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우승 후보로 지목된 팀들이 나란히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2022~2023 에이닷 프로농구’ 정규리그가 벌써 1라운드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오는 10일에 열리는 두 경기를 마지막으로 1라운드가 종료된다.
동아시아슈퍼리그(EASL) 예선 조별리그 무산의 여파로 올 시즌 1라운드는 경기 수는 팀별로 상이하다. 안양 KGC, 서울 삼성은 라운드 기준 경기 수인 9경기보다 1경기 많은 10경기를 치르며, 서울 SK와 창원 LG는 1경기 적은 8경기를 하게 된다. 잔여 일정은 추후 편성된다.
올 시즌 프로농구 1라운드 키워드는 ‘반전’이다. 우승 후보로 거론된 팀들은 죄다 하위권에 위치한 반면, 하위권이 예상됐던 팀들은 나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9일 기준 KT와 전주 KCC는 공동 7위에 위치했다.
KT는 시즌에 앞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5팀의 감독에게 표를 받으면서 우승 후보 1순위로 올랐다. 허훈이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하면서 가드진이 약해졌지만, 자유 계약(FA)으로 이현석, 김동량 등 알짜배기 자원들을 영입해 전력 누수를 최소화했다. 선발 자원과 벤치 선수들의 격차가 가장 없다는 평이 따랐다. 지난달 통영에서 열린 한국프로농구(KBL) 컵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기대치를 더욱 끌어올렸다.
하지만 정규리그 돌입 후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정성우(평균 12.9점 4.2어시스트), 하윤기(평균 11.7점 6.9리바운드) 등이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지난 시즌과 같은 조직력이 살아나지 않고 있다.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도 뼈아프다. 컵대회에서 MVP를 차지한 이제이 아노시케는 정규시즌 돌입 후 평균 10점 5.3리바운드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1옵션 외국인 선수 랜드리 은노코는 평균 7.8점 7.1리바운드에 그치는 등 아노시케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그래도 최근 3경기에서 2승 1패를 거두면서 쳐졌던 분위기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 부상으로 2경기에 결장한 양홍석도 빠르게 복귀, 지난 6일 SK전에서 위닝 3점슛을 꽂으면서 자신감을 되찾았다.
KT와 함께 공동 7위를 구성한 KCC 역시 만족스럽지 못한 순위표를 받았다. 비시즌에 자유 계약(FA) 선수로 이승현과 허웅을 동시에 영입하며 중상위권 전력으로 평가받았다.
허웅-이승현-라건아로 이어지는 삼각 편대는 상당히 위력적이다. 국내 최고의 슈터로 거듭난 허웅은 두 빅맨의 도움을 받으며 올 시즌에도 가공할 득점력을 뽐내고 있고, 이승현과 라건아는 허웅의 뒤를 받쳐주며 골밑을 단단히 지켜주고 있다. 주장인 정창영 역시 준수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한 선수들이 아직 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주전 가드로 낙점된 김지완과 전준범은 부상으로 시즌 초반 부상으로 코트에서 볼 수 없었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 300경기를 뛰며 기대를 모은 론데 홀리스 제퍼슨은 한국 농구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모양새다. 뒤늦게 입국해 팀과 손발을 맞출 기회가 적었던 그는 정규리그 9경기를 치르는 동안 8.2득점 4.7리바운드에 그쳤다.
SK는 올 시즌 징크스를 피하지 못한 모양새다. 좋은 성적을 거둔 시즌 이듬해 매번 부진하며 ‘롤러코스터’라는 별명이 붙은 SK다. 전희철 SK 감독도 미디어데이에서 “롤러코스터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언급했지만, 현재 2승 5패로 9위까지 추락했다.
지난 시즌 전무후무한 ‘트리플 크라운(컵대회·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한 SK는 올 시즌을 앞두고 포워드 안영준이 군 입대로 전력에 누수가 생겼다. 여기에 비시즌 도중 최준용이 족저근막염 부상을 입어 1라운드를 통째로 결장했다. 버팀목이었던 최부경마저 허리 부상으로 이탈했다.
주축 포워드 3명이 동시에 이탈하자 SK의 공수가 모두 무너졌다. 외곽 활용자원이 없어지면서 SK는 김선형-자밀 워니의 투맨 게임에 의존하게 됐고, 경기 당 평균 리바운드도 37.0개로 리그 8위의 저조한 기록이다. 팀 속공 득점(8.4점)은 5위에 그친다.
부상 중인 최준용은 11월 중순에 먼저 복귀할 예정이다. 최준용이 합류한다면 SK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다크호스로 평가받은 대구 한국가스공사는 2승 7패로 최하위까지 추락했다.
한국가스공사는 올 시즌을 앞두고 8명의 선수를 영입했다. 이대성을 트레이드로 데려오며 김낙현의 빈자리를 메웠고, 외국인 선수 자리에는 213㎝의 유슈 은도예와 KBL 무대에 잔뼈가 굵은 머피 할로웨이를 품었다. 여기에 아시아 쿼터인 필리핀 출신 샘조세프 벨란겔까지 합류하며 탄탄한 전력을 만들었다.
이대성이 9경기 평균 17.78점 3.6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분전하고 있지만, 동료들의 지원이 부족하다. 주축 선수들이 대거 바뀐 탓에 아직은 호흡이 맞지 않은 모습이다. 할로웨이(평균 11.3점)와 은도예(평균 9.4점)도 득점력이 저조한 상황이다.
부상자가 속출한 것도 치명타였다. 수비의 핵심인 차바위가 시즌 초반 6경기를 결장했고, 주전 가드 이원대도 갈비뼈 부상으로 일주일 가량 쉬다가 지난 6일에 복귀했다. 두 선수가 돌아오니 빅맨 이대헌이 발목 부상으로 한 달 가량 휴식을 취해야 한다.
위안거리가 있다면 11월 일정이 다소 넉넉하다는 점이다. 지난 6일 LG전 이후 10일 가량 휴식을 취한 뒤 오는 17일에 다시 경기를 치른다. 17일 경기를 포함해 11월에 4경기만 치르면 돼 무너진 조직력을 끌어올린 시간이 충분해 보인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