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술자리 의혹으로 법적공방이 이어지면서 ‘언론중재법’을 추진한 더불어민주당의 동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과 진보성향 매체 더탐사를 대상으로 10억대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했다.
13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김 의원은 지난 10월 국정감사 진행 중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다. 강남구 청담동 소재 한 고급 주점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 장관, 김앤장 변호사 30여명이 술을 마셨다는 내용을 주장했다.앞서 김 의원은 국정감사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 장관이 청담동의 한 술집에서 밤늦게 모임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 장관은 강하게 부인했다.
술자리 의혹의 관계자 첼리스트 A씨는 최근 경찰 조사에서 해당 의혹이 거짓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김 의원은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감을 표한다”고만 전했다.
한 장관이 김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는 등 조치를 취했지만 그럼에도 김 의원은 물러서지 않았다. 김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SNS에서 “김의겸 후원 마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정치자금법이 규정한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액 한도인 1억 5000만원을 모두 채웠다는 점을 알린 것이다.
김 의원은 지난 8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한 장관에 대해서도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국민을 대신해서 물어보는 게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의무기에 사과하고 말 문제가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은 ‘김 의원 리스크’로 골머리를 앓는 모습이다. 김 의원은 지난 9월 민주당의 대변인이 된 이후부터 술자리 의혹을 포함한 3번의 가짜뉴스를 유포했다.
지난 9월 김 의원은 한 장관이 행사장에서 이재정 민주당 의원을 만난 후 따라가 의도적으로 악수 장면을 연출했다고 여러 차례 방송에서 주장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지난달 9일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EU(유럽연합) 대사가 민주당과 회동할 때 전·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교한 것처럼 브리핑했다. EU 측이 하지도 않은 말을 지어냈다는 취지로 항의하자 김 의원은 27시간 만에 이례적으로 공개 사과했다.
이에 지난해 언론중재법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단독으로 통과시킨 민주당에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차기 국민의힘 당권주자로 꼽히는 김기현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의겸 의원과 더탐사는 법과 원칙에 따라 즉각 구속하고 법정 최고형으로 다스려야 한다”며 “더 늦기 전에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유포하는 행위에 반드시 엄중한 책임이 따른다는 선례를 만들어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김 의원의 행태를 지적하며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내놓았던 민주당을 비판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12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언론중재법 입법을 떠나 제대로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거짓으로 드러난 것에 대해 사과도 하지 않으면 국회의원으로서 자격이 없는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장 소장은 “법의 취지는 괜찮은데 그 취지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한 의원에 대해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법 개정을 하겠다는 것 자체가 적반하장의 모습”이라며 “이를 실행하고 담보해낼 만한 민주당의 능력과 도덕성이 없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 또한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김의겸 의원이 빨리 민주당 대변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며 “가짜뉴스를 퍼뜨렸다고 해서 민주당 의원 전원에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으니 김의겸 본인이 부끄러워서라도 사과하고 그만둬야 한다”고 비판했다.
황 평론가는 만약 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에 대해 다시 논의하게 되는 것에 “국민의힘 쪽에서는 ‘집안 정리부터 하고 나와라’고 말하면 된다”며 “그 문제는 나 몰라라 한 채 입법을 시도하면 무슨 설득력이 있겠느냐고 국민의힘에서 점잖게 꾸짖으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법 전문가는 가짜뉴스 처벌 방법이 없다고 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2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가짜뉴스를 구별할 방법이 없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더라도 ‘진실’을 찾기는 어렵다”며 “그렇기에 (가짜뉴스에 대한) 처벌법이 존재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한 교수는 “허위사실 유포 같은 것도 사회 공론장 같은 것을 통해 걸러내는 정도 수준에서 그쳐야 한다”며 “민주 사회라면 아무리 황당한 이야기를 하더라도 용인할 수 있어야 한다. 유언비어 같은 경우 사회 풍자 기능, 비판 기능을 가지는데 그런 걸 못하게 한다면 권위주의 체제로 넘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언론중재법은 지난해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되지 않아 상정 철회된 상태다. 올해 말까지 언론중재법, 정보통신망법 등이 함께 논의되기로 했지만 현재 정국이 얼어붙어 거론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