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에 만나요, 제발~.” 진행자들이 애절하게 손을 흔들며 인사한다. 그들에게 할당된 편성시간은 5~10분 남짓. 방송을 끝마칠 때마다 생존이 걸린 인사말을 애절하게 건넬 수밖에 없었다. 2007년 당대 인기 예능 ‘무릎팍도사’의 곁방살이로 출발한 MBC ‘라디오스타’는 거친 입담으로 입소문을 탔다. 그렇게 16년을 살아남았다. 800회 동안 거쳐간 게스트만 1434명. 이제는 국내 대표 토크쇼로 꼽힌다. 18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M 라운지에서 만난 이윤화 PD와 방송인 김국진, 김구라, 유세윤, 안영미는 800회를 맞은 소회와 앞으로의 각오를 전했다.
“‘라디오스타’ 16년, 김국진·김구라 힘 컸어요”
초창기부터 진행을 맡은 김국진과 김구라는 남다른 감상에 젖었다. 잠정 은퇴 후 ‘라디오스타’를 기점으로 방송에 복귀했던 김국진은 “첫 친구 같은 프로그램”이라며 뿌듯해했다. 김구라는 과거와 달라진 방향성을 짚었다. 그는 “예전엔 의욕적으로 새로운 걸 시도하려 했지만 돌아보면 토크쇼 포맷 자체가 ‘라디오스타’의 정체성이었다”면서 “16년 동안 매번 화제일 수는 없어도,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 자체가 가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세윤 역시 이들의 존재감을 높이 샀다. 그는 “‘라디오스타’가 16년을 버틸 수 있던 건 김국진과 김구라 덕”이라면서 “이들이 가장 자신다워지는 공간이 ‘라디오스타’다. 편안함과 예리함, 날카로움이 더해져 800회까지 왔다”고 자평했다. 변화도 있었다. 최초 여성 MC로 발탁된 안영미가 대표적이다. “이젠 최초 임신부 MC”라고 운을 뗀 그는 “처음엔 고민이 많았지만 어느 순간 내려놨다. 내가 웃기는 것보다 출연자를 빛내드리려 한다”면서 “출산 후에도 1000, 2000회까지 함께하고 싶다”며 웃었다.
“웬만한 강아지보다도 장수… 이제는 순해졌죠”
이날 김구라는 “웬만한 강아지 수명보다도 긴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라디오스타’가 16년 동안 지속된 걸 비유한 말이다. 현존하는 토크쇼 포맷 프로그램 중 가장 수명이 긴 만큼 변화도 있었다. 터줏대감인 김국진과 김구라는 자리를 지켰지만 윤종신과 기타 진행자들은 저마다의 일로 방송을 떠났다. 공백은 유세윤과 안영미가 채웠다. 그러면서 특유의 독한 입담은 점차 순해졌다. 김국진은 ‘라디오스타’ 변화상을 계절에 비유하며 “예전에는 게스트에게 ‘라디오스타’가 춥고 쉽지 않은 겨울 같았다”면서 “이제는 봄·여름·가을까지 아우른다. 따스한 온기도 갖춘 게 매력”이라고 말했다. 김구라는 투수에 빗댔다. 그 “빠른 공을 던지던 선수는 폼이 떨어져도 대중에게 강속구 투수로 기억된다. ‘라디오스타’도 그렇다”면서 “태생적으로 독한 이미지가 있지만 점차 순해지고 있다. 전통 있지만 인기 많은 노포처럼 요즘도 많은 게스트가 우리를 찾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젠가는 끝나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라디오스타’의 변화는 시대상과 궤를 같이한다. 민감하고 불편한 게 많아진 시대, ‘라디오스타’는 독설을 넣어두고 편안한 분위기로 게스트의 입담과 재미난 상황을 이끌어내고 있다. 웹예능이 프로그램과 진행자 입담에 집중할 때, ‘라디오스타’는 게스트에 주목하는 정체성을 이어가고 있다. 다양한 게스트를 조합해 웃음을 배가하는 건 ‘라디오스타’의 특기다. 내향적인 배우 류승수와 외향적인 김호영을 함께 초빙한 특집은 큰 인기를 끌었다. 이윤화 PD는 “이제는 게스트가 불편해하면 시청자도 같은 감정을 느낀다.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다양한 구성으로 재미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위기의 순간도 무던히 견뎠다. 김국진은 “위기는 과거도 지금도 미래에도 늘 있다. 휘둘리기 시작하는 순간 진짜 위기인 것”이라면서 “안정됐다거나 큰일 났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늘 우리답게 걷는 게 답”이라고 말했다. 김구라는 “모든 프로그램에는 끝이 있다. 자연스럽게 소멸하는 게 이치”라면서 “‘라디오스타’도 언젠간 끝난다. 하지만 그게 근시일은 아닐 것”이라고 자부했다. 안영미는 “친절한 광대인 내가 있다. 리액션 걱정할 필요 없다. 웃기지 않으면 내가 웃기겠다. 겁먹지 말고 ‘라디오스타’를 찾아 달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