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를 즐겨보는 박선영(35) 씨는 얼마 전 넷플릭스 ‘더 글로리’를 보고 허탈함을 느꼈다. 주인공이 본격적으로 복수를 시작할 때쯤 드라마가 끝나서다. 한 시청자는 넷플릭스 공식 유튜브 댓글란에 “이 드라마의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시즌 2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라고 적었다. 시즌 2가 나올 때까지 보지 말라는 이야기가 우스갯소리로 나올 정도다. 전편을 한꺼번에 공개하던 넷플릭스가 달라졌다. OTT 플랫폼을 중심으로 분할 공개가 새로운 방식으로 떠오른 가운데, 방송가에도 시즌제로 공개하는 드라마가 증가하는 모습이다.
최근 여러 작품이 다양한 방식으로 공개 시점을 정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과 ‘더 글로리’를 각각 두 파트로 나눴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5개월, ‘더 글로리’는 두 달 간격을 뒀다. 티빙은 12부작 ‘아일랜드’를 6부작씩 두 시즌으로 나눴다. 13일 시즌 1을 마쳤으며, 시즌 2는 상반기 중 공개한다. 디즈니+ ‘카지노’ 역시 16부작을 절반씩 공개하기로 했다. 오는 25일 시즌 1을 마무리하고 다음달 15일부터 새 시즌을 재개한다.
OTT뿐 아니라 TV 드라마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tvN ‘환혼’과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은 두 시즌을 함께 제작하고 방영 시기만 달리하는 새로운 시즌제를 선보였다. 종영 후 시청자 반응에 따라 차기 시즌을 제작했던 것과 다른 양상이다. ‘환혼’은 주인공 장욱(이재욱)의 성장과 사랑을 시즌 1에 담고, 시즌 2에는 주인공이 각성한 이후 이야기를 다뤘다.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은 시즌 1에서 주인공 유세풍(김민재)이 사건을 해결하며 심의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다. 시즌 2는 사건 해결이라는 중심축은 유지하되 유세풍과 서은우(김향기)의 로맨스를 부각했다.
분할 공개를 택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업계 관계자들은 “작품에 따라 공개 전략에 차이를 두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OTT 플랫폼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풀어갈 서사부터 작품 성격과 파급효과 등 많은 요소를 고려한다”면서 “몰입 극대화를 최우선에 둔다”고 말했다. 장르에 따른 속사정도 있다. 컴퓨터 그래픽(CG)이 강조되는 작품은 후반 작업이 길어지며 부득이하게 공개일을 나누기도 한다. 단순히 이용자를 묶어두려는 목적은 아니란 게 업계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관계자는 “흐름이 끊기는 걸 원치 않는 시청자도 많다”면서 “공개 간격이 짧으면 이용자 유치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콘텐츠 성격에 따라 공개 방식을 정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짚었다. 다른 관계자는 “전개 구조가 같아도 중점을 어디에 두는지에 따라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면서 “1·2막을 분리하는 개념으로 시즌제를 결정키도 한다”고 설명했다.
콘텐츠 공개 전략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시청자 호불호를 넘어 작품의 명암을 가르기도 해서다. 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이 대표적이다. 파트 1은 원작 내용을 재구성한 것에 그쳐 아쉬운 평가를 받았다. 파트 2는 새로운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풀어 호평을 얻었으나, 파트 1의 혹평 탓에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더 글로리’ 역시 일부 시청자들이 “몰입감이 깨진다”며 볼멘소리를 내놓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흥행에 성공한 작품은 분할 공개할 경우 차기 파트에 관심이 증폭된다. 하지만 반대 경우 패착으로 작용한다”면서 “경쟁작들의 편성 상황과 시청자 선호도를 고려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