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언론의 질문에는 침묵으로 일관하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태도가 새해부터 달라졌다. 검찰의 수사 압박 부담으로 말을 아꼈지만, 이제 적절한 언론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선 걸로 보인다. 또 검찰 수사결과 뚜렷한 혐의점이 나오지 않고 있어 자신감을 얻은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이 대표는 4일 오전 최고위원회에 모두발언에 앞서 직접 기자들의 질문을 받겠다고 자발적으로 밝혔다. 불과 몇 분의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언론에 무대응 기조를 이어오던 모습에 비하면 완벽하게 달라졌다.
이 대표는 이날 총 4개의 질문을 받았다. 검찰 소환과 1월 방탄국회 논란 등 본인 사법리스크 관련 질의가 2개 나왔고, 최근 이슈로 떠오른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질의도 있었다.
이 대표는 검찰 소환 날짜와 사법리스크 대응방식의 변화에 대해서는 여전히 말을 아꼈다. 이 대표는 정확한 검찰 소환 시점을 묻자 “관련된 질문은 이미 여러 차례 나왔고, 기존에 이미 답을 했다”며 “그걸로 답을 대신하겠다”고 말했다.
또 1월 임시국회 개최를 놓고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게 이 대표 본인의 방탄국회 차원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검찰) 소환조사를 받겠다고 하는데 뭘 방탄이라고 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 인터뷰로 최근 새로운 이슈로 떠오른 중대선거구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이 대표는 중대선거구제를 대하는 본인의 입장이 최근 바뀌었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저는 제3의 선택이 가능한 정치 시스템이 바람직하겠다는 말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그 방식이 중대선거구제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보다는 개인적으로 비례대표를 강화하는 게 맞겠다고 생각한다. 다만 지금은 당내 의견수렴 과정이라 개인적 의견을 쉽게 말하는 건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부연했다.
새해부터 달라진 언론 대응...뚜렷한 협의 못 찾는 檢 영향인 듯
김홍국 “언론 소통 통해 정치인 이재명 진면목 나올 것”
달라진 이 대표의 언론 대응 기조의 이유는 새해부터 다른 변화를 모색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그동안 검찰 수사 압박으로 제 색깔을 내지 못한 게 오히려 자신의 정치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또 부산에서 진행된 새해 첫 일정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화를 통해 그간의 불신이 다소 해소된 측면도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4일 쿠키뉴스에 “이재명 대표 취임 후 급격히 달라진 민주당의 언론 대응 태도에 기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던 걸로 안다”며 “이 대표의 태도가 달라진 것은 민주당에게 긍정적이고, 태도 변화의 배경에는 정치적인 판단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가 뚜렷한 혐의점을 내놓고 있지 못한 점도 이 대표의 태도 변화의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최고위원인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4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검찰이 이재명 대표에 대한 의혹들을 엄청나게 밝힐 수 있을 것처럼 하더니 뚜렷한 혐의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며 “검찰이 민주당을 배려할 리는 없고, 만약 뭐가 있었다면 당장 밝히고 난리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 의원은 “주변에서도 (이 대표에게) 이러한 말씀을 자주 드렸고, 이 대표 본인이 자신감을 찾으신 듯 하다”며 “새해에 새로운 모습을 보이기 위한 차원으로 봐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언론인 출신으로 경기도 대변인을 지낸 정치평론가 김홍국 교수는 같은 날 쿠키뉴스에 “그동안 검찰 사법 프레임만 계속되다 보니 민주당 전체적으로 언론에 대한 불신이 상당했다. 새해부터는 언론과 적극 소통하자는 분위기로 바뀐 것”이라며 “이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기자들과 적극 소통하면서 호감도를 키워온 만큼 언론 소통을 통해 민주당의 입장을 알리고, 정치인 이재명으로서의 진면목을 드러낼 것”이라고 평가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