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부담과 전세 사기가 걱정돼 주세로 계약했습니다”
서울에서 집을 구하고 있다는 직장인 배모 씨는 대출이자와 보증금 부담에 주세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씨는 “이직을 해서 서울에 집을 구해야 하는데 최근 전세사기가 자주 일어나고 깡통전세 우려가 높아 전세는 불안하다”며 “보증금이 없거나 낮은 대신 주마다 계약하는 주세를 선택했다”고 전했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에 ‘주세’가 확산하고 있다. 주세는 주 단위로 계약을 하는 것이다. 전세 사기 우려와 높은 보증금, 고금리 등의 이유로 월세나 전세보다 주세를 선호하는 것이다. 사회초년생 입장에서는 전세대출 이자의 부담이 크고 월세의 경우도 최소 1000만원 이상의 목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세는 월세나 전세에 비해 보증금이 상대적으로 적거나(50만원 안팎) 없다. 또 최근 월세의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고 보증금을 마련할 여력이 없는 청년들 사이에서 주세가 떠오르고 있다.
최근 온라인 부동산 거래 커뮤니티에는 ‘무보증 단기 임대’ 매물 관련 게시글이 하루 동안 8건이 올라왔다. 주세는 최소 일주일 계약부터 월 단위 계약까지 가능하다. 집주인 직거래부터 주 단위 주택 계약을 중개하는 업체도 출현했다. 가격대는 집의 형태에 따라 일주일에 10만~45만원 선으로 다양하게 형성돼 있다.
단기 플랫폼 삼삼엠투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삼성동 풀옵션 한 아파트는 주세 55만원에 계약 가능하다. 이 아파트는 에어컨을 비롯해 침대, 냉장고, 전자레인지, 세탁기, 주방식기 등을 모두 갖췄다. 보증금은 33만원으로 퇴실 후 환급 받을 수 있고 임대료는 주당 55만원이다.
인근 호텔 하루 숙박비가 12~30만원(평일 기준)인 점을 고려할 대 1주일 기준 최소 30만원 가량 저렴한 셈이다. 또 이 아파트는 전세 4억~5억원, 매매가는 9억 8000만~10억 5000만원대를 형성하고 있어 단기간 내 거주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삼삼엠투 관계자는 “전월세 계약 외에도 단기 임대, 출장, 이사시기가 안 맞을 때, 해외교포 등 다양한 목적을 이유로 한 주세 계약이 늘고 있다”며 “정확한 수치를 밝힐 수 없지만 매해 주세계약이 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임대인 입장에서도 전세 계약을 앞두고 중간에 비는 기간이 생길 때 단기간 수익을 내기 좋고 임차인들도 여러 목적으로 단기 임대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7연속 금리 인상…전세 대신 주세‧월세시대 본격화
주세를 비롯해 월세, 연(年)세 같은 임대차 계약 사례가 증가하며 전세시장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경제만랩이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서울 주택 전·월세 거래는 50만9천199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월세 거래는 25만670건으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1년 이래 최다를 기록했다. 서울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49.2%로 역대 최고치였다. 월세 거래는 2018년 15만3천200건, 2019년 15만7천914건, 2020년 17만2천417건, 2021년 21만9천901건에 이어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는 고금리로 인해 전세자금대출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올해도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어 주세, 전세의 반등은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융위)은 13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p 인상, 3.50%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4‧5‧7‧8‧10‧11월에 이어 사상 첫 7연속 금리 인상이다.
부동산업계 주세 ‘활발’ vs ‘반짝’ 전망 엇갈려
전문가들의 주세에 대해 부동산 시장이 어려워 생긴 것이라고 말했지만 전망에 대한 입장은 엇갈렸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임대차 계약은 기존에 전세, 반전세, 월세 등이었는데 상황이 점점 어려워지니까 월세를 나눠 내는 것이다”며 “이미 미국에는 주세가 자리 잡고 있고 우리나라는 어려운 경제 상황이 시장에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리가 오르면 전세 거래가 줄듯이 경제가 더 어려워지면 주세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현재 대출에 대한 부담이 크고 월세 비용도 높아진 상황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 주세를 선택하게 된 것”이라며 “특수한 상황에 주세가 반짝 나타난 것이다”고 말했다. 권 팀장은 “결국에는 금융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발생한 상황이라 대출 금리가 조정되면 주세보다는 전세를 선택하는 수요가 높아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함영진 직방 실장은 “주세는 아직 단기 임대 유형 중 하나로 보고 있다”며 “주 단위 주거 목적보단 단기 출장 등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거라 주세가 활발하다고 단정 짓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진단했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주세는 임대차 시장이 그만큼 원활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며 “임차인은 전세 이자 부담, 임대인은 전세가 하락 등 상황에 대한 부담이 있어 이해관계 속 생긴 것이 주세다”며 “시장 전체적인 변화로 보기는 힘들고 힘든 시장 상황에 잠시 발생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임대가격이 정상화될 경우 주세는 사그라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