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고립되지 않도록… 청년복지법 만들어야”

“청년 고립되지 않도록… 청년복지법 만들어야”

청년의 고립 해소를 위한 정책 토론회

기사승인 2023-01-12 17:35:19
12일 청년재단·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청년의 고립 해소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김은빈 기자

“대학을 졸업한 이후 3년이 제 인생의 가장 어두운 날들이에요. 그레이브스병에 걸리고 나서 눈의 합병증까지 앓으며 글씨를 잃기 힘들어 공부하기 어려웠습니다. 체력도 많이 떨어져 일상생활도 버거웠죠. 3년간 외부와의 교류 없이 대부분의 시간을 방안에서 보냈어요.”(청년재단 청년다다름 사업 참여자 남석영씨)

“시설을 퇴소하고 혼자가 되었을 때 큰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몸은 아픈데 옆에서 돌봐주는 사람, 죽 하나 끓여주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가장 힘들었어요. 이때 가족의 부재를 절감했죠.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을 앓으며 세상과의 단절을 시작했습니다. 집 앞 편의점에 도시락이나 라면을 사러가는 것 외에는 밖으로 나가지 않았어요.”(주우진 자립청년협회 회장)

2020년 국내 고립청년은 약 37만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2일 청년재단·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청년의 고립 해소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집에만 머물거나 사회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20·30대를 ‘고립·은둔 청년’이라고 부르지만, 현재 공식적인 정의나 통계가 없다. 정책지원이 가닿지 않는 사각지대인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이제야 기본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해 11월 대상자 고립 척도 기준을 마련하고, 2023년 규모·현황 파악을 위한 실태조사를 거쳐 추후 지원사업 모형을 개발할 계획을 밝혔다. 

토론회 참여자들은 청년의 고립을 해소하기 위해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발제를 맡은 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 박사는 청년의 고립 해소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존중을 넘어 국가 차원에서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사연 연구에 따르면 청년 고립 사회적 비용은 1인당 15억원에 달한다. 25세에 은둔을 시작했을 때로 계산한 결과다. 2020년 37만명으로 추산해보면, 약 555조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고립 청년에 기본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공공부조에 의한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주거급여의 지원액과 경제활동으로 인한 조세 기여분을 합산하면 사회 전체가 떠안아야 할 경제적 소요 비용도 매우 크다.

대안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그는 ‘청년복지법(가칭)’ 제정을 제안했다. 고립청년에게 법적 지위를 부여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은둔·자립준비·구직단념·금융취약청년 등을 발굴하고 관계 형성을 돕는 등 청년 맞춤형 지원책을 펼 수 있도록 근거 법안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생애주기별로도 청년만 접근할 수 있는 복지 지원이 비어있다. 18세 미만(아동복지법), 9세 이상 24세 이하(청소년복지지원법), 65세 이상(노인복지법)만 관련 법안이 있는 상황이다.

아직 은둔하지 않은 다양한 유형의 취약 청년을 포괄할 수 있는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저소득 빈곤, 과채무부담, 장애, 이주배경, 저임금 근로, 불안정 고용, 장기·비자발적 실업, 니트(구직활동에 참여하지 않음), 생계부양, 한부모, 가족돌봄, 자립준비청년 등 취약청년에 다양한 지원이 이뤄져야 고립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립청년들이 복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전달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20대 절반, 5년간 은둔생활을 했다고 밝힌 유승규 안무서운회사 대표는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온라인 앱 등을 통해 접근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내방·방문 등 고립청년이 부담스러워할 만한 접근이 아닌 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앱을 통해 다가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립 청년들은 정서적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주 회장은 “자립준비청년들이 세상에 나와 고립돼 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이웃들의 사랑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결책으로 지역사회 중심의 지속 가능한 이웃(지지 체계) 마련, 인식 개선 캠페인 등을 언급했다.

청년재단 다다름사업에서 정서적 지원을 받은 남씨도 “고립청년에 가장 필요한 한 가지를 뽑으라고 한다면 ‘정서적 지원’이라고 말하고 싶다. 안부를 묻고 일상을 나누는 상담시간을 가지며 세상 밖으로 나갈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정부와 국회도 청년고립 문제 해소를 위해 사회안전망 구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송경원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실장은 “(고립청년만을 위한) 지원체계를 구축할 건지, 아니면 다른 지원체계와 같이 효율적으로 해야 할지(고민)”이라고 밝혔다.

최종균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은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지만 그간 제도적 기반과 지원체계가 부족했던 고립·은둔 청년 지원도 추진할 예정”이라며 “청년들의 고립·은둔 실태와 정책 수요를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올해 실시할 예정이다. 심층적으로 조사해 청년고립 해소를 위한 제도적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윤창현 의원은 “스스로 고립을 선택한 54만명의 청년들이 다시 뛰는 대한민국에서 제 역량을 마음껏 펼칠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정부여당이 튼튼한 징검다리 역할을 다해야한다”며 “청년 목소리에 사회가 귀기울일 수 있도록 청년지원체계의 접근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청년 수요에 부합하는 사업을 발굴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약자와의동행위원장인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고립으로 인한 부작용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매우 불행하다”며 “고독사를 예방·관리할 국가 차원의 면밀한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설익은 즉흥적인 대책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적, 제도적 지원 방안을 강구해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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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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