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에 발맞춰 반려동물 웰리빙을 위한 보험이 확대되고 있지만, 하루에 약 6건 꼴로 발생하는 개 물림사고 배상책임보험 논의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소방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개 물림 사고는 2017년 2405건, 2018년 2368건, 2019년 2154건, 2020년 2114건으로 해마다 2천 건 이상 발생했다. 5년 간 개 물림 사고로 환자 이송 건수는 약 11,000건에 달한다. 야외활동이 많은 시기에는 월평균 200건 이상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잇따른 개 물림사고로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동물보호법 시행령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개정된 동물보호법은 오는 4월 27일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에는 개 물림사고 방지, 돌봄 제공 등 반려동물 소유자 준수사항이 강화된다. 이에 따라 반려견 동반 외출 시 이동장치에 잠금장치를 갖춰야 하고, 동물을 직접 안거나 목줄·가슴줄을 잡아야 하는 공간에 기존 다중주택, 다가구주택, 공동주택 건물 등과 더불어 기숙사와 다중생활시설, 노인복지 주택, 오피스텔 등 ‘준주택’이 추가된다. 또한 반려동물을 2m 미만 줄로 묶어서 사육하는 것이 금지된다.
맹견의 입마개 의무화 등 규제도 시작된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도사견과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테리어, 스테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등 5종과 이들의 잡종 개를 맹견으로 규정했다.
문제는 개 물림 사고는 대부분 맹견과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2021년 울산과 전북에서 발생한 개 물림사고는 진돗개 혼혈 추정 개 물림사고였고, 2017년 사망 사고를 낸 유명 아이돌 가수의 반려견도 맹견이 아니었다. 동물보호법이 개정된다고 해서 개 물림사고가 줄어들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심준원 반려동물보험 연구소 소장은 모 언론과 인터뷰에서 “배상책임보험 가입을 모든 견종으로 확대해 혐오 단어인 ‘맹견’이라는 용어를 바꾸고, ‘반려견 소유자 배상책임보험 가입 의무화’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맹견 5종은 국내 1만 마리 수준에 그치는 데다 유전적으로 모호한 견종이 물림 사고를 내면 그 판단 또한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맹견 5종을 포함해 (배상책임보험 적용이) 더 넓은 범위의 견종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반려견 업계 관계자는 “모든 견종을 대상으로 배상책임보험을 의무화 하면 작은 시골 마을에서 키우는 반려동물까지 포함하는 것”이라며 “의무화를 시킨다는 것은 모든 반려동물을 등록하라는 것과 같은 의미로 간단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독일에서는 모든 반려견에 대해 ‘배상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맹견배상책임보험’ 가입이 의무화됐지만, 가입률이 30%에 그치는 우리나라와 대조적이다. 오는 4월 27일부터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되지만, 개 물림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개인행동 수칙에 의존하는 것이 예방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방청 관계자 A씨는 “맹견 5종에 포함되지 않은 견종에 물림 사고를 당한 아이를 종종 본다”며 “견주들은 자신의 반려견이 누군가를 물려고 했던 이력이 있다면 반드시 외출 중에 입마개를 채우고 다녀야 하고, 맹견이 아니더라도 반려동물을 자극하는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개 물림 사고 예방법을 당부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