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에 몸살 앓는 서울 시민들”…英 가디언도 주목한 ‘러브버그’

“벌레에 몸살 앓는 서울 시민들”…英 가디언도 주목한 ‘러브버그’

기사승인 2025-07-01 14:37:00
30일 인천 계양산 정상에 설치된 끈끈이 트랩에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가 붙어 있다. 유희태 기자

서울 등 수도권 일대에 침입한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에 외신도 주목하고 있다. 30일 영국 가디언은 ‘서울, 러브버그 침입 대처 방안 고민’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가디언은 “서울 시민들이 이른바 ‘러브버그’의 침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 벌레는 한국 수도권 전역의 등산로와 도시 지역을 휩쓸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전문가들은 기후 위기로 인해 벌레들이 북상하면서 급증하는 확산을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가디언은 최근 인천 계양산의 등산로와 전망대가 검은색 카펫처럼 곤충에 뒤덮인 영상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퍼졌다는 내용도 소개했다.

매체는 “공식적으로 ‘플레시아 롱기포스(Plecia longiforceps)’라고 불리는 이 벌레는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니는 독특한 습성 때문에 러브버그라는 별명을 얻었다”며 “수컷은 3~4일 만에 죽고, 암컷은 약 1주일 동안 살면서 습한 땅에 수백 개의 알을 낳고 죽는다”고 설명했다.

가디언은 “중국 남동부, 대만, 일본 류큐 제도의 아열대 지방에서 유래한 이 벌레는 2022년 한국에서 처음 확인됐다”며 “전문가들은 산악 지역 주변의 기후 위기와 도시 개발, 그리고 기온 상승이 이 벌레가 북쪽으로 확장되는 데 이상적인 조건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서울의 도시 열섬 효과로 인해 최적의 조건을 제공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러브버그 관련 서울시에 접수된 민원은 2023년 4418건에서 지난해 9296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인천시는 올해 하루에만 100건이 넘는 민원을 접수했다.

가디언은 벌레 퇴치 방법을 두고 한국에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며 서울시의 공식 입장을 전했다.

서울시는 공식 발표를 통해 “외모는 혐오스럽지만 실제로는 유익한 곤충”이라며 “만약 화학 살충제를 무차별 살포하면 다양한 다른 생물을 죽이고 인간에게도 해를 끼칠 것”이라고 밝혔다.

시는 이어 “(러브버그는) 꽃에 수분을 공급하고 애벌레는 유기물을 분해해 토양을 비옥하게 한다”며 “물지도 않고 질병을 옮기지도 않으며, 성충이 되어서도 많은 양을 먹지 않아 러브버그 자체는 인간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다만 가디언은 “시민들의 인내심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주민의 86%가 생태학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벌레를 해충으로 간주하며, 바퀴벌레와 빈대에 이어 세 번째로 불쾌한 곤충으로 꼽았다. 

매체는 또 “정부 연구진이 생태계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이 벌레 유충을 표적으로 삼는 곰팡이 살충제를 개발하고 있다”며 “성충의 수명이 짧아 약 2주간 격렬한 활동이 지속된 후에는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러브버그는 보통 7월 중순에 사라진다”고 덧붙였다.
노유지 기자
youjiroh@kukinews.com
노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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