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돈 버는 게임, ‘플레이투언’(Play to Earn, 이하 P2E)을 둘러싼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와 게임사 스카이피플의 법적 분쟁에서 사법부가 게임위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 인해 스카이피플의 ‘파이브 스타즈 포 클레이튼’(파이브 스타즈)는 더 이상 국내에서 이용할 수 없게 됐다. 게임사들은 예상한 결과라면서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13일 서울행정법원은 스카이피플이 게임위를 상대로 제기한 P2E 게임의 등급분류 결정취소 및 거부처분 취사 소송을 기각했다. 이러한 취지의 법원 판결이 처음 나옴으로써, 국내 P2E 게임에 대한 규제는 당분간 지속되게 됐다.
이번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파이브 스타즈는 2020년 스카이피플이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만든 P2E 게임이다. 게임 내 아이템을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으로 구현해 거래소에서 실시간 거래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이용자는 게임 내 아이템을 NFT로 소유할 수 있고, 이를 외부 거래소로 보내 현금화할 수 있다.
게임위는 파이브 스타즈의 NFT가 유통, 거래되는 과정에서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자체등급분류를 직권 취소했다. 스카이피플이 게임위에 낸 등급분류 신청도 거부했다.
이에 스카이피플은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선임해 약 1년 8개월 동안 게임위와 법적 분쟁을 펼쳤지만 패소했다. 법원이 가상자산과 NFT를 ‘경품’으로 판단, 이용자의 사행심을 조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P2E 게임의 유통이 금지되는 주된 이유는 게임 이용의 결과로 이용자에게 가상자산이 지급되는 경우, 이러한 가상자산이 게임산업법 제28조 제3호에서 금지하는 경품의 제공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게임위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이철우 변호사는 쿠키뉴스에 “현재 존재하는 게임산업법에서의 규제는 가상자산이라는 형태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과거에 만들어진 틀에 새롭게 유형화된 기술을 포섭시킬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며 “게임법의 취지, 게임위의 등급 분류 결정 취지를 고려해서 해석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경품이라는 문헌을 해석했을 때 이용자들이 게임 내 과도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감안돼 이러한 결론이 나왔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현재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P2E 게임을 금지하는 국가는 한국과 북한, 중국뿐이다. 한국은 2000년대 중반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바다이야기’ 사태로 인해 사행성 게임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11일 진행된 게임학회 신년 기자 간담회를 통해 “P2E는 게임의 미래가 아니다. 소멸 시점에 접어들었다”며 “P2E가 확률형 아이템을 촉진하는 수단이 되면 안 된다. 이런 점이 선행되지 않으면 청소년판 ‘바다이야기’로 전락할 수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문화체육관광부가 P2E 게임을 허용하지 않는 이유도 바다이야기의 악몽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오랜 시간 이어진 규제로 인해 국내 P2E 게임 개발사들은 이전부터 해외 시장을 공략해왔다. 한국 기업 미투온은 지난해 7월 28일 P2E 게임 ‘포켓배틀스 NFT 워’의 글로벌 버전을 출시했다. 출시 이후 P2E 게임 랭킹 사이트에서 트렌딩 순위 1위, 일일 활성 이용자 수(DAU) 1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세계적인 인기를 끈 바 있다. 위메이드는 P2E 게임 ‘미르M 뱅가드 앤 배가본드’를 오는 31일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 출시할 예정이다.
사법부의 판결과 관련해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반응이다.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 A씨는 “블록체인 게임 사업을 추진하는 대부분 국내 업체는 이미 수년 전부터 글로벌을 목표로 서비스를 준비했다. 기존과 같이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면서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블록체인 게임의 국내 허용 여부에 대해 현재 정부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과정에서 이러한 결정이 내려졌다”며 “향후 국내 사업 가능성과 미래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기대감을 꺾고 글로벌 경쟁에서 국내 기업들이 선도적 위치를 점하지 못하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어 아쉽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 B씨 역시 “위믹스 상장폐지 사태를 보며 게임사들도 정부가 이번 제재를 쉽게 풀어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지 않을까 싶다. 이번에는 게임사들이 과거처럼 파훼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며 “P2E 뿐만 아니라 NFT 등 시장 전체의 문이 닫히는 부작용이 발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B씨는 “(제도적) 안정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여러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아직 디지털재산법(가상자산법)조차 국회에서 심사가 끝나지 않았다. 사회적 합의나 제도적 보완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P2E 시장이 먼저 열리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국내 게임사 나트리스가 개발한 P2E 게임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 역시 2021년 등급분류 취소 처분을 받고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오는 31일이 소송 선고기일인 가운데, 이 변호사는 이번 소송에서도 법원이 게임위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담당 변호사도 같고 (이번 소송과) 비슷한 논리로 똑같이 싸우고 있다. 결론이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성기훈 기자 misha@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