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대란 속 ‘깜깜이 분양’ 주의보 [알기쉬운 경제]

미분양 대란 속 ‘깜깜이 분양’ 주의보 [알기쉬운 경제]

기사승인 2023-01-19 06:00:23
지난해 수분양자가 계약 취소를 요구하며 의자를 던져 모형이 파손된 대구의 견본주택 모습.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최근 부동산 시장에 미분양 대란으로 ‘깜깜이 분양’ 피해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방을 중심으로 성행하다 집값 하락 기조가 본격화되며 서울‧수도권 일부 지역에서고 깜깜이 분양 전환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깜깜이 분양은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고 청약기간을 넘긴 미분양 물량을 선착순으로 분양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파트 미분양이 속출하며 생긴 일종의 변형된 마케팅 기법인 셈입니다. 깜깜이 분양은 분양에 대한 정보를 숨겨 분양 규모가 축소‧왜곡돼 소비자의 알권리를 침해합니다.

실제 지난해 5월 대구에서는 깜깜이 분양 피해자 A씨가 모델하우스에서 계약해지를 요구했다가 거부당하자 아파트 모형을 부시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A씨는 대구의 한 아파트 분양대행사 직원이 분양률 30%, 로열층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에 계약을 강행했는데 실제 계약률이 16%에 그쳤습니다. A씨는 거짓 분양률에 속아 계약했다며 취소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하자 아파트 모형에 의자를 집어던지기도 했습니다.

깜깜이 분양은 부동산 침체기에 성행하던 방식으로 주로 소규모 오피스텔과 지방 소도시 아파트 분양 현장에서 활용되던 방식입니다. 그런데 부동산 시장이 장기간 침체기에 접어들며 최근 광역시와 수도권 등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깜깜이 분양 수법 중 하나는 모델하우스를 청약 종료 후 공개하는 것입니다. 지난해 분양한 경기도 안성의 ‘라포레테 공도’는 모델하우스 오픈을 청약이 끝난 다음날 개관했습니다. 청약 전 방문을 허용하지 않고 상담전화를 통해 사전청약을 받은 것입니다.

이처럼 깜깜이 분양의 가장 큰 문제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로 수요자가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수요자들에게 정보가 불투명하게 제공돼 선택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오피스텔은 미분양 통계가 따로 제공되지 않아 깜깜이 분양의 위험이 높습니다.

건설사 ‘미분양 낙인’ 우려 정보 공개 피해

그럼에도 건설사들의 미분양 통계는 ‘영업 비밀’로 인정돼 공개는 선택사항입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은 ‘법인 등의 경영상·영업상 비밀로, 공개될 경우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기 때문입니다.

건설사들이 이러한 깜깜이 분양에 나서는 이유는 ‘미분양 낙인’ 우려 때문입니다. 저조한 계약 성적이 외부에 공개될 경우 낙인효과 때문에 장기 미분양으로 이어지거나 다른 사업장 분양에도 영향이 갈 수 있어 건설사에서는 미분양 물량 공개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실제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은 대구는 지난해 10월 말 기준 미분양 아파트가 56개 단지 1만539가구에 달하는데 이중 개별 미분양 물량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은 15곳에 불과합니다.

건설사들이 청약 기간 마케팅 활동을 하지 않을 경우 청약자 입장에서 장점도 존재합니다. 청약통장을 쓰지 않기 때문에 부담이 없고 당첨 시 위험부담 없이 취소도 가능합니다. 또 계약 시 동‧호수를 선착순으로 고를 수도 있습니다. 이에 서울 강남 등 인기 지역의 하이엔드 오피스텔은 일부러 깜깜이 분양을 펼치기도 합니다. 견본주택 개관 전 청약일정을 진행하고 수요가 뚜렷한 예비 청약자들을 상대로 계약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또 깜깜이 분양은 관련 법상 법적 청약 절차를 마쳤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기에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깜깜이 분양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정보를 취득해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일반적으로 분양을 하게 되면 분양 정보를 노출하는데 깜깜이 분양은 이 같은 부분이 없다 보니 계약 경쟁률, 청약 상황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한다”며 “주택 거래 시 리스크 감지가 안되고 시장 전망 확인이 불가해 위험도가 높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같이 주택 시장이 불안정하고 정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리스크를 갖고 해당 매물을 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조유정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