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경북도지사가 25일 40년 만에 교단에 올라 주목을 받았다.
이 지사는 이날 오전 도청 안민관 1층 미래창고에서 칠곡할매글꼴 주인공 할머니 4명을 초청해 특별한 수업을 가졌다.
이 지사는 공직에 입문하기 전 1978년부터 1985년까지 7년간 수학교사로 교단에 서서 후학양성에 힘을 쏟았다. 국민의힘 임미자(상주·문경) 국회의원도 이 지사의 제자다.
이 지사는 이날 학교를 다니지 못하신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드리고 평생교육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교단에 다시 올랐다.
학생들은 ‘칠곡할매글꼴’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추유을(89)·이원순(86)·권안자(79)·김영분(77) 할머니다.
최고령인 이종희(91) 할머니는 건강상의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다.
‘칠곡할매글꼴’은 성인문해교육으로 일흔이 넘어 한글을 깨친 다섯 명의 칠곡 할머니가 넉 달 동안 종이 2000장에 수없이 연습한 끝에 2020년 12월 제작된 글씨체다.
최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각계 원로와 주요 인사 등에게 보낸 신년 연하장에 ‘칠곡할매글꼴’ 글씨체를 선택해 주목받았다.
‘칠곡할매글꼴’은 한컴과 MS오피스 프로그램에 사용되고 국립한글박물관 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이날 수업은 70년대 모습을 재현한 교실에서 할머니들이 10대 시절 입어보지 못한 교복을 곱게 차려입은 가운데 진행됐다.
연단에는 일제강점기 ‘한글맞춤법 통일안’ 제정에 참여하는 등 우리말 연구와 보급에 앞장선 외솔 최현배 선생의 손자 최홍식(70) 세종대학기념 사업회장이 화환도 보였다.
수업은 반장을 맡은 김영분 할머니의 구호에 맞춰 인사를 하자 이 지사가 큰절로 화답하면서 시작됐다.
출석체크에서 이 지사가 할머니 한 분 한 분의 이름을 부르자 할머니들은 "네"라고 크게 대답했다.
수업은 이 지사가 경북 4대 정신을 설명하고 가족과 대한민국 근대화를 위해 헌신한 할머니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시작됐다.
특히 수업에 언급됐던 단어를 할머니에게 불러주며 받아쓰기 시험을 치르고 빨간 색연필로 직접 점수를 매기는 등 나름 팍팍하게(?) 진행됐다.
수업 후 경북도가 운영하는 늘배움학교 이름으로 졸업장을 수여하고 받아쓰기를 잘한 할머니에게 상장도 전달됐다.
학교에 다니지 못했던 칠곡할매글꼴의 주인공 할머니들과 40여 년 만에 교사로 돌아온 이 지사와의 마지막수업은 이처럼 잔잔한 감동을 남기면서 마무리됐다.
수업 후 칠곡 할머니들은 이 지사에게 “할매들은 지방시대가 무슨 말인지 잘 몰라예. 우짜든지 우리 동네에 사람 마이 살게해주이소” 라고 꾹꿀 눌러쓴 손글씨 액자를 전하며 지방시대에 대한 소박한 바람을 표현했다.
김영분 할머니는 “우리 할머니들은 가난과 여자라는 이유로 때론 부모님을 일찍 여의거나 동생 뒷바라지를 위해 학교에 가지 못했다” 며 “오늘 수업을 통해 마음에 억눌려 있던 한을 조금이나마 푼 것 같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 지사는 “칠곡 할머니의 글씨를 처음 보는 순간 돌아가신 어머님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했다”면서 “배움에는 끝이 없다. 마지막 수업이 되지 않도록 건강관리를 잘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 지사는 그러면서 “어르신이 남긴 소중한 문화유산을 계승·발전시켜 평생 교육의 중요성과 가치를 널리 알려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동=노재현 기자 njh2000v@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