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 다툼이 큰 불길로 번지고 있다. 카카오와 하이브가 SM을 두고 알력 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이 가세해 기업 결합 문제와 역외 탈세 의혹을 살피고 있다. SM 현 경영진은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의 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하이브와 진흙탕 싸움에 한창이다. 여기에 SM 임직원 간 의견 대립과 대한가수협회, 한국연예제작자협회(이하 연제협)까지 사태에 입을 보태는 등 진통이 극심한 모양새다.
하이브 VS 카카오, 누가 SM 새 주인 될까
이 전 총괄과 현 경영진의 대립에서 촉발한 SM 내분은 하이브와 카카오의 대결로 이어진다. 이성수·탁영준 SM 공동대표가 카카오를 통해 지분 확보에 나서자 이 전 총괄은 지분 14.8%를 하이브에 매도하며 반격에 나섰다. 이 전 총괄 지분을 등에 업은 하이브는 1대 주주로 등극했다. 하이브는 지분율 25%를 달성하기 위해 주당 12만원을 제시하며 소액주주 공개매수에 나섰다. 여기에, 이 전 총괄은 SM을 상대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며 카카오의 지분 확보전에 제동을 걸었다.
하이브와 이 전 총괄의 행보에 변수가 된 건 SM 주가다. 17일 SM은 종가 기준 13만100원으로 마감했다. 하이브가 당초 제시한 12만원을 상회하는 금액이다. 이 가운데 한 기타 법인은 전날 SM 주식 65만주를 순매수했다. 종가 기준 857억원 규모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나 카카오 우호세력이 SM 지분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제 이들에게 남은 변수는 가처분 소송 결과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경우 카카오가 확보하려던 주식은 물거품이 된다. 반대로 신청이 기각될 경우 카카오는 2대 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공룡기업 만남·역외탈세 의혹… 공정위-국세청 촉각
하이브의 SM 인수전의 또 다른 변수는 공정위의 판단이다. 지난 10일 하이브는 이 전 총괄의 보유 지분 18.46% 중 14.8%를 4228억원에 인수했다. 자산 또는 매출액이 3000억원 이상인 회사가 자산 또는 매출액 300억원 이상인 상장사 주식을 15% 이상 취득하면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해야 한다. 15% 이하로 취득한 하이브는 기업결합 심사 사전 승인을 피했으나, 계획대로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 25%를 추가 확보하면 기업결합심사 사후 신고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현재까지 공정위가 엔터사 사이 결합심사를 해본 적이 없는 만큼 어떤 결정을 내릴지 미지수다.
국세청은 이 전 총괄의 역외탈세 의혹을 살피고 있다. 전날 이 대표가 이 전 총괄이 해외 개인 법인을 통해 이익을 취득하고 있다는 폭로에 따른 조처다. 이 대표는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 전 총괄이 새운 CTP, 이른바 해외판 라이크기획이 각 음반사로부터 6%를 선취해 과거 라이크기획보다 2배 이상의 금액을 벌어들였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박지원 하이브 CEO는 사내 메일을 통해 “역외탈세란 불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밝혔다. SM은 “하이브가 역외탈세 의혹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고 맞섰다. 국세청은 문제가 있는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적대적 M&A” VS “하이브보단 카카오” 내·외부 시끌
SM 분쟁을 둘러싼 내·외부 분위기도 시끄럽다. SM 현 경영진과 이 전 총괄을 지지하는 이들이 앞다퉈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제협은 지난 15일 낸 입장문에서 “얼라인파트너스와 현 경영진, 그리고 대기업(카카오)이 벌이는 적대적 M&A는 반사회적, 시장교란 행위이자 배신, 비도덕적·비윤리적·비신사적 처사”라며 맹공을 펼쳤다. 대한가수협회 이자연 회장은 “K팝을 산업화로 이끈 이 전 총괄이 불명예 퇴진을 한다는 건 가요계의 비극”이라고 말했다. 조병규 SM 사내 변호사 역시 이 전 총괄을 옹호하는 메일을 임직원에게 보냈다. 이밖에도 SM 소속 배우 김민종과 유영진 이사 등이 이 전 총괄을 공개 지지했다.
반면 SM 내부는 현 경영진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SM 유닛장 이하 재직자 208명이 꾸린 SM 평직원 협의체는 이날 전체 직원에게 사내 이메일로 “불법, 탈세 이수만과 함께하는 하이브, SM에 대한 적대적 M&A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문을 공유했다. 본문에는 SM 문화가 하이브 자본에 종속되는 것을 거부하고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의 SM 3.0 계획을 지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SM 평직원 협의체에 속한 208명은 SM 전체 평직원의 절반에 달한다. 이외에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SM 게시판에 올라온 경영권 분쟁 관련 투표에서 전체 응답자 중 약 85%인 190명이 ‘이성수·탁영준+카카오’를 응원한다고 답했다. ‘이수만+하이브’를 택한 직원은 약 15%에 해당하는 33명이었다. 직원들은 게시글과 댓글에서 “하이브 산하 레이블이 되는 건 모든 전통과 역사를 부정당하는 것”, “SM 자부심이 한순간 무너졌다”, “SM 역사와 함께한 임직원들의 피와 눈물을 4228억원과 맞바꿨다”고 호소했다. SM 팬덤 역시 하이브의 SM 인수 사실이 알려지자 트위터 등 SNS에 반발을 표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