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침체된 주택 시장을 살리기 위해 부동산 규제를 대폭 완화했지만 건설업계는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다. 규제완화 이후 주택 매매가격 하락폭이 다소 축소됐으나 여전히 고금리로 인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64.1로 전주(63.1)보다 1포인트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값이 9개월 만에 하락세를 멈춘 것이다. 매매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을 경우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2021년 11월 셋째 주 조사에서 99.6으로 100아래로 떨어진 뒤 1년 1개월 넘게 기준선인 100을 밑돌고 있다.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도 이번주 71.5를 기록하며 지난주 70.2에 비해 1.3포인트 올랐다.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전주 대비 상승한건 지난해 5월 셋째 주(94.1) 이후 33주만이다.
이는 정부가 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완화에 이어 청약·전매제한·실거주 의무 등 부동산 전 분야에 걸친 규제 완화의 영향으로 분석됐다.
규제완화 이후 매수심리는 소폭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부동산 업계와 건설업계의 현장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여전히 고금리에 추가 인상 가능성이 있어 관망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 “규제완화에도 시장 회복 시간 걸려”
부동산업계 관계자들도 규제 완화에도 시장의 변화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 전망했다. 백새롬 부동산R114 연구원은 “규제 완화 기조를 통해 일부 국소 지역 거래량이 다소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는 있겠지만 올해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 주택 매수세가 회복되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도 “지난해부터 금리가 매우 가파르게 인상됐고 올해도 추가 인상 가능성이 있어 매수자들이 단기적으로 빠르게 늘어나거나 회복되진 않을 것 같다”며 “규제가 완화된 상황에서 금리가 고정돼야 시장이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위원은 “고금리에 경기침체까지 겹쳐 위축된 부동산시장의 낙폭을 줄이는 연착륙 효과로 금리인상랠리가 마무리되면 정책효과와 맞물려 급매물 중심 거래 예상되나 시장 반등 여부는 경기침체 변수 있어 좀 더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고비 넘겨도 위기 지속 전망 우세”
규제완화로 인해 건설업계는 숨을 돌렸다는 평가지만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계약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림픽파크 포레온은 청약을 시작할 때부터 시장의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여겨졌다. 그런 둔촌주공이 고금리와 전매제한, 중도금 대출 불가에 기대 이하의 청약 성적을 기록해 시장 우려가 높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규제 완화로 인해 올림픽파크 포레온도 중도금 대출이 가능, 전매제한, 실거주의무가 완화되며 계약률이 당초 기대 이상일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올림픽파크 포레온은 1차 계약 마감 이틀 뒤인 19일 7231억원 PF 만기를 앞두고 있다. PF 상환을 위해서는 총 분양 계약금(분양금액의 20%)의 80%인 7400억원이 필요하다. 만약 계약률 80%를 넘기지 못할 경우 채권 차환 리스크로 인해 위험한 상황이다.
건설업계는 규제완화로 인해 올림픽파크 포레온의 우려는 한숨 돌렸지만 올해 시장이 살아나는 건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건설업계는 금리의 영향이 크다고 진단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아직 체감되는 반응은 없다”며 “올림픽파크 포레온 계약률이 바로미터가 될 거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파크 포레온이 최소 70% 계약률은 달성해야 시장에 살아날 기미가 보일 것 같다”면서도 “현재 금리가 너무 높아서 금리하락과 시장 규제가 더 풀어져야 시장이 완전히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도 “부동산 거래가 너무 안되고 분양 시장도 좋지 않아서 규제완화가 당연히 좋기는 하다”며 “일단 올림픽파크 포레온의 계약률을 예의주시 하고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림픽파크 포레온이랑 대형 건설사의 계약이 잘되면 시장에도 변화가 있을 것 같기는 하다”며 “그럼에도 금리 부담이 높아서 금리도 떨어져야 효과를 확실히 볼 것 같다. 아직은 규제완화로 시장이 살아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한신평 “부동산 단기 회복 어려워”
한국신용평가원도 부동산 경기가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진입했고 단기간 내 회복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한신평은 지난 5일 ‘금융경색과 경기침체의 이중고, 역경의 2023년’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온라인 설명회에서 이같이 전망했다.
한신평은 “주요국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매매가 하락으로 매수심리 저하 현상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제반 거시경제 여건이 저하되는 추세를 고려하면 저조한 분양 경기가 당분간 지속되고 미분양 지역의 확산으로 건설사 분양위험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금리 인상과 자금조달 환경이 나빠지며 건설사의 차입금이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증권 차환 관련 불확실성도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신평은 “단기적으로 충분한 유동성을 적기에 확보하지 못하거나 PF 유동화 증권 및 회사채 상환·차환 관련 리스크가 커지는 건설사 위주로 신용위험이 증가할 것”이라며 “BBB급 건설사와 PF 우발채무 규모가 큰 A급 건설사 중심으로 신용도 부담이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