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택거래량이 늘면서 부동산 시장 반등 기대감이 고조되지만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과거 정부부터 이어진 악재가 비교적 해소됐으나, 집값 상승을 꾀하기엔 거래량이 부족하고, 연착륙을 위한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기에도 아직 멀었다는 판단에서다.
“고금리·유동성 꺾이며 시장 침체”
업계는 부동산 침체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꼽는다. 우선 고금리다. 금리 인상 속도가 지난해 빨랐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0.25%p씩 부지런히 오르다가 7월과 10월 한 차례씩 ‘빅스텝’(0.5%p 인상)됐다. 기준금리는 전날(16일) 기준 3.50%다. 대출이자 부담이 수요를 위축시키고 쏟아지는 물량을 감당해내지 못해 현재와 같은 미분양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다른 하나는 가격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4년 만에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100% 가까이 올랐다. 성동구는 2017년 5월 평당 2305만원에서 2021년 5월 4882만원으로 111.7%나 상승했다. 동작구는 같은 기간 2166만원에서 4354만원으로 101%, 노원구는 105%, 도봉구는 100% 상승했다. 집값 안정화를 위해 당시 정부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규제를 도입했다. 투기세력 유입을 방어한 점에선 호평을 받지만, 유동성이 꺾이면서 거래량이 줄고, 시장 축소라는 결과를 낳았다. 집값 잡기에도 실패했다.
‘바닥’ 징후 보이지만…
‘바닥’ 징후가 최근 나타났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2월 15일 기준)은 1220건으로 지난해 5월(1737건)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많이 거래됐다. 전국 아파트 낙찰률도 하락세를 멈추고 30%대를 회복했다.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경매 1736건 중 634건(34.5%)이 낙찰됐다. 낙찰률은 한 달 전보다 9.0%p 상승했다.
다만 ‘바닥론’을 단정하긴 이르다고 전문가는 의견을 모은다. 리스크가 해소되고 있고 정부 정책에 힘입어 거래 수준도 변화를 보이겠지만, 값싼 미분양 매물이 먼저 풀릴 수 있기 때문에 시장 반등까지는 여유를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는 것. 대신 1·3대책 등 부동산 연착륙을 향한 정부 의지가 강한 만큼 가능성도 열어뒀다.
윤지해 부동산R114 연구원은 “금리 상단이 올 들어 거의 확정됐다. 추가 인상이나 동결로 정리되고 있어서 불확실성이 개선됐고, 개별 단지별로 가격부담도 줄었다”며 “DSR은 ‘특례보금자리론’으로 일부 무력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3가지가 어느 정도 해소돼서 1월부터 거래량이 늘고 특례효과를 더하면 거래량은 이달 들어 더 오르겠지만, 현재 수준으로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급매물 중에서도 값싼 물건이 먼저 거래되기 때문에 데이터 상에서 ‘상승’으로 표기되기까진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쌓인 물건이 해소되는 과정이 상반기 중 진행될 것”이라며 “정부가 정책으로 풀고 있는데 거래량이 탄탄해지면서 가격이 방어수준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커졌다. 뚜렷한 가격반등 시점은 오는 2분기 말이나 하반기 초입으로 예상 한다”고 밝혔다.
“결국 거래 질이 중요”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도 거래 ‘질’을 언급했다. 미분양 적체와 고금리 등 불안요소가 남은 와중에 나타난 거래 증가는 저가이거나 급매물 일부가 일시 소진된 것으로 거래 분위기가 계속되기는 어렵다고 한다.
권 팀장은 “급매나 저가매물 위주 거래는 거래량을 늘리지만 가격 변동률은 마이너스(-)가 된다”며 “가격이 플러스(+) 변동률을 기록하려면 종전보다 가격이 오른 물건이 거래돼야 하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KB부동산 시세와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1년엔 2020년에 비해 거래량이 감소했지만 가격 변동률이 높다. 이 시기는 매도자들이 가격을 올리거나 매물을 거두는 등 ‘매도우위 시장’으로 거래 빈도는 줄었지만 높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지난해엔 거래급감과 함께 변동률(-3.43%)도 크게 하락했다. 이는 시중에 싼 매물이 늘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거래가 적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권 팀장도 현재 거래 수준으로 ‘바닥’을 논하기는 이르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거래량은 평년 대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상반기 전후로 지난해 거래량(29만8000건)의 70% 안팎을 기록할 만큼 거래가 이뤄져야 하며 급매물이 사라지기 직전이 ‘바닥’이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수요자는 바닥에 집중하기 보다 시중 매물이 어떻게 나오고 들어가는지 봐가면서 저가 매물을 중심으로 매수 여부를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