방 국립대병원에 의사 씨가 마른다

국회 교육위원회, 지방 국립대병원 국정감사
국립대병원 의료인력 부족 ‘심각’… 전공의 0명인 곳도 수두룩
인력충원 해법으로 개원의 활용·정책수가 재검토 등 제시

기사승인 2022-10-13 17:42:45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박효상 기자

각 권역별 거점 국립대 병원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화두는 ‘의사 부족 현상’이었다. 만성적인 의료진 부족으로 지역 의료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12일과 13일 연달아 국정감사를 진행하며 지방대 국립대학병원의 전공의 미달 사태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감사 대상은 부산대병원, 경상국립대병원, 전남대병원, 전북대병원, 제주대병원, 경북대병원, 강원대병원, 충남대병원, 충북대병원 등이었다.

지방 국립대병원의 전공의 미달률은 심각한 수준이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경북대병원의 전체 23개 학과 중 8개만이 정원을 채웠다. 그 중 전공의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과가 4개나 됐다. 심지어 방사선종양학과와 진단검사의학과는 전공의가 한 명도 없었다.

특히 필수의료 과목의 의사 부족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제주대병원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1명도 없는 실정이다.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의 전공의 정원 대비 현원 현황은 △전남대병원 16명 중 6명 △전북대병원 15명 중 5명 △제주대병원 △4명 중 0명이다. 

지방 국립대병원의 필수의료 과목 의사들(전공의 포함)은 이비인후과에 비해 1명당 1.3배~2.5배 더 많은 환자를 감당하는 상황이다. 권 의원에 따르면 전남대병원의 경우 이비인후과 의사가 3.1명을 진료할 때 소아청소년과, 내과, 외과, 산부인과 의사는 평균 6명의 환자를 봐야 한다.

의사 부족 현상으로 인한 높은 업무강도 등으로 퇴사율도 높다.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충북대병원은 2022년 9월 기준 올해에만 35명이 사직했다. 충남대병원도 본원은 19명, 분원은 12명이 병원을 떠났다. 특히 입사 2년 이내 퇴사자 비율이 높았다. 충북대병원은 42.9%, 충남대병원 본원은 36.8%, 분원은 91.7%에 달했다.

이러한 의사 부족 현상은 현장에선 ‘진료보조인력(PA)’로 메꿔지고 있다. PA는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의사가 하는 진료·치료 행위 일부를 대신하는 병원 내 보조 인력을 말한다. 

서동용 의원에 따르면 올해 기준 충청권 병원의 PA 활용률은 △충북대병원 82명(7%) △충남대병원 본원 74명(4.6%) △충남대병원 분원 87명(14%)에 달했다. 서 의원은 “충북대병원의 경우 간호사 정원 대비 51명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런데 PA로까지 투입되면 그 업무부담은 고스란히 남은 간호인력에게 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조속히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필수의료과 의사 부족, 수도권 전원률이 높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나”라고 물었다. 서동용 의원도 “의사 인원이 부족해서 증원을 요청했더니 (기획재정부에서) 거절 당하고, PA를 활용해 결국 간호사 퇴사로 이어지는 이 악순환 고리 끊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립대병원의 의사인력 증원은 기재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김용림 경북대병원장이 13일 대구교육청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대구광역시교육청 유튜브 캡처

대책으로는 다양한 방법이 제시됐다. 

우선 개원의를 활용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서병수 의원은 “지자체와 병원, 교육부가 일종의 연합체를 만들어서 개원의가 1주일에 1번, 한 달에 2번 정도 대학병원에서 근무를 할 수 있게 해서 전공의 부족 현상을 보완하는 제도를 생각해야하지 않나”라고 물었다. 김용림 경북대병원장은 “미국에서 이미 시행하는 시스템인데 우리나라도 도입할 필요성이 있는 거 같다”고 공감했다.

국립대 의대 정원을 재배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송병철 제주대병원장은 “필수의료 인력을 늘릴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는 지방국립대 정원을 늘리는 것”이라며 “지방에 있는 국립대병원의 정원이 적다. 전체 정원을 늘리지 않더라도 배분을 통해 증원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의료분쟁 특례법 제정 등으로 법정분쟁 부담 해소, 필수의료 정책수가 재검토 등 해법도 제시됐다. 안영근 전남대병원장은 “많은 의료진은 필수의료 과목을 선택함으로써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어려운 시술을 하게 되면 의료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특례법이 제정돼 적극적인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흉부외과, 외과 등의 필수의료의 수가를 강력하게 재검토해야 한다”며 “어려운 일을 하고 있는 의료진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국회 교육위원회는 오는 19일 국회에서 서울대병원과 서울대치과병원 국정감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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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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