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EU 추가 심사가 걸림돌 되나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EU 추가 심사가 걸림돌 되나

기사승인 2023-02-21 06:00:24
사진=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심사가 장기화되면서 올해 하반기에 합병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심사가 2단계로 넘어간 것을 심사의 걸림돌로 지목하고 있다. 

2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우려와 달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승인 여부에 대해서는 낙관적이라는 입장이 대다수다. 대형 항공사가 결합할 경우 통상 1~2단계를 거쳐 심사하는데, 무산될 심사라면 이미 1단계 심사에서 무산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심사가 2단계로 넘어갔다는 것은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면 된다는 것을 암시하는 긍정적 사인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다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대해 아직 심사가 진행 중인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영국 중 유럽연합(EU)의 심사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U 당국은 지난 2021년 에어캐나다-에어트랜젯, 에어유로파-IAG의 기업결합에 대한 강도 높은 시정 요구로 항공사들이 합병을 자진 철회하게 한 전적이 있다. 라이언에어-에어링구스, 올림픽에어-에게안항공의 기업결합은 시정조치가 부적절하다며 불승인하기도 했다. 

EU 당국의 심사가 항공사들의 합병에 걸림돌이 되는 이유는 28개국이 속해있는 데다 EU 커미션의 EU 집행위원회까지 관여해 28개국 각각의 의견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심사 과정에서 법무부만 심사하는 것과 대비된다.

EU 집행위가 “두 항공사의 합병이 유럽경제지역(EEA)과 한국 사이 여객·화물 운송 서비스 시장의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고 밝힌 부분도 걸림돌로 보인다. 

한국과 EEA 사이 양사가 운영하는 4개 중복 노선(바르셀로나, 프랑크푸르트, 파리, 로마 노선)이 여객 운송 서비스에서 경쟁 약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한 것이다. 4개 노선은 여러 나라를 거칠 수 있어 항공업계의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심사당국은 합병 시 통합사의 독과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복노선에 대한 운수권과 슬롯(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가능 횟수)을 반납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슬롯타임(공항에서 이륙·착륙하는 시간)에 대한 약속을 지킬 것을 강조했다. 합병 시 양사의 독과점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심사가 2단계 넘어간 것에 대해 “합병이 무산될 거라는 경우의 수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반납할 운수권과 슬롯을 가져갈 국내외 항공사들과 조율을 대부분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한국항공대학교 김광옥 교수는 “우리나라는 항공업을 통한 화물 수송량이 전 세계 상위권에 속하는 선진국”이라며 “2단계 심사로 넘어간 것은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면 심사가 통과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각에서 제기하는 독과점 우려에 대해 “저비용 항공사(LCC)들이 대형항공사(FSC)의 실적을 넘어선 상태라 문제 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3개월간 저비용 항공사들의 국제선 점유율은 52.6%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47.4%)를 훌쩍 넘어섰다. 2019년 국제선 점유율 13.8%를 차지했던 제주항공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17.4% 점유율을 기록하며 아시아나항공과 사실상 동률까지 따라잡았다. 진에어와 티웨이도 2019년 한 자릿수 점유율에서 최근 11%대까지 상승했다.

한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가 장기화하면서 산업은행이 추진하는 기업 구조조정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산업은행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외 매각할 수 있는 자산에 대해서 빠르게 처분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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