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안양 KGC의 ‘승리 DNA’는 여전했다.
2010년대 후반 프로농구 강팀을 꼽는다면 KGC가 무조건 거론된다. 최근 8시즌 중 2018~2019시즌을 제외하고 매 시즌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이 중 2016~2017시즌에는 통합 우승을 차지했고, 2020~2021시즌에는 최초의 플레이오프 10연승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 중심에는 김승기 감독이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김승기 감독이 고양 캐롯으로 둥지를 옮기면서 위기를 맞았다. 여기에 리그 최고의 슈터로 거듭난 전성현까지 자유 계약(FA)으로 김 감독과 함께 떠났다.
김승기 감독을 대신한 인물로 김상식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KGC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크호스’에 가까웠다. FA로 매 시즌 주축 선수들이 떠났고 팀의 전성기를 이끈 양희종, 오세근 등이 어느덧 30대 후반이 되었기 때문.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KGC는 여전히 강력했다. 오히려 더 강해진 모습이었다. 11일 홈에서 열린 울산 현대모비스전에서 7연승을 질주해 리그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30승 11패 승률 0.732로 최근 5시즌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김 감독의 지휘 아래에서 KGC는 더욱 단단한 팀으로 거듭났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체력 안배를 가장 신경 쓰고 있다. 시즌 중에 상대팀과 격돌을 앞두고 맞춤식 훈련을 가져가는 걸 최대한 줄이고, 지난 경기에서 뛴 선수들에게는 훈련에서 제외시켜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노력했다.
김 감독의 선수 활용도 돋보인다. 김 감독은 이날 현대모비스를 상대로 엔트리 12명 중 이우정을 제외하고 11명의 선수를 코트에 내보냈다. 코트를 밟은 선수 중 9명의 선수가 10분 이상 소화해 체력을 아낄 수 있었다.
김 감독은 “경기 다음 날은 주전들과 많이 뛴 선수들은 훈련에서 뺀다. 시즌 중 훈련이 많으면 선수들도 힘들고 스트레스도 많다. 너무 힘들면 아무리 좋은 훈련도 잘 들어오지 않는다”라면서 “컨디션 관리에 신경을 쓰면서 자유롭게 해주면 더 경기에 집중하는 것 같다. 그게 우리 팀에 잘 맞는 것도 같고, 자리를 잡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KGC를 대표하는 팀 수비는 여전하다. KGC는 11일 기준 경기당 평균 78.4점을 내줬는데, 이는 LG(76.5점)에 이어 실점 2위에 올라있다. 전 시즌(82.3점)과 비교하면 4점 가까이 줄었다.
다만 지난 시즌과 수비의 활용이 다소 다르다. 김승기 감독이 팀을 맡던 시절에는 트랩(함정 수비)을 활용해 기습적인 스틸에 이은 속공을 주무기로 삼았다면, 올 시즌에는 기본적인 맨투맨 수비에 충실하고 있다. ‘수비 스페셜리스트’ 문성곤과 양희종이 중심을 꽉 잡고 있다.
이날 수훈 선수로 꼽힌 변준형은 “올해는 지키는 수비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몸에 배어있는 게 있는 지, 가끔 흥분해서 손이나 몸이 먼저 나갈 때가 있다”라면서도 “지금 우리는 로테이션 백업 수비가 빨라서 빈 자리를 매꿔주고 있다. 다양한 방법을 골고루 이용하면서 수비를 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문)성곤형이 힘을 내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승부처에서 집중도도 다르다. KGC의 4쿼터 득점은 19.4점으로 다른 팀에 비해 높은 수치는 아니나 클러치 상황에서는 7.8점으로 리그 1위에 올라있다. 이날도 4쿼터 5분을 남긴 상황에서 13점을 낸 반면, 실점은 5점에 불과했다. 팽팽했던 경기도 4쿼터 후반부에 갈렸다.
변준형은 “팀원들이 거의 모두 3점슛을 넣을 수 있다. 포인트가드 입장에서는 경기를 풀어가는 재미가 있다. 접전 상황에서는 우리 팀이 질 것 같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는다”고 미소를 지었다.
안양=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