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A씨(32)는 일본 주식시장에 눈을 돌렸다. 역대 최저가를 맞은 엔화로 미국 ETF에 투자하면 국내에서 투자한 것보다 더 큰 차익을 남길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엔화 가치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국내 투자자 사이에서 엔화 환테크(환율+재테크)가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주식, 상장지수펀드(ETF)에 뛰어드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8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최근 1개월(10월 8일~11월 7일)간 국내 투자자의 일본 주식 매수(4955건)와 매도(2956건)를 모두 합친 전체 거래량은 7911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6067건) 보다 23.3% 늘었다.
이 기간 동안 국내 투자자들이 순매수한 일본 주식 상위 50개 종목 중 12개가 ETF다. 1위는 미국 ETF인 ‘아이셰어즈 미국채 20년 ETF’로 260만6353달러(약36억979만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닛코 나스닥 100 ETF’의 순매수 금액도 227만2848달러(약31억4789만원)에 달한다.
이 두 종목은 엔·달러 변동성 위험을 환헤지(위험 회피)한 상품으로, 달러 대비 엔화 가치의 등락 여부가 ETF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엔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자 같은 달러로 더 많은 일본 주식을 매수할 수 있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유리하다.
실제 엔저 기류가 본격화된 지난 8월부터 일학개미의 거래량이 급증했다. 지난 5월 27일 달러당 127.11엔이었던 엔·달러 환율은 지난 10월 21일 심리적 지지선인 150엔을 찍었다. 8일 기준 엔·달러 환율은 146.64엔으로 여전히 엔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엔화 가치가 저점을 찍고 오르면 외화로 환산한 일본 주식 가치가 더 올라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일본 주식을 직구하거나 닛케이 지수에 연동된 ETF도 사들이고 있다. 일본 주식 상위 4위는 일본 증시 관련 ETF ‘넥스트펀드 니케이225 더블 인버스 ETF’다. 한 달간 228만7665달러(약 31억6841만원)가 몰렸다
증권사들은 엔저 현상이 길게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일본 시장에 대한 관심도 앞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해인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본 엔화 약세가 적어도 올해까지나 길게는 내년 2월까지는 지속될 것”이라면서 “달러 자산을 보유한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달러 자산을 매도해 환차익을 얻고 엔화 자산을 매수하려는 수요가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세계 각국이 긴축 정책을 펼칠 때 일본은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돈을 계속 찍어내며 10년물 일본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고 있다”면서 “다른 국가들과 금리 수준, 통화량이 점점 벌어지면서 엔화 약세가 심화하고 있는데 근본적인 상황이 변하지 않는 한 엔화 약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분할 매수할 것을 조언했다. 김 연구원은 “단기간에 환차익 목적으로만 일본 ETF에 투자하기에는 리스크가 높다”면서 “투자 기간을 장기로 늘릴 때는 배당이 높은 ETF를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유리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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