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덮친 고물가…개강 앞둔 대학생 ‘신음’

대학가 덮친 고물가…개강 앞둔 대학생 ‘신음’

기사승인 2023-02-17 16:53:17
서울의 한 대학가 교정. 박효상 기자 

새 학기 개강을 앞두고 교통비, 난방비에 이어 등록금과 자취방 월세마저 오르며 대학생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17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에 따르면 191개 대학의 2023학년도 등록금 현황 보고에서 6.3%인 12개교가 등록금을 인상했다. 이중 8곳이 교대, 4곳이 사립대다. 대학의 등록금 인상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동아대는 지난달 27일 13년 만에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다. 동아대는 지난해 22억5000만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등 재정 상황이 악회 되자 등록금 3.95% 인상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인문계열 기준 296만9000원, 공학계열 기준 402만9000원이다. 지난해보다 각각 9만4000원, 15만3000원 가량 올랐다.

춘천교대도 최근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열고 학부와 대학원 등록금을 인상하기로 했다. 인상 폭은 전년대비 4.02% 수준으로 학부 12만8000원, 대학원 13만9000원이 오른다.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등록금 수입이 크게 줄었으나 공공요금은 2배가량 늘었다”며 인상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학의 경우 등록금을 인상할 경우 정부의 지원을 못 받게 된다. 정부는 학부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한 대학에만 국가장학금 Ⅱ유형(올해 기준 2100억원)을 지원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은 등록금 인상을 고심 중이다.

교육부 기자단이 최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정기총회에 참석한 전국 4년제 대학 총장 14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39.5%(45명)가 ‘내년께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또 올해 1학기(10명)와 2학기(1명)에 등록금을 올리겠다고 응답한 총장을 포함하면 49.1%가 등록금을 인상을 선택했다. 대학들이 오르는 물가와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인상을 결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가 월세 최소 ‘70만~80만원’ 필요

대학가 월세도 크게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전용면적 33㎡·9.9평 이하) 월세 평균은 전년 동월 대비 약 7만원가량 올랐다. 고려대 주변은 7만원, 서울대 6만6000원, 연세대 7만2000원 인상됐다. 대학가 인근 평균 월세가 50만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약 10% 이상 오른 셈이다.

실제 이화여대 근처 공인중개사무소는 “구축 원룸 시세는 월 50만원부터 시작을 하는데 위치나 방 컨디션을 맘에 안 들어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오피스텔의 경우 70~80만원 정도다”며 “여기에 관리비는 별도”라고 설명했다.

결국 대학생이 자취 생활을 하려면 오피스텔 기준 월세 70만원에 관리비 약 10만원, 전기세까지 더하면 약 90만~100만원이 필요하다.

대학생 A씨는 “집과 학교의 거리가 멀어 자취는 필수적인 상황인데 부담이 매우 크다”고 토로했다. A씨는 “이전에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월세를 낼 수 있었지만 이제 감당이 안된다”며 “부모님 도움 없이 대학생이 자취하기는 힘들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가 월세 인상은 최근 주택 가격이 전반적으로 인상되며 함께 인상된 것으로 분석됐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최근들어 깡통전세 등 위험을 피하기 위해 월세에 대한 수요도가 높아지며 대학가 인근 월세도 영향을 받은 것이다”고 진단했다. 송 대표는 “같은 금액이 올라도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대학생에게 더 크게 체감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월세는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송 대표는 “월세 가격지수 상승세가 최근 꺾였다”며 “시차를 두고 대학가도 점차 안정을 찾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고물가 속 학생들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부모님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경우라면 그나마 나은 상황이다.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휴학을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늘리고 있다. 대학생 B씨는 “집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어려워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며 “만일 아르바이트를 못 구할 경우 휴학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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