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 우승까지 17년 [K리그]

울산 현대, 우승까지 17년 [K리그]

3년 연속 준우승 아픔 딛고 17년 만에 우승
영입생들 맹활약에 홍명보 리더십의 조화

기사승인 2022-10-17 15:52:00
2022시즌 우승 확정 후 기념 사진을 찍는 울산 현대 선수단.   연합뉴스

프로축구 울산 현대가 17년 만에 한을 풀었다.

울산 현대는 지난 16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2’ 37라운드 강원 FC와 맞대결에서 2대 1로 승리했다.

승점 76점이 된 울산은 전북 현대를 제치고 남은 최종 라운드 결과에 상관없이 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구단 역사상 3번째 우승이다. 울산이 우승을 달성한 건 2005년 이후 약 17년 만이다.

지긋했던 ‘준산’에서 벗어나다

울산은 K리그 최다인 준우승 10회라는 기록을 떠안으며 ‘만년 2등’이란 불명예에 시달렸다. ‘준산(준우승 울산)’이라는 조롱까지 들을 정도였다. 특히 최근 3년간은 선두를 유지하다 리그 막판 전북에 통한의 역전을 허용했다.

2019시즌에는 1위를 지키다 리그 최종전에서 포항 스틸러스에 1대 4로 대패해 전북 현대에 역전 우승을 허용했다. 2020년에도 시즌 내내 리그 선두를 달리다 2경기를 남기고 전북에 밀려 준우승에 그쳤고, 2021시즌 역시 막바지 전북에 트로피를 빼앗겼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지난 3월 전북 전에서 1대 0으로 승리한 이후 단 한 번도 1위를 내주지 않으며 ‘와이어 투 와이어(wire to wire)’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위기도 있었다. 한때 전북과 격차가 11점 차까지 벌어지다 8월에 5점 차까지 좁혀졌다. 하지만 전북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3경기 연속 연장 접전을 치른 뒤 체력 문제를 노출하며 힘을 잃었다. 

울산은 ‘리그 올인’ 작전이 통했다. 지난 8일 전북과 맞대결에 앞서 열린 대한축구협회(FA)컵 준결승전에서 로테이션을 가동해 1대 2로 패배했지만, 리그에서는 전력을 최대로 끌어올려 2대 1 극적인 역전승을 일궈내 우승 9부 능선을 넘기도 했다.  

울산의 주장인 이청용은 강원 전이 끝나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시즌 동안 내내 1위를 유지하면서 우승했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 많은 압박을 받았지만, 우승이라는 성과를 내 기쁘게 생각한다”라며 “지난 8일 전북과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하면서 우승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여러 차례 고비가 있었지만, 구성원들이 이를 해결,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득점 직후 환호하는 울산 현대의 아담 마틴(가운데).   한국프로축구연맹

주축 선수 다 떠났지만…신입생들이 일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울산은 주축 선수들이 대거 팀을 떠났다. 울산의 앞선을 지탱하던 이동경(FC 한자로스토크)과 이동준(헤르타 베를린)이 독일 무대로 떠났고, 홍철(대구FC)과 윤빛가람(제주 유나이티드), 데이브 불투이스(수원 삼성) 등도 국내 팀으로 이적했다. 여기에 개막 직전 오세훈(시미즈 에스펄스)이 돌연 일본행을 택했다.

매 시즌 전북과 맞먹는 투자를 하던 울산이지만, 팀의 전성기를 이끈 선수들이 한 번에 떠나자 올 시즌만큼은 ‘힘들 것이다’라는 평이 뒤따랐다. 

울산은 빠르게 재정비에 나섰다. 지난 시즌 도중 영입한 바코만 남기고 외국인 선수를 갈아엎었다. 중국에서 뛰던 레오나르도와 일본에서 뛰던 아마노를 품었다. 레오나르도는 11골 4도움을, 아마노는 9골 1도움을 기록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국내 선수 보강에도 성공했다. K리그 경험이 없는 국가대표 수비수 김영권과 지난 시즌 광주FC에서 ‘크랙(경기 흐름을 뒤집을 수 있는 역량을 지닌 선수)’으로 성장한 엄원상을 영입했다. 울산은 김영권이 합류 후 올 시즌 37경기에서 31골만 내주며 최저 실점팀으로 자리 잡았고, 엄원상은 12골 6도움을 기록하며 리그 MVP로 부상했다.

방점은 ‘헝가리 폭격기’ 마틴 아담이 찍었다. 부진한 외국인 선수 코스타를 대신해 7월 여름 이적시장에서 영입된 아담은 시즌 초반 주춤했지만, 190㎝의 피지컬에서 나오는 위력적인 제공권을 앞세웠다.

특히 지난 8일 전북 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킥 동점골과 종료 직전 결정적인 헤딩 결승골을 뽑아내며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었다. 지난 16일 강원 원정에서도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우승을 확정 지었다. 8월부터 정규리그에 출전한 마담은 13경기에 출전해 9골 3도움을 기록하며 울산 우승의 일등 공신이 됐다. 

우승 직후 선수단에게 헹가래를 받는 홍명보 감독.   연합뉴스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강하게…우승 이끈 홍명보의 리더십

울산은 2021시즌을 앞두고 2년 연속 준우승에 그친 김도훈 감독의 후임으로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다. 홍 감독은 2017년부터 대한축구협회 전무를 지내다 4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왔다. 부임 첫해에 ‘트레블(3개 대회 우승)’을 눈앞에 뒀지만, 어떤 대회에서도 우승하지 못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홍 감독은 시즌 막판에 미끄러지는 것은 선수들의 정신적인 문제라고 판단해 선수 개개인에게 ‘맞춤형 코칭’을 진행했다. 투지가 부족한 선수에겐 용기를 줬고, 자책을 많이 하는 선수에겐 칭찬을 건넸다. 선수들의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 외국인 선수를 포함한 선수단 전원에 성격유형검사(MBTI)를 받게 할 만큼 세심하게 선수단을 관리했다.

홍 감독이 매번 선수단을 부드럽게만 대한 것은 아니다. 선수단이 좋지 않은 경기력을 보일 때면 미디어와 인터뷰에서 선수단을 비판하며 투쟁심을 끌어내기도 했다.

지난 4월 공개된 구단 자체 제작 다큐멘터리에선 이러한 홍 감독의 리더십을 엿볼 수 있다. 영상 속에서 그는 조호르 다룰 탁짐(말레이시아)과의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1대 2로 패배한 후 라커룸에서 “이게 팀이야?”라고 호통을 치며 캐리어를 걷어찬다. 충돌만 하면 쓰러지고, 실점 후에는 선수들이 심판만 본다는 홍 감독의 지적이었다. 이후 울산 선수단의 마인드가 달라졌다는 후문이다. 

한편 홍 감독은 ‘10년 대운설’을 다시 증명했다. 2002년 주장을 맡아 나선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썼던 그는 10년 뒤 지도자로 나선 런던 올림픽에서 기적같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현재, 울산 역사에 남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아울러 홍 감독은 조광래, 최용수, 김상식에 이어 역대 네 번째로 선수와 사령탑으로 모두 K리그 우승을 경험한 인물이 되는 기쁨도 누렸다.

홍 감독은 우승 직후 기자회견에서 “울산을 모든 면에서 선도하는 팀으로 만들고 싶다. 꼭 좋은 선수, 비싼 선수들만 데려와서 우승하는 게 아니라, 훌륭한 선수들을 데려와 우승할 수 있는 팀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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