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품 판매’ 오픈마켓은 왜 처벌 안 받나...법안 3년째 표류

‘가품 판매’ 오픈마켓은 왜 처벌 안 받나...법안 3년째 표류

기사승인 2023-01-21 07:00:02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쿠팡, 위메프 등 오픈마켓 플랫폼에서 짝퉁 판매가 논란이 되고 있다.   픽사베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쿠팡, 위메프 등 오픈마켓 플랫폼에서 짝퉁 판매가 논란이 되면서 소비자는 물론 상표권 소유자 또한 몸살을 앓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유럽사법재판소(ECJ)에서 아마존을 상대로 지적재산권 침해 판결을 내린 것을 토대로 국내에서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22일(현지시간) 유럽 최고사법기구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에서 이뤄진 개별 판매업자들의 모조품 판매에 대해, 유통업체인 아마존의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거래당사자가 아니라 중개사업자임에도 그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ECJ는 아마존은 일반 소비자의 경우 개별 판매자가 아니라 아마존이라는 플랫폼을 보고 구입하기 때문에 이들을 믿고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을 판단 근거로 플랫폼 측의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ECJ는 아마존이 해당 모조품 판매업체 중 일부의 상품을 보관하고, 고객에게 배송하는 것을 통해서도 책임 소지가 명확하다고 봤다.

특허청 '2019~2021년 플랫폼별 위조상품 적발 및 유통건수' 통계 자료.   특허청

이같은 짝퉁 논란은 최근 국내에서도 극성이다. 일례로 최근 11번가와 위메프 등에서는 해외 유명 향수 브랜드인 딥티크·톰포드 등이 정품과 다른 모양새나 향을 가지고 정가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판매자는 수입처가 표기된 국문 라벨이나 유통기한을 표기하지 않고, 구매 이력 역시 설명하지 않았다. 일부는 현지 매장 및 면세점에서 구매한 상품이라 저렴하게 유통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면세품 재판매는 불법이다. 현재 11번가와 위메프는 논란이 되자 해당 제품 판매를 중단한 상황이다.

향수뿐 아니라 중개 방식으로 운영되는 오픈마켓 플랫폼에서 위조 상품은 계속해서 적발되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지난해 7월 특허청 통계 자료를 근거로 발표한 ‘최근 3년 전자상거래 업계별 위조상품 유통 현황’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상위 19개 플랫폼의 위조상품 수는 43만7091개였다. 이중 네이버 스마트스토어(38.9%), 쿠팡(22.7%), 위메프(15.5%) 등 오픈마켓 형식으로 운영되는 곳의 적발 비율이 77.1%에 달했다.

이 단체가 특허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자세히 살펴보면, 쿠팡 누리집서 적발된 위조 상품은 가방·지갑 등 잡화가 5만3522건(55.2%)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의류 2만9250건(30.2%) △가전·디지털 제품 9470건(9.8%) 등이 뒤를 이었다. 사실상 대부분의 품목에서 ‘짝퉁 판매’가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같은 가품 유통에도 국내 온라인 플랫폼들은 법적 처벌이나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물론 원저작자에 대한 보호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우선 공정거래법상 통신판매중개자인 이들 업체는 소비자와 판매자 간 분쟁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거래 당사자 간 알선을 대가로 수수료를 취하는 사업자이기 때문이다. 플랫폼들은 거래 당사자가 아니기에 상품, 상품정보, 거래에 관한 의무와 책임은 판매자에게 있다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고시만 하면 된다.

지적재산권을 가진 원저작자에 대한 법적 보호도 사실상 없었다. 특허청 관계자는 “현재로썬 플랫폼이 상표권을 침해했을 경우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법적 방안은 없다”면서도 “현재 특허청에서 플랫폼에서의 상표권 침해에 대해 판매 중단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상표권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으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계류 중에 있다”고 말했다.

국내 다양한 이커머스 플랫폼.

전문가들은 세계적 흐름이 발맞춰 국내에서도 플랫폼 측의 책임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에서는 명품 플랫폼 업체를 중심으로 가품 검수 관리에 큰 투자를 하고 있지만 본질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쿠팡 등 국내 오픈마켓들에서 디자인 상표권을 침해한 가품이나 모조품이 수없이 많이 유통되더라도 오픈마켓들은 중개업자라는 이유로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았다”며 “이번 판결은 글로벌 관점에서 온라인 이커머스 플랫폼이 상품 판매와 관리 등에서 명백한 책임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판례로서,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도 지식재산권 준수를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소비자감시팀장은 “국내에서도 앞으로 이같은 플랫폼 가품 문제는 계속 발생할 것”이라며 “플랫폼 사업자도 책임을 지도록 제도가 정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표권 등록 목적이 법률적 보호를 받기 위함인데 중개자라고 해서 책임이 없다고 하면 논란의 소지가 있다”며 “중개사업자와 개별사업자가 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소비자 보호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현재 관련 법안은 2020년 1월26일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대표발의된 이후 3년째 국회에서 여전히 계류 중이다. 당시 김경만 의원은 특허청과 함께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 일부개정법을 발의했다. 법안은 △상품판매매개자에 대한 정의 신설 △상품판매매개자의 간접책임 규정 도입 △상품판매매개자가 주의 의무를 다한 경우 책임 면제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특허청 관계자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자체적으로나마 지식재산권 침해 사실을 제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놓고 있지만 현재로썬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실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공간만 이동했을 뿐 위조상품 거래는 더욱 교묘해지고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와 지적재산권을 보호할 방안은 모호한 실정"이라며 "법안이 조속히 통과돼 상거래의 신뢰성을 제고하고 공정한 시장 경제 질서를 확립하는 토양을 만드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안세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