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양일초 등교 거부사건 후 11년, 달라진게 없다

고양시 양일초 등교 거부사건 후 11년, 달라진게 없다

대형화물차 오가며 석면‧시멘트 건설폐기물 섞인 먼지 ‘풀풀’
주민피해 누적에도 고양시‧업체 ‘나몰라라’ 대응 또 다시 ‘도마’

기사승인 2023-02-07 13:38:00

2012년 2월 7일, 전교생의 절반에 가까운 400여 명의 초등학생이 등교를 거부한 사건이 있었다. 새 집, 새 학교로 향했던 벅찬 마음은 주변을 가득 채우는 먼지로 흐려졌다. 그리고 정확히 11년이 지난 지금, 그간 이뤄진 지방자치단체와 업체의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경기도 고양특례시의회 문화복지위원 고덕희 의원(국민의힘)은 7일 제271회 임시회에서 5분 발언을 통해 일명 ‘양일초등학교 집단 등교거부 사건’을 거론했다. 이어 시와 업체가 지난 11년간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주민과 학생들을 향한 위험을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10년 전 인근 견달마을 27가구 중 13가구에서 총 16명의 암환자가 발생한 사실까지 알려졌지만 시는 여전히 강 건너 불구경 하는 모양”이라며 “현재도 달라진게 없다. 이제라도 시장이 TF팀을 구성하고 시민들과 머리를 맞대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과연 11년 전 무슨 일이 있었고, 그동안 무슨 논의들이 오갔을까. 확인한 바에 따르면 양일초 집단 등교거부 사건의 중심에는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동에 소재한 건축폐기물 처리공장과 레미콘 제조공장 등 유해시설이 있다. 당시 주민들은 "초등학교와 불과 100~350m 거리에 공장 등이 있다"며 위해성을 호소했다.

양일초등학교에서 350여m 떨어진 곳에 인선ENT가 운영하는 건설폐기물 처리장이 있다.

건설폐기물 잔해에 섞인 석면과 폐콘크리트 가루, 레미콘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시멘트 분진이나 이를 실어나르는 대형화물차들이 유발하는 비산먼지 등으로 아이들의 폐가 굳어간다는 주장이다. 야간 등에 이뤄지는 불법조업과 빈번한 차량이동에 따른 위험성도 문제 삼았다.

주민들은 “유해시설 이전만 믿고 분양받았던 주민들은 진즉 사라졌어야 했던 유해시설을 이웃삼아 어린 자녀들과 살아가고 있다”며 시의회 등에 7가지 요구사항을 담은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입주민에게 합리적으로 보상하고 유해시설이나 학교를 옮겨달라는 내용이 핵심이다.

하지만 이들의 요구는 11년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다. 논란이 심해지자 시와 업체가 취한 조치는 업체가 살수차를 좀 더 늘려 운행하고, 시가 미세먼지 간이측정기를 설치해 운용한 것이 전부다. 심지어 미세먼지 간이측정기는 지난해 운용을 중단했다.

인선ENT와 신성콘크리트공업 등 유해시설의 이전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시는 2014년, 고양시 덕양구 강매동 일대 개발제한구역(GB) 부지를 풀어 ‘고양 자동차서비스복합단지’를 조성하고 공장 등을 이전하기로 업체들과 협약했다.

그렇지만 고양시의 계획은 국토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가 다섯 번의 심의요청에 ‘불가’ 판정을 내리며 2020년 6월 무산됐다. 선정입지의 사업성에 대해 신뢰하기 힘들고, 행주산성과 연계된 GB 해제의 당위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이전 논의는 사실상 멈췄다.

긴 기다림에 지친 주민들은 지난해 7월, ‘식사지구 유해시설 이전 촉구 서명운동’에 나섰다. 요구사항은 1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전 전담팀(TF)을 만들고 △신속히 적합지를 찾아 협의를 마무리하는 한편 △이전 전까지 비산먼지를 최대한 억제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돌아온 답변은 원론에 그쳤다. 시는 “이전이 해법”이라면서도 “권한이 없다”거나 “해줄 것이 없다”는 식의 답변으로 일관했다. 업체 또한 “적절한 보상과 이전 대상지 제공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실정이다. 

다만 앞으로의 전망은 다소 긍정적이다. 이동환 시장은 후보시절 유해시설 이전을 조속히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이날 임시회에 참석해서도 환경개선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에 고 의원의 발언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고양=글‧사진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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