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실적이 부진했던 생명보험사에 대한 올해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경제난으로 가계저축성보험의 해지가 증가함에 따라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과 새 회계제도인 IFRS17과 감독회계제도(K-ICS)의 안정적 도입으로 부채에 대한 부담이 줄어 효율성이 제고될 것이라는 의견으로 갈리는 분위기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23개 생보사들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9437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6915억원) 보다 20.3% 감소했다. 보험료 수익 감소로 인해 보험 영업 손실이 더욱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채권가격 하락으로 투자영업이익도 감소했다는 것이 금감원의 분석이다.
생보사의 실적 부진 요인으로는 보험사 해지 환금급 급증, 저축성보험 만기도래,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RBC(지급여력) 비율 악화 등이 지목됐다.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까지 국내에서 영업 중인 생명보험사 23곳이 지급한 해지 환급금은 24조33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9조7300억원) 대비 23.3% 증가한 수치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해지 환급금 급증 현상에 대해 “항상 경제가 나빠질 때 해지 환급 비율이 올라갔다”면서도 “현재 고금리로 저축성 보험 해지가 올라가는 상황은 맞다”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난으로 대부분의 가계가 유사시를 대비해 자금을 확보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지만, 보험사 입장에서는 명백한 손해”라고 말했다. 이어 “당분간은 이런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해지 환급긍 급증 현상에 대해 “저축성 보험 해지 현상은 일종의 ‘머니무브’라고 생각한다”면서 오히려 채권 평가 가격이 떨어진 것이 생보사 실적 부진을 야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시장에서 국공채 가격 금리가 올라가 있다는 것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 수익률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PF 부채에 관해서는 “시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이라 올해 부동산PF가 왕성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과 “지금 당장 부채 규모를 손해로 인식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다만 업계관계자 모두 40억원 규모의 부동산PF 부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한편 생보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 이견 없이 같은 부분도 있다. 바로 ‘RBC비율 개선 가능성’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들은 올해부터 보험사의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현재의 가치로 평가하는 새 회계기준 ‘IFRS17’이 시행됨에 따라 RBC비율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로 개편됨에 따라 자본잠식 된 보험들의 재무지표도 크게 달라져 부채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해 4분기 지표가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 전망까지 하기에는 이르다고 밝혔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킥스가 도입된 후 어떤 유의미한 변화가 있는지 올해 1분기 평가부터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평가는 오는 3월~4월에 발표될 계획이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