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 표준 약관이 개정됨에 따라 경상환자의 자기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는 자동차 사고로 경미한 부상(12~14급)을 입었을 경우 본인 과실만큼은 치료비를 부담해야 한다. 다만, 이번 개정이 실효성 있는 변화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경상환자의 장기 치료를 막기 위해 4주 초과 진단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것과 상급병원 인정 기준을 높이는 것은 빈틈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내년 1월 1일부터 새롭게 시행하는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주요 내용을 발표했다. 경상환자의 과잉진료로 인한 보험금 누수 방지 등에 대한 보상기준을 합리화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번 개정은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자동차보험 제도개선’의 후속 조치다.
그동안 자동차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 문제로 지목된 부분은 ‘경상환자의 과잉진료로 인한 보험금 과다 지출’이었다. 객관적인 보험금 지급기준이 미비해 입증자료 제출과 기간 제한 없이 과실 정도와 무관하게 상대방 보험사에서 치료비를 전액 지급했기 때문이다. 특히 경상환자 치료비 중 건강보험 급여항목에 포함되지 않는 침약·약침 등의 한방치료비가 2016년 대비 160% 증가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경상환자 보험금은 약 50% 증가했는데 2020년에는 2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또한 경상환자 치료비 중 양방치료비는 20% 감소한 반면 한방치료비는 160% 증가해 (‘20년) 8082억원을 기록했다.
이진호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은 “한의원 상급병실의 경우 제도의 미비점으로 자칫 보험금이 과잉 징수될 것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 중이다. 진료가 필요한 환자가 치료를 제한받지 않도록 하는 방안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했지만 가시적인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이에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병실사정으로 부득이하게 상급병실에 입원한 경우, 병원급 이상(의원급 제외)에 대해서만 상급병실료를 인정하도록 했다. 이로 인해 상급병실만 설치한 병원급 이하 기관들은 더 이상 과잉진료를 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경상환자가 4주 넘게 장기간 치료를 받으려면 진단서를 내야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차량 범퍼가 조금 손상되었음에도 1년 넘게 한방치료를 받아 수백만원의 보험금을 수령한 사례가 빈번했다.
앞서 국토부는 (경상환자에 국한) 제도 개선시 연간 5400억원의 과잉진료 감소를 예상한 바 있다.
하지만, 이미 만연해진 과잉진료를 바로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우선 경상환자가 4주 이상 치료를 받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고 진단서를 제출해 치료를 이어갈 경우 현행대로 많은 보험금이 지출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또한 일부 의원급에서 고가의 상급병실료를 청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병원급 이상(의원급 제외)의 상급병실만 인정하도록 했지만, 병원급 규모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 업계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병원급 규모가 ‘침상 수’에 따라 결정된다고 답했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병원급 규모 기준에 대해 추후 답변하겠다고 했다.
만약 병원급 규모가 침상 수에 따라 결정된다면, 침약·약침으로 과잉진료를 일삼는 한방병원이 침상 수를 늘려 운영을 이어가면 이번 개정안의 효력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는 자동차보험료 인하, 정비료 상승으로 적자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번 약관 개정을 통해 제어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동차보험 관련 과잉진료로 보험금 제어에 대해서는 이미 수차례 문제가 제기됐다. 약관 개정에도 빈틈을 파고들 수 있는 요인이 남아있다면 추후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