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잃을 게 없다는 생각으로 뛰어요.”
임동섭은 1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정규리그 4라운드 서울 SK와 맞대결에서 30분을 뛰며 3점슛 3개 포함 11점을 올렸다. 임동섭과 이관희(20점), 아셈 마레이(19점)의 활약을 더한 LG는 SK를 75대 72로 꺾고 2위 자리를 수성했다.
임동섭은 LG가 뒤지고 있던 3쿼터에 2개의 3점슛을 꽂아 분위기를 끌고 왔고, 4쿼터 승부처에 점수를 2점차로 좁히는 귀중한 3점포를 성공했다. 승부의 마침표를 찍는 자유투 2구를 모두 넣었다.
수훈 선수 자격으로 오랜만에 인터뷰실에 들어선 임동섭은 기자회견실에 낯설어했다. 본인도 인터뷰실에 마지막으로 들어온 게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초반부터 어려운 경기 해나갔는데 사실 역전하고 나서도 우리가 이걸 이길 수 있을까 생각했었다”라면서 “그래도 끝내 이겼다. 오늘 경기가 강팀으로 가는, 팀을 더 단단하게 해준 경기였던 것 같다.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만든 승리라 더 뜻 깊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임동섭은 2012 KBL 10월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서울 삼성에 입단했다. 장신 슈터로 국가대표에도 꼽힌 기대주였다. 2015~2016시즌과 2016~2017시즌에는 두 시즌 연속 평균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릴 정도로 삼성에서 거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계속된 부상에 그의 활약상은 점점 줄어들었다. 올 시즌 삼성에서 29경기 동안 평균16분7초 출전, 4.2점을 기록했다. 출전 시간과 득점 모두 데뷔 후 최저 기록이었다.
결국 그는 지난달 11일 최승욱과 1대 1 트레이드를 통해 LG 유니폼을 입게 됐다. 프로 데뷔 후 약 10년 만에 삼성을 떠나 다른 유니폼을 입게 됐다. 이적 초반에도 그는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했다. 트레이드 후 4경기에서 평균 1.8점에 그쳤다.
이에 조상현 LG 감독은 지난 31일 임동섭을 따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조 감독의 조언이 도움이 된 것일까. 임동섭은 이날 이적 후 가장 많은 출전 시간과 가장 많은 득점을 올렸다.
임동섭은 “연습 때 슈팅과 관련해 특별히 지적받은 부분은 없다. 자신감의 문제였던 것 같다. 감독님께서 부담을 느끼겠지만 그 부담감을 내려놓고 하고 싶은대로 자신 있게 하면 좋겠다고 하셨다”라면서 “감독님 말대로 부담을 가진 게 사실인데. 미팅을 통해서 저를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는 생각으로. 자신 있게 해보자는 생각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길게 뛴 것도 오랜만이고 내게는 이 경기뿐만 아니라 트레이드 자체가 엄청난 터닝포인트 같다”라면서 “감독님과 미팅 이후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는 생각으로 자신 있게 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이번 트레이드는 내게 찾아온 행운 같다”고 덧붙였다.
임동섭에 앞서 기자회견실에 들어선 조 감독도 “트레이드 이후 마음고생이 심해보였다. 어제 미팅을 했는데, 마음을 잘 잡은 듯 했다”라면서 “오늘 같은 경기력을 보여준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끝으로 그는 “프로 선수라면 감독님이 원하는 플레이를 잘 소화해야 하는데, 삼성에서는 내가 그러지 못했다. 지금 돌아보면 모든 건 핑계라 생각한다. 어쨌든 지금 나에게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라면서 “정말 이런 분위기를 몇 년만에 느껴보는지 모르겠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잘 살려고 LG가 우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잠실=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