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적발 규모가 연간 최대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또 다시 좌절된 분위기다. 지난 2016년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제정됐지만 매년 보험사기 금액이 증가함에 따라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1년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9434억원이다.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제정된 2016년 7185억원을 기록한 이후 2249억원 늘어난 수치다. 비적발 금액까지 포함하면 2018년 기준, 그 규모는 6조 2000억원에 달한다.
보험업계에서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기 규모가 매년 늘고 수법도 고도화 되었다”며 “가평계곡 살인 사건처럼 드러나지 않는 보험사기도 많다”고 말했다.
올 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이 사상 최초로 1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올해 처음으로 열린 임시국회에서는 보험사기 방지를 위한 대책이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지난해 논의 안건으로 상정되며 기대감을 높였지만 이달 법안심사에서 안건으로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을 포함해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법안들 속에 보험사기 방지 대책은 빠진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지연되는 사이 보험사기로 적발된 인원은 매해 10만명에 달한다. 지난해 11월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감독원 자료를 통해 지난 2017년부터 2022년 8월까지 보험사기로 적발된 인원이 51만6000여명으로 매해 10만명이 보험사기에 가담했다고 밝혔다.
강 의원실 측은 “보험금 환수는 최종 사법조치 결과가 나온 이후에야 환수가 된다”며 “종료시점까지 장시간이 걸려 지급보험금의 소진 등 재산 부족으로 환수율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보험사기방지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정치권에서 보험사기를 주요 의제로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이내 자취를 감췄다.
보험업계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개정 필요성을 크게 두 가지로 짚었다. 첫 째는 현재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은 보험사기 조사나 처벌에 있어 최소한의 사항만 규율해 사기 규모를 키웠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 A씨는 “2016년 제정된 이후 다양한 보험사기가 발생했지만 개정은 한 차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보험 업권 종사자가 개입하거나 공모해 벌이는 지능적인 사기에 비해 현재 법안은 퇴보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설계사 B씨는 “보험사기를 잡아내기 위해서 시간과 인력이 많이 드는데 막상 잡아내도 보험금 환수율은 매우 저조한 편”이라며 “갚을 여력이 없다고 버티는 사기범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보험업계에서 보험사기 신고 포상금을 20억으로 늘리는 등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법망의 도움 없이 한계를 마주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수사기관인 검찰청과 보험사기 집중 단속에 나서며 보험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여야도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과 관련해 이견이 없다는 입장이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