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3국 정상이 북한의 도발에 공동 대응하기로 합의하며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한미일 3국 정상이 포괄적인 성격의 공동성명을 채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만나 한미일 정상회의를 진행했다. 한미일 정상은 지난 6월 스페인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후 4개월 여 만에 다시 마주 앉았다. 

이날 회담은 모두발언을 포함해 총 15분 동안 진행했다. 북한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 속에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3국은 이날 회담을 통해 ‘인도·태평양 한미일 3국 파트너십에 대한 프놈펜 성명’을 채택했다. 3국 정상은 “대북 확장억제 강화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며 “더욱 긴밀한 3국 연대를 공고히 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동성명에는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확장억제 강화 △북한 미사일에 관한 3국 간 실시간 정보공유 의향 표명 △3국 간 경제안보대화체 신설 △경제적 강압에 대응하기 위한 연대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미일 정상의 환영과 향후 협력 △복합적 도전 과제 공동 대응 위한 협력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앞서 3국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북한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3국의 파트너십 강화 의사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한미일 공조는 보편적 가치를 수호하고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안정 이루기 위한 강력한 보루”라며 “한미일 정상 간 (회담이) 이렇게 다시 개최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오늘 회의를 통해서 한미일이 더욱더 강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북한을 겨냥한 비판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그는 “북한은 핵과 미사일 협력에 대한 자신감을 토대로 한층 더 적대적이고 공세적인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면서 “지난 5월 제가 취임한 후 지금까지 50여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10월 말부터 11월 초에 집중적으로 발사했다. 그중 한 발은 동쪽 북방한계선을 넘어 우리 관할 수역에 착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분단 후 처임 있는 일로써 매우 심각한 도발”이라며 “우리 국민이 깊은 슬픔에 빠져있는 시기에 이러한 도발을 감행한 것은 김정은 정권의 반인도주의적 반인륜적 성향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국도 화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의 미사일과 핵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중요한 동맹국으로 협력을 강화해 왔으며, 우리는 또한 다른 과제들에 대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북한이 지속적으로 도발행동을 계속하고 있어 한미일 3자 파트너십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경제 회복,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한미일 정상회담 의제도 제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늘 우리는 공급망 강화, 경제 회복력 강화,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 또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강화,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여러가지 과제에 대해 그 어느때보다 행보를 같이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더 강력한 협력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기시다 총리는 “북한에 의한 전례 없는 그런 도발이 이어지고 있다”며 “추가적인 도발도 예정되는 가운데 오늘 이렇게 한미일 정상회담이 개최된 것을 매우 시의적절한 것이라고 느끼고 있다. 한미일 연계를 더욱 강화하고 의연하게 대응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미일 정상은 모두발언 서두에 이태원 참사에 관한 애도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비극적인 일로 미국인 두 분과 일본인 두 분이 희생됐다”며 “안타깝고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서울에서 터진 비극에 대해 먼저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사랑하는 이들을 잃었다”고 언급했다.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에 이태원에서의 슬픈 사고에 대해, 그리고 희생에 대해 애도의 말씀을 표하고자 한다”고 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