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 30여명이 정부에 진심어린 사과와 철저한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다. 유족이 한 차리에 모여 기자회견을 한 건 참사 이후 24일 만에 처음이다.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유가족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배우 고(故) 이지한 씨의 어머니는 “초동 대처만 제대로 했어도 158명의 희생자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희생자 이상은씨 아버지는 “국가에 묻고 싶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국가가 어디 있었는지, 국가가 뭘 했는지, 이제 국가가 답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희생자 이남훈씨의 어머니는 아들의 사망증명서를 들어보이며 “사망일시 ‘추정’ 이태원거리 ‘미상’ 사인은 ‘미상’이라고 쓰였다. 우리 가족은 아들이 죽은 원인을 이제 알아야겠다. 어떤 순간 죽음에 이르렀는지, 누가 도와줬고 심폐소생술은 받았는지, 이송 중 사망했는지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냐”고 했다.
명단 공개에 관련한 입장도 나왔다. 윤복남 민변TF팀장은 “정부의 선제적인 조치 없다보니 언론사나 종교행사에서 사적으로 공개하고 있다”며 “정부는 공개를 희망하는 유가족들의 의사를 확인하고 공개가 가능한 희생자의 이름을 온전한 추모와 기억을 위해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유가족이 민변과 함께 발표한 대정부 요구사항은 △진정한 사과 △철저한 책임규명 △피해자 참여를 보장하는 진상 및 책임규명 △참사 피해자 소통 보장·인도적 조치 적극 지원 △희생자에 대한 기억과 추모를 위한 적극적 조치 △2차 가해 방지를 위한 입장 표명과 대책 마련 등 6가지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날 “이태원 참사 원인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이뤄지고 그 결과에 따라 책임자와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그래야만 유가족들이 정당한 법적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입장을 재확인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