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값은 같은데 월급은 달라요 [마지못해,상경⑤]

커피값은 같은데 월급은 달라요 [마지못해,상경⑤]

기사승인 2022-12-19 06:00:15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해 시·군·구별 근로소득 연말정산 신고현황을 분석한 결과, 평균 연봉 상위 10개 지역은 모두 수도권이다. 하위 10개 지역은 대다수 지방이었다.   사진=박효상 기자 

그리스 서사시 오디세이에는 사면초가에 빠진 오디세우스 이야기가 나온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항로에서 괴물 스킬라와 소용돌이 카리브디스 중 하나를 골라 맞서야 했다. 괴물은 부하를, 소용돌이는 배를 잃는 위험이 있었다. 나아가려면 선택해야 했다. 결국 오디세우스는 괴물과 싸웠고 부하 여섯을 잃었다. 그는 후회했을까, 문제에 정답은 있었을까. 쿠키뉴스 특별취재팀이 만난 지방 청년은 모두 한 명의 오디세우스였다. 서울로 갈 수도 고향에 남을 수도 없는 진퇴양난 인생. 어떤 선택지를 골라도 일자리, 집, 생활비, 외로움의 고통이 따라왔다. 땅 위에서 부유하는 지방 청년들. 고향에 남은 이의 이야기는 [마지못해, 상경] 홀수 편에, 상경한 이의 목소리는 짝수 편에 담았다. 저마다 다른 선택을 한 지방 청년의 삶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편집자주]

수도권은 44만5000원. 전국은 64만3650원. 20만원 가까이 차이 난다. 온라인 에어컨 판매·설치 비용은 수도권이냐 그 외 지역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모든 물자는 서울로 몰린다. 지방에서 나는 농산물도 때로는 서울을 거쳐 다시 지방으로 내려온다.
 
“지방이나 서울이나 물가는 결국 비슷하지 않나요? 집값 빼면 다르지 않아요. 커피숍, 치킨집, 편의점. 프랜차이즈 가격은 똑같잖아요” 전남 순천에 거주하는 채종일(33)씨는 지방 물가 수준을 묻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는 어디를 가나 4500원이다. 지방이라고 저렴하지 않다. 더 비싼 품목도 있다. 행정안전부 지방물가정보공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외식비 평균 가격 중 김치찌개백반은 7423원이다. 제주 8750원, 충남 8300원, 전북 8250원, 강원 8000원 등이다. 서울보다 싼 곳은 울산 7400원, 전남 7222원, 부산 7357원 등 6곳에 불과하다. 

지방 청년 박주영씨의 지난 6월 지출내역. 리터당 2000원을 넘었던 당시, 이른 여름 휴가를 떠나 유류비가 평소보다 많이 나왔다.   그래픽=이소연 기자
지방 청년의 가계부를 살펴보자. 광주에 사는 박주영(28·가명)씨. 지난 6월 식비로 47만8716원을 썼다. 식비는 대부분 저녁 비용이다. 아침은 먹지 않고, 점심은 회사에서 해결한다. 직접 요리를 하지만 배달 음식도 종종 시켜 먹는다. 주거 및 통신 비용은 17만4170원이다. 통신비 8만원, 전기료 등이 포함된 오피스텔 관리비 9만원 가량이다. 전세로 거주해 주거비는 더 들지 않는다. 편의점·마트·세탁비 등 생활비가 22만2160원, 카페·간식 14만5600원, 온라인 쇼핑 10만7190원, 경조·선물 3만7000원 등이다. 이달 총 지출은 202만911원이다.

지방에서 생활해 드는 비용도 있다. 유류비와 보험 등 자동차 관련 지출이다. 수도권 외곽에 거주하는 이유림(여·33·가명)씨. 본가로 내려오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운전면허를 따고 중고차를 구매한 것이다. 직장과 집을 오갈 교통수단은 마땅치 않다. 자차가 없으면 취업이 되지 않는다. 버스는 1시간에 1대. 지하철은 없다. 상경해 혼자 살 때보다 식비·주거비는 줄었지만 매달 20만원 이상의 유류비가 추가됐다. 

문제는 지방 소득이다. 지방 청년 소득은 수도권보다 현저히 낮다. 지난해 기준, 서울 근로자 평균 총급여액은 4657만원이다. 울산과 세종, 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모두 3400~3900만원대다. 가장 낮은 제주는 3419만원이다. 강원 3522만원이다. 서울과 비교해 연봉이 1100만원 가량 차이난다. 도시와 농촌으로 비교하면 격차는 더 커진다.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농촌 청년(만 19~39세)의 월평균 가구 소득은 도시 청년보다 215만원 적었다. 같은 직업, 경력이라도 지방에 내려오면 소득은 줄어든다. 대전에서 개발자로 일하던 박유진(여·31)씨는 몇 년 전 상경했다. 비슷한 경력의 서울 개발자와 연봉 차이가 500만원 이상 난다는 사실을 듣고 ‘현타’가 왔다. 박씨는 “연봉 1000만원 차이는 우습게 나는 것을 보고 상경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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