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브시스터즈가 쿠키런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마이쿠키런 프로젝트’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사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직원 당일 해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의 조직 구조 개편 과정에서 연이은 문제가 발생되자 정치권도 적극 행동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지난달 31일 한 이용자는 익명 기반의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통해 “데브시스터즈가 40명의 직원들에게 당일 퇴사 통보를 내렸다”며 “이를 30일 오후 1시에 통보하고 6시에 장비를 반납하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데브시스터즈는 이와 관련해 “사실과는 다르다”며 전면 부인했다.
사측은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최근 마이쿠키런이 기획하고 개발한 팬 플랫폼에 대해 시장성과 서비스 방향성 등을 점검했다. 플랫폼 외에 애니메이션, 게임 연관 사업 등 IP 확장 가능성에 몰두하기 위해 해당 프로젝트를 종료했다”며 “구성원들은 면담 후 다른 프로젝트나 부서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데브시스터즈의 해명 이후에도 블라인드 내에서는 연이은 폭로가 이어졌다. 이용자들은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직원들이 유급휴가 처리됐으며, 사내 메신저가 정지됐다고 주장했다.
데브시스터즈 직원이라고 밝힌 A씨는 쿠키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사건 이후 사내 커뮤니티에는 글이 거의 올라오지 않고 있지만, 익명인 블라인드를 통해 경영진에 대한 불만을 성토하는 글이 많이 작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해당 부서에 있던 인원들은 2월까지 유급휴가 처리됐으며, 급조한 임시 조직에 속하게 됐다. A씨는 “부서 이동을 위한 면담을 비공개로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 과정에서) 회사에서 자랑했던 가치인 ‘정보의 투명한 공유’는 보이지 않는다. 이런 중대 사항을 성급하게 결정한 경영진이야말로 책임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직원들의 사내 메신저 정지와 관련해서는 “(사측에서는) 보안을 위한 조처라고 했지만, 해당 사업부 리더였던 2명의 메신저는 그대로 활성화 중”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쿠키뉴스가 재차 해명을 요구하자 데브시스터즈는 공식 입장문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7일 전달받은 입장문에 따르면 사측은 “계정 일시정지는 과도한 보안 조치라 판단해 6일 계정을 원래대로 복구했다. 대면 미팅을 통해 사과 및 부족했던 내용을 추가 설명했고, 부서 이동 절차에 대해 상세 확인했다”고 알렸다.
마이쿠키런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인원들의 부서 이동과 관련해서는 “해당 구성원이 다른 부서나 프로젝트로 신속히 이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나머지 구성원의 경우 자발적으로 퇴사를 희망한 것이 아니라면 이달 중 순차적인 부서 이동이 가능하도록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부서 이동이 완료되지 않은 구성원에 대해서는 이후 신설 부서에서 개별 업무 수행 및 포지션 매칭을 위한 지원을 지속할 방침이다”라고 해명했다.
해명 이후에 불거진 논란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사측은 “구성원들의 심정을 존중하지 못한 점 죄송하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현 상황과 향후 대안에 보다 투명하게 소통했어야 함을 통감한다. 앞으로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절차 전반을 재점검하겠다. 조직 및 인사 시스템을 정비하고 개선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유급 휴가 조처는 입장문 내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최근 국내 게임사들은 치솟은 인건비와 게임 흥행 실패 문제를 감당하지 못해 조직 구조 개편에 나서고 있다.
엔픽셀은 장기간 신작 부재 등의 이유로 지난해 말 일부 인원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하고, 직원 복지 혜택을 축소했다. 베스파는 2021년 3년 전 직원의 연봉을 일괄적으로 1200만원 인상한 후, 신작 부진으로 경영난을 겪고 지난해 105명의 직원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이 과정에서 잡음도 상당하다.
이에 정치권도 움직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쿠키뉴스에 “비자발적 퇴사를 자발적 퇴사로 둔갑하는 경우들이 많다. (게임사들이) 법의 허점을 악용 내지 남용하고 있다. 사람을 이런 식으로 대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 1일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그 여전함이 환장스럽다”며 “사측(데브시스터즈)의 설명을 기다리겠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류 의원은 8일 예정된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고용노동부장관을 상대로 게임업계 내 권고사직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그는 “게임업계 내 당일 해고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프로젝트의 시작과 끝은 위에서 결정하지만 책임은 아래가 져야 한다”며 “이번 대정부질문에서 권고사직과 포괄임금제, 모회사가 자회사를 악용하고 있는 구조 등을 다룰 예정”이라고 전했다.
류 의원은 “노동조합은 여전히 규모가 큰 회사 위주로 생겨나고 있다. 자회사와 중소기업까지는 보호하지 못한다. 정치권이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울타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기훈 기자 misha@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