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지난 시즌 2, 3위를 차지했던 리버풀과 첼시는 각각 8위와 9위까지 떨어졌고, 빅6 중 가장 약하다고 평가받던 아스날은 세간의 평가를 뒤엎고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외에도 오일 머니를 등에 업은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3위까지 오르는 저력을 뽐내고 있고,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 풀럼, 브렌트포드 등 하위권 전력으로 평가받던 팀들은 중위권에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EPL이 반환점을 돈 가운데, 전반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빈틈없는 전력, 우승후보 1순위 아스널
‘전통의 강호’ 아스널은 2010년대 중반부터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2015~2016시즌 리그 2위를 기록한 이후 4위권 진입에 계속 실패해 6년 연속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했다. 특히 2019년부터는 2년 연속 8위에 그치는 굴욕도 맛봤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25일 기준 아스널은 16승 2무 1패(승점 50점)로 리그 1위에 올라있다. 2위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는 5점차다.
유망주들이 올 시즌을 기점으로 기량이 폭발했다는 평이다. 양쪽 날개 자원인 부카요 사카(7골 7도움)와 가브리엘 마르티넬리(7골 2도움)가 맹활약을 펼치고 있고, 공격형 미드필더 마르틴 외데가르(8골 5도움)의 활약도 인상적이다. 수비진도 안정적이다. 19경기 중 단 16골만 내주면서 최소 실점 2위에 올라있다.
전반기를 1위로 마친 아스널은 후반기를 대비해 스쿼드의 질도 높였다. 올 시즌 브라이튼에서 활약하던 윙어 레안드로 트로사르를 영입했고, 수비수 야쿠프 키비오르까지 품는 데 성공했다.
아스널이 올 시즌을 우승한다면 2003~2004시즌 이후 약 19년 만에 대업을 이루게 된다. 영국 현지에서도 아스널의 우승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스포츠 통계 전문 파이브 서티 에이트는 아스널의 우승 확률을 63%로 예측했다.
오일머니 업고 강팀 된 뉴캐슬, 중위권서 돋보이는 브라이튼·풀럼·브렌트포드
뉴캐슬은 올 시즌 상위권에서 아스널 뭇지 않는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뉴캐슬은 2021년 11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에 매각됐다. 매각된 시즌에는 12위, 전 시즌에는 11위에 머물었는데 올 시즌에는 3위까지 올라왔다.
뉴캐슬이 상위권을 차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수비에 있다. 뉴캐슬은 올 시즌 20경기를 치르며 단 11골만 내줘 최소 실점팀에 올랐다. 경기 당 평균 실점은 0.55골로 전 시즌(1.63골)에 비해 크게 줄었다.
뉴캐슬의 또 다른 장점은 조직력이다. 뉴캐슬은 갑부구단이지만, 팀 구성원 중 슈퍼스타는 없다. 에디 하우 뉴캐슬 감독은 팀에 알맞은 수준급의 선수들만 데려와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브라이튼은 올 시즌 전성기를 맞이했다. 2016~2017시즌 EPL 승격 이후 내내 중하위권에서 맴돌던 이들은 지난 시즌 9위로 선전하더니, 올해는 6위(승점 31점)까지 올라서며 유럽 대회까지 넘보고 있다.
시즌 초반 팀을 이끌던 포터 감독이 첼시로 떠났지만 후임인 로베르토 데 제르비 감독이 부임해 빠르게 팀을 수습했다. 포터 감독의 강한 압박 축구를 여전히 유지하며 호성적을 써가고 있다.
풀럼과 브렌트포드의 존재감도 강렬하다.
올 시즌 승격한 풀럼은 리그 7위(9승 4무 8패)에 위치했다. 2018~2019시즌과 2020~2021시즌에는 승격 후 곧장 강등됐는데, 올 시즌에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2부 리그에서 45경기에 출전해 43골 7도움을 올렸던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가 EPL 승격 후에도 17경기에서 11골을 터트리며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 시즌 승격해 13위로 잔류에 성공했던 브렌트포드는 올 시즌에는 8위(승점 30점)로 한 단계 발전한 모습이다. 수비수 벤 미가 전반기에 맹활약을 펼쳤으며, 공격에서는 아이반 토니가 13골을 넣으며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리버풀 9위·첼시 10위…‘빅 6’ 아성 무너지나
EPL의 대표 빅클럽인 리버풀과 첼시는 올 시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시즌 준우승팀 리버풀은 9위(8승 5무 6패)까지 쳐졌으며, 전 시즌 3위 첼시는 10위(8승 5무 7패)로 추락했다. 두 팀은 승점 29점으로 동률이다.
리버풀은 주축 선수들의 노쇠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전성기를 달리던 4~5년 전과 비교해 스쿼드에 차이가 없다. 선수들이 점점 나이가 들면서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의 플레이스타일인 전방 압박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미드필더 나비 케이타, 수비수 조 고메즈, 조엘 마티프 등은 올 시즌 최악의 폼을 보여주고 있다.
선수 보강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름,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다르윈 누네즈, 코디 각포 등 공격수 영입에는 성공했지만, 가장 약점으로 꼽히고 있는 중원에는 제대로 된 선수 영입이 없었다.
첼시는 잡음이 많았다. 로만 아브라모비치에 이어 첼시의 새로운 구단주가 된 토드 보엘리는 성적 부진을 이유로 토마스 투헬 감독을 시즌 개막 한 달 만에 경질했다. 이후 브라이튼을 이끌고 있던 그레이엄 포터 감독을 임명했다.
포터 감독은 부임 첫 10경기에서는 6승 3무 1패로 선방했지만, 이후 10경기에서는 2승 2무 6패로 최악의 성적을 쓰고 있다.
주축 선수들이 연이어 부상을 당한 탓이다. 라힘 스털링과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 에두아르 멘디, 벤 칠웰, 은골로 캉테, 크리스티안 풀리시치, 리스 제임스, 웨슬리 포파나 등 부상 선수들로만 베스트 일레븐을 짤 수 있을 지경이다.
다만 첼시는 리버풀과 달리 선수 보강에 적극적이다. 미하일로 무드리크, 주앙 펠릭스, 노니 마두에케, 안드레이 산투스, 브누아 바디아실, 다비드 포파나 등 6명을 겨울 이적 시장에 영입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