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 작고‧우마무스메 마차 시위… 2022 게임업계 무슨 일 있었나

김정주 작고‧우마무스메 마차 시위… 2022 게임업계 무슨 일 있었나

기사승인 2022-12-28 07:00:07

2022년 게임업계도 다사다난했다. 국내 게임산업의 선구자로 평가 받았던 김정주 넥슨 창업주의 별세 소식이 연초부터 전해졌다. 판교 한복판에서 마차 시위가 열리는 등 게임사에 소통을 요구하는 이용자들의 목소리도 작년보다 높아졌다. P2E(플레이 투 언), 일명 ‘돈 버는 게임’ 개발이 활발히 이뤄졌지만 불안정한 가상화폐 시장 상황 탓에 개발사들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기도 했다. 연말을 맞아 2022년 게임업계에 불어 닥친 주요 이슈들을 정리해봤다.

셧다운제를 도입, 운영했던 여성가족부.   쿠키뉴스 자료사진

셧다운제, 역사 속으로

1월 1일, 셧다운제가 폐지됐다. 2011년 11월 20일 시행된 이후 약 10년 만이다.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컴퓨터 게임 중독을 방지하고 수면 시간을 보장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16세 미만 청소년은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게임을 할 수 없고, 게임 제공자가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셧다운제는 악법으로 손가락질 받아왔다. 입법 당시부터 잡음이 잦았다. 게임을 중독 물질로 규정하는 등 기성세대의 편견과 몰이해에서 비롯된 제도라며 업계와 게이머의 반발에 부딪혔다. 

실효성 논란도 끊이질 않았다.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율이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일부 효과도 봤지만 게임 시간제한과 수면의 인과관계 증명 실패, 게임 과몰입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학업 스트레스라는 연구 결과 등이 나오면서 제도 존속 여부를 놓고 논의가 뜨거웠다. 

아울러 PC에서 모바일로 옮겨간 게임 생태계, 유튜브 및 넷플릭스와 같은 OTT에 대한 접근성이 강화 된 최근에는 PC 게임 사용시간만 엄격히 통제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셧다운제 폐지 논의는 지난해 7월 유명 게임 ‘마인크래프트’ 논란이 터진 후 급물살을 탔다. 마인크래프트는 본래 12세 이용가 게임이지만, 셧다운제로 인해 한국에서만 19세 이상만 구매할 수 있는 게임이 됐기 때문이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폐지됐지만 ‘게임시간 선택제’는 계속 유지된다. 보호자와 자녀가 자율적으로 게임 이용 시간을 조절하게 하는 것이 골자다. 

고 김정주 넥슨 창업자.   넥슨

국내 게임산업 선구자, 김정주 별세

한국 게임산업의 선구자이자 맏형 김정주 넥슨 창업주가 미국 하와이에서 별세했다는 소식이 지난 3월 1일 전해졌다. 게임업계 곳곳에서 고인을 향한 추모가 이어졌다.

고인은 게임 산업의 불모지와 다름없었던 한국에서 '온라인 게임 산업'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1968년생으로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 후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대학원에서 전산학과 석사를 취득했다. 박사과정을 6개월 만에 그만두고 1994년 넥슨을 창업해 ‘바람의나라’, ‘메이플스토리’, ‘서든어택’ 등의 흥행을 이끌었다.

작고 후 넥슨이 외부에 매각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으나 아내인 유정현 감사가 넥슨 지주사 엔엑스씨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이러한 우려는 기우로 끝났다.

대학교 동문이자자 고인의 친구이기도 했던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내가 사랑하던 친구가 떠났다. 살면서 못 느꼈던 가장 큰 고통을 느낀다”며 “같이 인생길 걸어온 나의 벗, 사랑했다. 이젠 편하거라 부디”라는 추모글을 남겼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한국 게임산업의 역사는 '바람의 나라'에서 시작한다”며 “김정주 창업자는 게임산업의 역사를 열었던 인물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김 창업자는 한국 게임의 글로벌 시장의 가치를 먼저 알고, 중국 직접 서비스에 도전해 성공한 인물이다. 한국 게임이 글로벌 시장에 나가는 데 있어서 큰 역할을 하셨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지난 8월 판교에서 열린 우마무스메 마차 시위.   쿠키뉴스 DB

판교에 마차가 떴다

지난해 확률형 아이템 논란을 통해 비로소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게임 이용자들은, 올 한 해 더욱 적극적으로 권익 찾기에 나섰다. 대표적인 사례가 ‘우마무스메 마차시위’다.

우마무스메는 카카오게임즈가 지난 6월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일본 서브컬처 모바일 게임으로, 실존하는 경주마를 본 딴 캐릭터를 육성하고 경쟁하는 스포츠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한때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시리즈를 제치고 구글 플레이 매출 1위를 기록할 정도로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8월 중순부터 일본 서버와 다른 이벤트 일정 및 재화 지급 등 납득하기 힘든 운영이 계속되면서 이용자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십시일반 금액을 모아 판교 카카오게임즈 본사 앞에서 마차 시위를 벌였다. 회사를 대상으로 집단 환불 소송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게임즈는 우마무스메 책임자를 교체하고, 대표이사 직속 태스크 포스(TF)를 설치했다. 이후에도 이용자와 꾸준한 소통을 통해 합의점 마련을 위해 노력했고, 이용자들이 소송을 취하하면서 긴 갈등이 봉합됐다. 한 때 1점대까지 떨어졌던 별점은 4점대까지 회복했다. 27일 기준으로 구글 플레이 스토어 매출 순위도 7위까지 오르는 등 정상 궤도에 올라섰다.

한편 게임업계는 올 한 해 이용자와의 소통 창구 마련에 힘썼다. 게임업계 맏형 격인 엔씨는 지난 6월 ‘엔씽’을 발표하며 게임 개발 단계부터 유저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용자들이 목소리를 내면서 비로소 구성원으로서 존중받고 있다. 게임사와 이용자가 소통한다면 게임의 완성도나 수명은 그만큼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월 부산에서 열린 지스타 2022.   쿠키뉴스 DB

돌아온 게임 축제, 지스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국제게임 전시회인 지스타도 3년 만에 오프라인 팬들을 만났다. 

지난 2년간 축소해 열렸던 지스타는 올해 역대 최대 수준의 규모를 회복했다. 이번 지스타에는 BTC관과 BTB관을 합해 총 2947개 부스가 마련됐다. 작년 1393개에 비해 1554개나 늘었다. 참가업체수도 987개사로 작년(638개사)보다 증가했다. 지난달 17일부터 20일까지 나흘간 진행된 지스타에는 18만 4000여명의 관람객이 방문하며 인기와 가치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지스타에선 PC와 콘솔 게임 신작이 대거 소개됐다. 넥슨은 지스타서 신작만 9종을 소개하며 적극적으로 모객에 나서기도 했다. 8월 독일에서 열린 ‘게임스컴 2022’에서 한국 게임사 최초로 3관왕을 수상한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은 명성 답게 관람객들에게 줄호평을 받으며 기대감을 높였다.

운영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지스타 적진 빚어진 이태원 참사로 인해 우려가 제기됐으나 안전 관리 요원을 예년에 비해 2배 넘게 배치하면서 안전사고 예방에 힘썼다. 

위메이드 장현국 대표가 지난 11월 24일 상장폐지 결정을 통보 받은 뒤 다음날 긴급 기자 회견을 열었다.    영상 캡처

위믹스 상장 폐지

위메이드가 발행한 가상자산 위믹스는 지난달 24일 디지털자산 거래소협의체(닥사)로부터 일제히 상장폐지 결정을 통보 받았다. 닥사가 위믹스 상장 폐지를 결정한 이유는 ▲위믹스의 중대한 유통량 위반 ▲투자자들에 대한 미흡하거나 잘못된 정보 제공 등이다.

위메이드는 크게 반발했다. 장현국 대표가 “업비트의 슈퍼 갑질”이라며 이례적으로 발언 수위를 높일 정도였다. 가처분 신청까지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지난 8일 오후 3시부로 4개 거래소에서 거래가 종료됐다. 가처분신청 기각에도 불구하고 위메이드는 본안소송을 통해 상장 폐지의 정당성을 계속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로 인해 P2E 게임 등 관련 사업도 적잖은 영향을 받게 됐다. ‘루나-테라’ 사태, ‘FTX 파산’에 이어 이번 악재까지 겹치면서 국내 게임사들의 시름도 깊어졌다. 이들은 위믹스 사태와 무관하게 블록체인 사업을 계속 전개할 것이라 밝히고 있지만, 속은 타들어가는 분위기다.

위메이드는 투자자 신뢰 회복과 글로벌 거래소 상장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 전반에 걸쳐 ‘크립토 윈터’가 장기활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돌파구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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